“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 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유관순 열사 유언)
조국 독립을 위해 꽃다운 청춘을 바친 유관순 열사를 유골이 마지막으로 자리했던 용산 이태원에서 기린다.
서울시 용산구는 23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유관순 열사 추모비 건립 추모제 기자설명회를 가졌다.
유관순 열사는 1919년 3·1 독립만세운동과 4·1 천안아우내장터 독립만세운동에 참가한 후 일본헌병대에 붙잡혀 이듬해 9월 23일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 중 옥사했다.
일제는 유관순 열사를 순국 후 이태원 공동묘지에 안장했으나, 이후 1936년 용산 일대의 군용기지 조성 목적으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실전(失傳)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는 광복 70주년, 순국 95주년을 맞아 유관순 열사 유족회, 유관순 열사 기념사업회 등의 협조를 얻어 주민·전문가 등이 참여해 지난해부터 추모비 건립을 추진했다.
추모비는 이태원역사공원에 조성되며, 주탑 1기, 보조탑 2기로 구성되며, 규모는 바닥면적 3m(가로)×3m(세로), 주탑 0.8m(가로)×2m(높이)×0.25m(세로), 보조탑 0.6m×1.5m(높이)×0.25m다.
주탑에는 유관순 열사의 유언과 추모비 건립 참여자가 기록되며, 좌측 보조탑에는 추모비 건립 취지문이, 우측 보조탑에는 유관순 열사의 연보가 담겨진다.
오는 23일 열리는 추모비 제막식 및 추모제에는 유관순 열사 유족을 비롯한 주민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추모제 개식선언을 비롯 사업 경과보고, 유공자 포상, 추념사, 추모사가 이어지며 추모비 제막식, 헌화 및 분향이 이어진다.
이와 관련, 구는 오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3일간 용산아트홀 전시장에서 유관순 열사 관련 작품을 전시하는 추모예술전을 개최한다.
특히, 구는 이번 추모비 건립과 추모제 개최를 통해 유관순 열사의 훈격과 대우에 대한 사회적 재평가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유관순 열사는 건국훈장 3등급(독립장)으로 추모제에 역대 대통령이 법적, 의전상의 문제로 헌화를 하지 않는다.
안중근·윤봉길 의사와 안창호 선생은 1등급(대한민국장)이며 이봉창 의사, 신채호 선생은 2등급(대통령장)이다.
구는 향후 유족 협의 등을 거쳐 유관순열사의 훈격 상향, 역사적 재평가를 건의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추모비 건립을 통해 백범기념관, 효창공원, 심원정, 미군기지 등 외세침략의 아픔이 그대로 남아있는 용산지역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효창공원에는 백범 김구를 비롯해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의 묘가 있으며, 안중근 의사의 가묘(假墓)는 물론 임정요인 3인(이동녕, 차리석, 조성환)의 묘 또한 자리 잡고 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애국에 앞장선 민초의 상징이자 국권회복은 물론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준 선조이자 위인”이라며 “유관순 열사의 훈격과 대우가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