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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그리운 그 맛, <엄마의 밥상>
2015-09-24 17:53:42 2015-09-24 17:53:42
집 떠나 사는 대학생이 혼자 부실한 밥을 먹고 있노라면 문득 생각하는 것. “엄마 밥이 그립다.” 그런 생각에 잠기다 보면, 요리하는 엄마의 모습이 당연한 것이 아닌 얼마나 감사한 것이었는지, 매일 달라지는 식단에는 또 엄마의 고뇌와 정성이 얼마나 들어갔을지 그제야 느껴진다. 단국대학교 앞에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엄마의 밥맛과 손맛이 그리운 학생들이 찾는 곳, 엄마의 밥상이 있다.
 
 
 
단국대학교 앞에 위치해 있는 엄마의 밥상. 사진/바람아시아
 
Q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이 식당의 이름을 “엄마의 밥상” 이라고 짓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 예전에 식당을 열기 전에 직장 생활을 했어요.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서 살았는데 그때 가장 그리웠던 것이 ‘엄마가 해주는 밥’이었어요. 이곳 역시, 대학 앞에 있어 주변에 고향을 떠나 자취하거나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이 매우 많잖아요. 학생들도 역시 타향살이를 하면서 가장 먹고 싶은 게 ‘엄마의 밥상’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의미에서 식당 이름을 ‘엄마의 밥상’으로 짓게 되었고 덕분에 학생들이 우리 식당에 친근감과 편안함을 많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만족합니다.
 
Q : 학교 앞에서 엄마의 밥상을 운영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A : 6년 정도 되었어요. 단국대학교가 죽전캠퍼스로 이전한 것이 2008년인데 2009년 3월부터 엄마의 밥상을 운영했어요.
 
Q : 많은 상권 중에서도 ‘대학교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있으신지요.
 
A : 특별한 건 아니지만, 과거에 대학교 주방장을 한 경험이 있거든요. 학생들은 대부분 학생식당의 맛?질에 불만이 많잖아요. 하지만 저렴한 가격이나 가까운 위치 등의 이유 때문에 많은 단점을 감수하면서라도 학식을 먹곤 하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렴한 가격에 학생들이 언제든 찾아와서 맛있게 한 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식당을 오픈하자고 제의가 들어왔을 때, 자연스레 대학교 앞에서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웃음)
 
사진/바람아시아
 
Q : 학교 앞에는 많은 밥집이 있습니다. 그 경쟁 사이에서 엄마의 밥상이 6년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 다른 식당과의 차별화되는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 이곳에서 엄마의 밥상을 운영하기 전에 대기업 구내식당에서 오래 일한 경험이 있어요. 구내식당 시스템의 경우 오늘 정해진 식단을 만든 후 남게 된 음식이나 재료들을 전부 폐기 처리하죠. 그러나 일반 식당의 경우 이러한 시스템이 아닌 경우가 많아요. 남은 음식이 재료값과 직결되어서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엄마의 밥상은 그 날 사용할 재료의 양만 준비해서 음식을 만들어서 재료가 동나면 문을 닫아요. 그래서 손님들한테 미안한 점이 폐점 시간이 불규칙하다는 점이에요. 물론 이것이 당연한 건데, 남은 재료를 다음 날에도 사용하는 식당들이 주변에 의외로 아주 많아요. 또, 매일 아침 재료 준비를 해야 하므로 식당 오픈은 10시지만, 저는 아침 7시 이전에 나와서 준비해요. 이 주변 식당에서 제일 먼저 나와 준비하는 편이죠. 그런 부지런함이 다른 점인 것 같아요.
 
Q :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엄마의 밥상’의 최고 메뉴는?
 
A : 두루치기와 꼬꼬철판볶음? 엄마의 밥상 초기의 메뉴이기도 하고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해요. 한국 사람들이 김치를 대부분 좋아하지만 가장 흔한 메뉴인 김치도 맛있게 만들기는 까다롭고 어려워요. 그런 점에서 두루치기와 닭갈비볶음도 대중적으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 않는 메뉴지만 은근히 맛있게 만들기는 어렵죠. 하지만 6년 동안 학생들이 가장 많이 주문하는 메뉴인 걸 보면 맛으로는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꼬꼬철판볶음과 정갈하고 맛있는 반찬들. 사진/바람아시아
 
Q : 단국대학교 학생들이 ‘엄마의 밥상’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 그냥 ‘엄밥’하면 학생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마음 편하게 한 끼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점? 아침, 점심, 저녁 어느 때든 상관없이 먹을 수 있는 메뉴와 맛이기 때문에 우리 식당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것 같아요. 실제로 우리 식당에는 여럿이 와서 먹는 친구, 혼자 와서 먹는 친구, 공부하면서 먹는 친구 구별 없이 누구든 찾아오고 편안하고 맛있게 한 끼를 해결하고 갑니다.
 
Q : 엄마의 밥상을 6년간 운영하면서 보람찼던 순간이 있는지?
 
A : 졸업한 학생들이 잊지 않고 이곳을 찾아주었을 때. 없을 것 같지만 제법 많고 결혼하고 나서도 배우자를 이곳에 데려와 함께 먹는 학생들이 많아요. 우리 식당을 그냥 한 끼 때우고 가는 식당이 아니라 자신의 대학 시절 추억이 담긴 장소로 생각해주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 보람차요. 실제로 올해 2월에도 결혼한 친구도 청첩장을 보내면서 이곳에 와서 예비 신부와 함께 식사를 하고 갔어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요. 
 
 
사진/바람아시아
 
Q : 마지막으로, 엄마의 밥상을 찾아주는 모든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A : 늘 와서 맛있게 먹어주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에 언제나 감사해요. 음식 만드는 사람은 그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 없죠. 매일 아침 7시부터 나와서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생각 외로 정말 지치고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매일 점심, 저녁 우리 엄마의 밥상에 와서 맛있는 식사를 해주는 학생들이 있기에 지금까지 엄마의 밥상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우리 식당에서 맛있는 식사, 맛있는 추억을 안고 가길 바라요.
 
 
인터뷰를 응해주신 사장님은 말씀하시는 내내 줄곧 학생들을 ‘손님’이 아닌 ‘우리 친구들’이라 지칭하셨다. ‘엄마의 밥상’에 분명 특별한 맛이나 분위기, 비법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앞에 오래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정말 엄마의 마음으로 매일 매일 학생들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음식을 준비하는 사장님의 마음이 담긴 덕이 아닐까 싶다. 비법보다 마음이 담긴 요리, 그것이 집 밥이 맛있는 이유이자 이 식당이 편안한 이유일 것이다. ‘엄마의 밥상’은 앞으로도 타향살이를 하며 집 밥을 그리워할 많은 대학생들을 언제나 그 자리에서 익숙하고 편안한 맛으로 반겨줄 것이다. 편안한 이 맛이, 식당이 집이 그리운 학생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이다솜 기자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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