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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도정일 교수 석박사 학위 '없음' 판명…학력위조 파문 일듯
미국 학위확인기관 "No Degree(학위없음)" 확인
도 교수 "논문 통과됐지만 마무리 절차 안밟아" 해명
2015-12-28 06:00:00 2015-12-28 13:52:39
하와이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도정일(사진) 경희대학교 명예교수가 실제로는 이 대학에서 석사나 박사학위를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 교수는 "논문까지 통과된 뒤 최종 절차를 밟지 못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지난 30여년간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의적 학력위조 파문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도정일 교수는 문예비평가이자 인문학자로, 1983년 3월 경희대 영문과 교수로 부임해 2006년 2월 정년퇴임했다. 도 교수는 1983년 경희대에 임용된 이후 줄곧 하와이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복수의 학계 인사들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의 학위 확인 기관인 NSC(National Student Clearinghouse)에 따르면 도 교수는 1975년9월부터 1985년12월까지 하와이대에 적을 두기는 했지만 석사와 박사 중 아무 학위도 받지 못했다. 경희대에 임용된 1983년3월 이후 2년9개월 간, 박사논문을 쓰기 시작한 1981년 이후 4년 이상의 기간 동안 학위를 취득하지 못한 채 졸업연한을 채운 것이다.
 
◇위쪽은 도정일 교수가 하와이대에서 아무런 학위도 취득해지 못했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NSC의 확인 문서. 아래쪽은 도정일 교수가 하와이대 미국학과에서 1984년 8월27일에 받았다는 학위논문 부속문서로, '논문의 최종본을 과 사무실에 제출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경희대의 여러 공식 자료에는 도 교수가 영문학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기재돼 있지만 전공학과는 영문학이 아닌 미국학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도 교수는 "석박사 통합과정을 들었고 논문을 써 1984년 여름방학 때 논문이 최종 통과되긴 했지만 졸업신청을 못한 것"이라면서 "박사학위 과정을 수료하고 학위논문을 제출하자면 1)석박사 과목이수 완료 및 소정 학점 취득, 2)박사종합시험 통과 단계를 거쳐야 하고, 이 두 단계를 거치면 '학위논문 제외 전 과정 수료'를 뜻하는 'ABD'(All But Dissertation) 증서가 나오는데, 나는 이를 넘어 최종 단계까지 이수한 경우"라고 해명했다.
 
그는 논문 최종본을 제시하며 "학위논문 통과 증명은 최종본에 반드시 부착하게 되어 있는데, 논문 표지 두번째 페이지에 심사위원들이 'We certify that…' 이라고 쓴 부분이 이를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도 교수는 또 '결국 석사학위도 취득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박사논문을 통과시켰다는 것은 박사과정 최종 단계까지 끝냈다는 의미이며, 이 단계 속에는 석사과정 수료가 자동적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하와이대에서 미국학을 전공하고서도 그간 영문학 전공으로 알려진 데 대해 "전공은 미국학이고 세부전공은 미국문학과 미국문명인데 영문과에 들어오다보니까 직원들이 그냥 영문학 전공으로 기재하면서 생겨난 논란"이라며 "불가항력적으로 그런 혼란이 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스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한 적은 없다"는 게 도 교수의 입장인 셈이다.
 
논문이 완료되지 않은 채 경희대에 교수로 임용된 것에 대해서는 "논문은 통과된 상태에서 주석이나 참고문헌 정리 등 마무리를 안한 것"이라면서 "통과증명만 받은 것은 내가 무책임했다"고 말했다. 
 
도 교수의 이런 해명에 대해 한 학계 인사는 "도교수는 최종 학위를 받지 못했으므로 학위 논문 자체가 없는 것인데 이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ABD'라고 해도 도 교수가 박사 학위와 관련해 그동안 행해왔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도 교수는 오랜 기간 자신의 여러 저서나 경희대학교의 공식 자료들, 유명 언론사 인명정보 등에 '하와이대 영문학 박사'라고 표기되어 왔는데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아, 의도를 가지고 학력을 속이려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도 교수는 이에 대해 "출판물에 필자를 소개할 때 필자의 승인을 받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다수 있다"며, 의도적으로 학력을 부풀린 것은 아니라고 항변했다. 다만, 신문사 인물 정보에 대해서는 "그 문건을 기록하던 시점이 1984년 경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구차한 변명같아 보이지만 논문을 통과시킨 다음의 학위수령은 너무도 당연한 일로 여겨졌기 때문에 취득이라 쓴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해, 자신의 잘못을 일부 인정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도 교수의 학위에 대한 국내 정보가 계속 수정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도 교수가 건강상의 문제로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직을 그만둔 직후 올해 6월29일과 7월2일 다음, 네이버, 위키백과에서 도 교수의 학력이 하와이대학 영문학 석사 및 박사에서 하와이대학 미국학 박사과정 수료로 고쳐졌다.
 
학계 인사들에 따르면 학교 측은 후마니타스 칼리지 대학장 사임 이유를 건강 문제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학내에서는 학위 문제가 불거져 사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도 교수 학위 논란과 관련해 경희대 측은 "1983년도 당시에는 석박사 학위가 없어도 교수 채용이 가능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그동안 도정일 교수가 영문학 박사로 소개된 과정에 대해서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나볏·최병호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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