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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최저임금 협상, 상대의 틀에서 벗어나야
2016-01-19 09:19:57 2016-01-19 09:20:26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일하고도 월급 30만원을 가져가는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현재 진행 중인 최저임금제 개편방안 논의에서 경영계의 요구가 모두 수용될 경우 말이다.
 
경영계의 요구를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만 18세 미만 또는 55세 이상 노동자에 대해선 연령대에 따라 시간급 최저임금의 30%까지 감액할 수 있도록 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숙박비와 식대 등을 포함하고, 수습기간을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되 이 기간에는 최저임금의 10%를 감액할 수 있도록 하고, 단순노무직에 대해서는 수습기간 감액 상한선을 30%까지 늘리자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재직기간 1년 미만의 55세 이상 노동자는 올해 주 40시간 기준 최저임금(126만270원)의 40%인 50만4108원을 최저임금으로 적용받게 된다. 특히 숙식이 제공되는 사업장이라면 이 급여에서 식대와 숙박비가 추가 감액된다.
 
물론 노동계는 경영계의 안을 반대하고 있고 앞으로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또 ‘최저생계비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자는’ 경영계의 안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면 경영계의 요구가 ‘일부라도’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매년 협상이 틀어질 때마다 공익위원들은 양쪽의 요구를 일부씩 수용하는 식으로 중재안을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재안은 노동계의 불참 속에 의결됐다. 특히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는 최저임금제 개편도 포함돼 최저임금 논의가 자칫 속도전으로 전개될 소지도 있다.
 
문제는 이런 가정이 현실로 될 경우다. 경영계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심각해 인건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경영계 요구대로 최저임금제가 개편되면 제조 대기업들만 이익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대기업의 협력·도급업체인 상황에 인건비가 하락하면 납품단가도 함께 하락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늘어난 마진’은 원청업체의 몫이 돼 노동자 간 양극화,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만 심화할 우려가 크다.
 
이럴 때일수록 노동계의 역할이 강조된다. 노동계는 현재 ‘실질생계비 최저임금 반영’, ‘공익위원 위촉 시 노사단체 의견 반영’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장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이슈를 선점하는 능력이다. 상대방이 만든 틀에 갇히면 안에선 이기고도 결과적으론 지는 협상이 될 수밖에 없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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