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아시아 증시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우려가 커지면서 ‘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지난 11일 일본 도쿄의 증권거래소에서 사람들이
증시를 보고 있는 모습이 전광판에 반사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60.78엔(4.84%) 급락한 1만4952.61에 마감됐다. 종가 기준으로 1만5000선이 붕괴된 것은 지난 2014년 10월 이후 1년 6개월만이다. 오전 장중에는 1만4865.77까지 낙폭을 확대하기도 했다.
주간 단위로는 11.1% 급락했다. 이는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주간 기준 최대 하락폭이다. 토픽스 지수 역시 전 거래일에 비해 68.68포인트(5.43%) 하락한 1196.28을 기록했다.
전날 ‘건국기념일’을 맞아 휴장했던 일본 증시는 이날 장 초반부터 4% 가까이 급락했고 15분만에 1만5000선이 붕괴됐다. 오전과 오후 내내 1만5000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장 마감 15분전 재차 5% 가까이 낙폭을 키웠다.
하마사키 마사루 아문디재팬의 전략가는 “닛케이 지수가 당분간 1만5000선 밑을 유지할 것”이라며 “더 떨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일본 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에 영향을 받았다. 11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상원 은행의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미국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 여부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달러 약세는 심화됐고 역으로 엔화는 강세를 보였다. 여기에 유가 급락, 유럽 은행주 폭락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에 대거 몰렸고 엔화 가치의상승폭을 키웠다.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달러당 112.21~112.53엔선에 거래되고 있고 간밤에는 110.985엔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달러·엔 환율이 112엔을 밑돈 것은 지난 2014년 10월31일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엔화 강세에 일본 수출업체의 주가가 곧바로 타격을 입었다. 도요타 자동차의 주가는 6.8%, 혼다 자동차는 5.5% 급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의 상승이 수출업체의 향후 실적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지면서 매도세가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일본 증시 여파에 우리나라와 홍콩 증시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191.80포인트(1.03%) 하락한 1만8354.00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 본토 주요 상장사로 이뤄진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는 152.55포인트(1.99%) 하락한 7505.37에 거래가 마감돼 7500선에 턱걸이했다. 춘제 연휴 직후였던 전날에도 홍콩H지수는 4.93% 내린 7657.92에 마감했었다.
이날 홍콩 증시는 금융주가 약세를 주도했다. 중국평안보험은 4%대의 낙폭을 기록했고 중국 공상은행은은 장중 3% 가까이 하락했다.
프랑수와 페렝 이스트캐피탈아시아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럽과 홍콩 등 글로벌 금융주가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금융 시장의 변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피는 전날에 비해 26.26포인트(1.41%) 하락한 1835.28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지난해 8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코스닥은 39.24포인트(6.06%) 급락한 608.45로 600선을 간신히 지켰다. 장중에는 8%이상 급락해 사이드카, 서킷 브레이커가 모두 발동되기도 했다.
시미즈 츠요시 미즈호자산매니지먼트 전략가는 “미국의 경기 회복세 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글로벌 경제의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면서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처럼 금융 시장의 붕괴로까지 나아갈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투자자들의 안정감이 생기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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