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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쏙 경제)"아이 낳으면 누가 키워주는데?"
기혼여성 10명 가운데 2명이 경력 단절…출산·육아에 대한 부담
'인구소멸 국가' 한국…여성 대책 마련이 시급
2015-12-10 11:17:21 2015-12-10 11:17:21
3포 세대란 말이 유행이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 세가지를 포기한 요즘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여기다 인간관계, 내 집 마련, 희망까지 더한 4포, 7포 세대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결혼과 출산은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다.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세대가 늘어날수록 한국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힘든 사회 여건은 직장 생활을 하는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여성이 더 큰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기혼 여성 10명 가운데 2명이 '경력단절'…"아이 낳으면 누가 키워주는데?"
 
한 대학병원의 신생아실. 기혼여성 10명 가운데 2명은 결혼과 출산,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 이다. 사진/뉴시스
 
통계청이 발표한 경력단절 여성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 4월 기준으로 기혼여성은 942만명이다. 이 가운데 일을 하다가 결혼과 임신·출산,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은 205만3000명에 이른다. 기혼 여성 10명 가운데 2명이 '경력단절여성'이다.
 
경력단절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결혼과 출산, 육아였다. 75만7000명의 여성이 결혼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뒀고, 50만1000명은 결혼의 문턱은 넘었지만 임신과 출산의 벽은 넘지 못했다. 또 61만명은 육아를 이유로 직장을 떠나야 했다. 이 외에도 가족돌봄, 자녀교육 등도 경력단절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가족의 책임이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여성에게 더 큰 역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낳으면 일을 못한다는 게 당연한 분위기로 자리잡아 버렸다.
 
가임기 여성이 몰려 있는 30대 경력단절 여성 가운데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비율은 24.9%에서 28.8%로 늘었다. 임신과 출산으로 직장을 그만 둔 40대 여성들도 13.3%에서 18.1%로 늘어난 것은 결국 이런 인식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힘들어도 애는 낳고 키워야지"라는 기성세대의 잔소리에 "아이 낳으면 누가 키워주는데"라고 답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여성들이 처한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1인당 출산율은 1.3명에 불과하다. 세계 여성 평균의 2.5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국보다 여성 출산율이 낮은 곳은 마카오와 홍콩, 싱가포르 등 3개국에 불과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여성 정책에 힘을 쏟아야
 
한국의 기대수명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4년 출생한 아이의 평균 기대수명은 82.4년이다. 전년도 보다 0.5년 늘었다. 남자는 79년, 여자는 85.5년이다. 40년 전인 1970년에 비하면 남자는 20.3년, 여자는 19.9년을 더 오래 살 수 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4세로 높아졌다. 하지만 여성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낮다. 한국은 '인구소멸국가 제1호'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이제 코 앞으로 다가왔다. 2017년부터는 15세에서 64세 사이의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2031년 부터는 전체 인구가 줄어든다는 전망치도 나왔다. 2050년이 되면 한국 인구의 37%가 65살 이상 노인이 차지한다. 인구 10명 가운데 4명이 노인이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데이빗 콜먼 교수는 한국을 '인구소멸 국가 제1호'로 지목했고, 이 전망이 억측이 아니라는 소리다. 콜먼 교수는 2100년 한국의 인구가 2000만명으로 줄고 2300년이 되면 소멸 단계에 들어간다고 예상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한 시기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연결지어 여성에 대한 정책적인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 워킹맘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사회와 경제 구조를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여전히 한국 사회는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도 직장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수퍼우먼' 워킹맘을 요구한다. '수퍼우먼'이 될 수 없다면 가족을 챙기는 현모양처 역할을 해야 한다.
 
직장 생활까지 포기하면서 출산과 육아에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 불 보듯 뻔한데 아이를 낳아서 기르겠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여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일과 육아의 병행은 여성들에게 말 그대로 극한 도전이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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