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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애플의 iOS9 광고 차단에 담긴 의미
2015-11-02 06:00:00 2015-11-02 06:00:00
애플이 지난 9월 발표한 새로운 모바일 운영 체제(OS) iOS9에는 시장에 파장을 주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아이폰5S 이후 기기에 한해 모바일 웹브라우저 '사파리(Safari)'의 첨부된 광고를 차단(Ad Block)하는 앱 개발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iOS용 광고 차단 서비스는 등장 직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 서비스 공급자에게 돈을 주는 광고는 차단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광고 차단 서비스 업체들 중 일부는 '자사의 정책에 부합하는 광고들에 한해서만 예외 대상'이라는 이유로 몇몇 광고 배너를 노출시키기도 한다.
 
이는 페이스북 유료 광고 전략과 유사한 점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페이스북은 무료 광고 콘텐츠를 차단하지는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돈을 내야 광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광고를 통해 돈을 벌어온 사이트에서는 이에 대항해 차단 서비스를 삭제해야만 동영상이나 글 등의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제한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 플랫폼의 입장에서 이러한 선택은 도달률을 크게 떨어뜨릴 뿐이다. 기존 배너 광고는 화면에 즉시 나타나는 등 접근성이 좋았던 반면, 광고 차단 서비스를 지우라는 안내는 이용자에게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소비 패턴은 점차 PC에서 모바일로 바뀌고 있다. 과거 PC 시대에는 거대한 컴퓨터 화면에 무분별한 배너를 붙이더라도 이용자에게 큰 불편함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모바일은 다르다. 4~5인치 화면의 4분의 1, 3분의 1을 차지하는 배너 광고는 해당 페이지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에게 불편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애플의 광고 차단 서비스 허용 조치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 결정인 것으로 판단된다. 광고가 더 이상 이용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소비하도록 강요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애플은 모바일 웹에서의 광고를 차단하는 대신 자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News, Wallet, Apps, Music)를 중심으로 모바일 광고를 확장하고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하드웨어를 팔아야 이윤이 남는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자사의 기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구글에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구글은 데스크톱 광고 차단 프로그램으로 인해 지난해 117억달러(13조5954억원)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던 전례도 있다. 구글의 광고 매출(590억달러) 중 20%가 모바일 검색 광고 매출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구글은 애플의 모바일 광고 차단 서비스 허용 조치에 반발해 광고 콘텐츠를 손쉽게 담을 수 있는 액셀러레이티드모바일페이지(AMP)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광고 영역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애플의 결정과 구글의 반발 모두 모바일 영역의 광고 시장을 갖고 가겠다는 전략에서 벌어진 일이다. 애플은 자사의 아이폰, 아이패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광고 차단을 결정했고, 구글은 더 많은 이용자들이 모바일에서 친숙하게 광고를 접하게 함으로써 이윤을 내고자 하고 있다.
 
앞으로 화면을 채우는 배너를 보기 어려운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다. 대신 광고이용자 패턴의 분석에 따른 맞춤형 광고, 혹은 정보와 스토리를 담은 네이티브 광고와 같은 형태가 자리 잡게 되지는 않을까. 모바일 규격에 맞는 광고의 시대가 열리면서 변화의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다.
 
유재석 모비데이즈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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