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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프리브'
2015-12-31 08:25:50 2015-12-31 08:25:50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블랙베리가 달라졌다. 자체 운영체제(OS) 대신 대중적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면서 그 동안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있어 불편한 모든 점을 해소했다. 기분 좋은 변화다.
  
일반적으로 블랙베리 스마트폰 구입을 망설이는 가장 큰 걸림돌은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다. 블랙베리 앱 월드는 규모와 질, 그 어느 한쪽에서도 안드로이드와 iOS를 따라가지 못한다. 블랙베리 단말기를 두고 스마트폰임에도 스마트하지 못하다며 '예쁜 쓰레기'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블랙베리 폰을 사용하더라도 우회적인 루트로 안드로이드 앱을 설치해 사용해야 만했다. 자체  OS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편법으로 안드로이드 앱을 깔았다고 해도 일부 은행 은행과 게임 앱은 실행이 안될 뿐더러 푸시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블랙베리 프리브를 하단에 위치한 물리 키보드를 슬라이딩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일반 스마트폰처럼 사용할 수 있다. 사진/ 임애신 기자
 
하지만 블랙베리 제품 중 최초로 안드로이드를 적용한 '프리브'를 두고 감히 예쁜 쓰레기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프리브는 블랙베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쿼티자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했다. 블랙베리는 자체 OS 대신 안드로이드 5.1.1, 코드명 롤리팝을 채택했다. 
 
프리브를 처음 보자마자 느낀 건 고급스럽고 또 고급스럽다는 것이다. 블랙으로 된 메탈과 플라스틱의 조화 속에서 은색 테두리를 둘렀다. 후면은 우레탄 같은 제질로 돼 있어서 스크래치 등 외부 흠집과 지문 등의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했다. 동시에 미끄러움도 방지했다.
 
프리브는 요즘에 보기 귀한 슬라이딩 방식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손으로 살짝 밀면 스스로 올라가는 반자동 형식이다. 물리 키보드에 슬라이딩 방식까지 적용되며 2G폰을 사용하던 아날로그 향수가 더해졌다. 과거 슬라이딩 제품의 경우 디스플레이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는 현상이 심했지만, 프리브는 하단을 더 두껍게 만들어 쏠림 현상을 방지했다.
 
하단에 위치한 쿼티 키보드를 꺼냈을 때의 모습. 상단으로의 무게 쏠림 없이 균형이 잘 맞는다. 사진/ 임애신 기자
 
화면은 5.4인치다. '갤럭시S6 엣지'(5.1인치)보다 좀 더 크다. 가로가 좁고 세로가 긴 형태인 덕분에 그립감이 좋다. 하지만 이 때문에 쿼티 키보드로 작성할 때는 불편하다. 폭이 좁아지면서 키보드 자판 크기도 작아졌기 때문이다. '패스포트'에 비해 자판이 3분의 2수준에 불과하다.
 
적응하고 나면 괜찮아지긴 하지만 여전히 불편하다면 가상 키보드를 다운 받아서 터치 형식으로 사용하길 권한다. 이렇게 하면 슬라이드를 열지 않고 일반 스마트폰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블랙베리 제품을 구매한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건 흠이다.
 
아울러 블랙베리 키보드는 애석하게도 한글을 지원하지 않는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구글 한글 입력기를 내려 받아 설치하고 옵션에서 이를 사용하도록 설정해야 한다.  
 
자판이 디자인적 요소로만 자리하는 건 아니다. 자판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블랙베리의 고민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블랙베리의 물리 키보드는 문자 입력뿐 아니라 스크롤, 퀵 앱 실행 등의 기능도 지원한다. 사진/ 임애신 기자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위아래,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화면이 움직인다. 스크롤링 기능을 하는 것이다. 가장 편한 건 단축기 기능이다. 알파벳 i를 누르면 인스타그램이 바로 실행되는 형식이다. 퀵 어플 설치는 필요한 만큼 설정 가능하다. 
 
블랙베리는 키보드뿐 아니라 앱 사용을 위한 지름길을 곳곳에 마련해뒀다. 화면을 켜면 하단 아이콘이 있는데 O모양의 홈버튼을 길게 누르면  단축키가 저장된 3가지의 앱이 뜬다. 물리적인 홈버튼을 없앤 대신 디스플레이를 두 번 터치하면이 켜지도록 했다. 이 때 왼쪽으로 슬라이딩하면 전화가, 오른쪽으로 하면 카메라가 바로 실행된다.
 
또 엣지 디스플레이에 위치한 사이드에는 바 형식의 버튼을 통해 일정이나 메일, 블랙베리 허브, 주소록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해놨다. 그렇다. 프리브는 놀랍게도 갤럭시S6 엣지처럼 양쪽면이 휘어진 듀얼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곡률이 크지 않고 끝에 검정 선이 더해져 몰입감은 낮지만, 과하지 않고 적당히 어울어진다는 느낌이다. 엣지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효과도 넣었다.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면 엣지 디스플레이를 따라 배터리 충전 정도와 남은 시간이 표시된다.
 
프리브를 충전 케이블과 연결하면 커브드 디스플레이에 충전된 정도에 따라 막대 그래프가 올라가. 시각적 재미를 더해준다. 사진/ 임애신 기자
 
퀄컴 스냅드래곤 808 64비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했고, 3GB 메모리, 기본 저장공간은 32GB다. 배터리는 3410mAh 용량으로 탈착이 안되지만 음악감상, 인터넷 검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화 등을 종일 써도 배터리를 추가로 충전하지 않아도 될 만큼 수명이 길었다. 
 
패스포트는 블루투스가 잘 잡히지 않아서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프리브는 30초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신속하다. 기본 스피커는 뒷면이나 측면이 아닌 하단 앞면 잔체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 굳이 뒤집어서 두는 불편함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이어폰 위치는 아쉽다. 통상 음악을 들으면서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메시지를 주고 받는데, 이어폰 단자가 상단이 아닌 하단 오른편에 있다보니 걸리적거렸다.
 
문제는 카메라다. 스마트폰이 스펙에서 카메라 기술 경쟁으로 옮겨진지 오래다. 그 만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고, 기대치고 높아졌다. 여태까지의 블랙베리 카메라 중 가장 좋긴 하지만 다른 스마트폰에 비하면 프리브 스마트폰은 기능은 한참 못미친다.
 
 
역대 블랙베리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 중 단연 뛰어나지만 최근 출시된 타사 스마트폰에 비하면 셔터스피드가 낮고 뷰티 기능 등이 빠져 있어 다소 아쉽다. 사진/ 임애신 기자
 
전면 200만, 후면 1800만 화소에 하이 다이나믹 레인지(HDR), 파노라마, 필터, 밝기조절 등을 제공하는 것을 빼면 이렇다 할 기능이 없다. 전작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느린 셔터스피드는 촬영 시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리고 사진을 볼 수 있는 갤러리가 따로 없다. 그래서 카메라를 실행시킨 후 사진 목록으로 들어가서 봐야만 하는 것도 불편했다.
 
블랙베리 스마트폰의 장점 중 하나는 '블렉베리 허브'다. 이는 여기저기에서 난무하는 알림을 한 군데에서 볼 수 있는 알림센터이자 단말기의 통합 관리를 지원한다. 지메일, 네이버메일, 문자메시지 등을 따로 따로 볼 필요 없이 하나로 묶어준다.
 
하지만 프리브에서 허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알림센터와 허브가 따로따로 존재하고 중복 알림도 있다. 블랙베리가 프리브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수렴해 추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 문제를 해소하길 기대해본다. 아울러 가끔 통화 중 녹음을 해야하는 일이 생기는데 프리브는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블랙베리 프리브의 전면과 측면 후면 모습. 사진/ 3KH
   
최근 10만원대 스마트폰이 출시되는 등 저가 단말기 가격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프리브는 가격 경쟁력에서 떨어지는 편이다. 현재 스마트폰 해외 구매대행 업체 3KH는 프리브 공기계를 98만3000원에 판매 중이다. SK텔레콤 신규가입과 번호이동은 각각 81만9000원과 91만9000원이다. 이동통신사 지원을 받아도 비싸 편이다. 하지만 블랙베리 전 모델인 패스포트 역시 70만원 이상의 고가였고, 전작과 비교도 안되게 스마트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가격이다. 
 
삼성이나 애플 등 다른 스마트폰을 사용했던 사람이라면 프리브를 단순히 '키보드 달려 있는 폰'이라고 정의 내리고서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쯤 블랙베리를 사용해본 유저라면 이 폰이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프리브는 블랙베리가 가지고 있던 하드웨어적 요소를 그대로 갖추면서도 다른 폰에서 가능한 대부분의 앱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브는 기존 유저뿐 아니라 블랙베리를 접하지 못한 사람들까지 유혹하기 충분하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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