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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말하기·글쓰기에 도움되는 인문교양
'제대로 알면 더 재미있는 인문교양 174' | 김대웅 지음 | 아름다운날 펴냄
2015-10-18 14:47:04 2015-10-18 14:47:04
말하기나 글쓰기를 잘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인문교양 지식에도 관심이 있으실 텐데요. 하지만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방대한 인문교양을 어느 세월에 습득할까 하는 마음에 학습 의욕을 일찌감치 접어버리신 경우도 종종 있지요. 그런 분들을 위해 추천합니다. 서양 문화의 양대 산맥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에서 비롯된 고사와 일화, 그리고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명한 사람들이 말했던 명언을 소개하는 책 <제대로 알면 더 재미있는 인문교양 174(김대웅 지음, 아름다운날 펴냄)>이 오늘의 '뒷북' 주인공입니다.
 
◇서양의 명언의 배경과 의미를 함께 전하다
 
책의 초점은 서양 인문학에 맞춰져 있습니다. 크게 신화 편, 성서 편, 그리고 시대순으로 고대 편, 중세와 르네상스 편, 근대 편, 현대 편으로 나뉘어 구성됐는데요. 고사와 일화, 명언을 일차원적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어떤 배경에서 나와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가령 신화편을 보면 카오스와 코스모스에 대해 소개하는데요. 카오스(chaos)가 혼돈, 코스모스(cosmos)가 질서를 뜻한다는 것은 다들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석탄에서 발생하는 증기를 발견했던 플랑드르의 화학자 헬몬트가 그 명칭을 chaos에서 따왔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함께 전합니다. ch를 g로 바꾸고 o를 탈락시켜 gas라고 불렀다는 것이지요. 이리하여 고대 신화의 언어와 현대의 언어를 연결하며 인문교양 지식이 우리 삶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점, 여전히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은연 중에 드러냅니다. 코스모스의 경우 얼굴을 정연하게 배열해주는 도구들, 즉 파우더, 크림, 립스틱, 마스카라 등을 가리키는 코스메틱(화장품)이라는 단어를 탄생시켰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운데요. 화장하는 일에 대해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를 창조해내는 것이라고 해석하며 책 읽는 재미를 더해주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책 곳곳에 포진해 있는데요. 성서편에서는 전 재산을 헌금을 하겠다고 공언한 후 실제로는 본전이 아까워 얼마를 숨겼다는 아나니아와 삽피라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서 비롯돼 현재까지도 아나니아가 비유적으로 '거짓말쟁이(liar)'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네요. 또 고대편에서는 기원전 4세기경 시칠리아섬 시라쿠사라는 도시국가에서 단 하루 동안 왕좌에 앉기를 왕에게 간청해 그 자리에 앉은 다모클레스라는 인물을 소개하는데요. 기쁨에 찬 다모클레스가 무심코 위를 쳐다봤다가 머리카락 한 올로 매달아 놓은 칼날을 발견해 환희가 공포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그 후 '절박한 위험'을 뜻하는 '다모클레스의 칼'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UN총회에서 핵무기를 다모클레스의 칼에 비유한 일도 있다고 하네요.
 
◇이 책의 가치는?
 
이처럼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전하는 저자 김대웅은 인문학, 예술 분야에서 주로 활동해온 인물입니다. 독일어과 출신으로 문예진흥원 심의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을 지냈고, 현재 충무아트홀 갤러리 자문위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인데요. 인문교양 분야에 종사하되 본격적으로 학문을 한 게 아니라 실제 문화판과 긴밀하게 관계를 맺으며 활동했기 때문일까요. 이 책은 인문교양 지식을 필요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습니다. 근본적으로 인문학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길러주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봤을 용어를 실제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 이 책의 강점입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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