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발표 안 할 수도 있다"
수시평가인 탓에 숫자 적을 가능성
"총선 의식한 것 아니냐" 지적도
2015-12-20 10:54:40 2015-12-20 10:54:40
금융당국이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의 발표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발표된 정기 신용위험평가에서 35곳(C등급 16곳, D등급 19곳)이나 구조조정 대상으로 이름을 올린 탓에 이번 수시 평가에서 추가로 꼽힐 기업 숫자가 현저히 적으면 결과 발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20일 금융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 결과는 내년 1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기업 개수가 많지 않으면 굳이 발표할 필요가 없어 현재까지 발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시 신용위험평가는 채권은행이 368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세부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상반기 정기평가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기업들을 살펴보고 있으나, 이미 상반기 때 35곳이나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어 이번에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들도 발표 여부 등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는 채권은행 주도로 진행된다고 강조하면서 이들의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으나, 발표 여부는 불확실하다'는 태도로 요약된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 17일 기자단 송년회에서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는 채권은행 주도로 하고 있는데, 다음 주면 마무리 단계"라면서도 발표에 대해서는 "아직 얘기 못 한다"고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경우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는 1차로 다 걸러서 했는데, 보완적으로 반복해서 한 번 더 평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일각에선 대기업 구조조정이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기업 구조조정은 협력회사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달 기자들을 만나 "총선과 관계없이 가야 한다"면서도 "대기업 구조조정은 협력사 피해 문제 등 차원이 다르므로 신중히 보고 있고, 관심이 많고 파장이 커서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시평가는 7월에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받은 곳과 채권은행 자체 '워치리스트'(감시 대상), 철강·석유화학·건설·해운업 등 4대 취약 업종 등을 집중 평가한다. C등급 기업은 워크아웃을 통한 정상화를 지원하고, D등급 기업은 회생절차 등을 통한 시장퇴출을 유도할 방침이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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