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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개인주의와 전체주의 넘어 공동체성 회복하려면
'공통성과 단독성' 허정 지음 | 산지니 펴냄
2016-02-22 17:21:54 2016-02-22 17:21:54
개인주의의 원자화된 삶과 전체주의의 숨 막히는 동일성을 넘어서는 공동체, 차이를 훼손하지 않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양 극단을 넘어서서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오늘 소개드릴 책은 '세상의 거울'이라 일컬어지는 문학작품을 통해 이같은 방법을 모색하는 책, 바로 '공통성과 단독성(허정 지음, 산지니 펴냄)'입니다.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두 가지 키워드
 
동아대 국어국문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제목에서 보듯 '공통성'과 '단독성'을 공동체성 회복의 두 가지 키워드로 제시하는데요. 저자는 공통성과 단독성은 양자택일의 선택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먼저 공통성을 설명하면서 이는 동일성과는 다른 것이라고 지적하는데요. 공통성은 예전의 공동체 형성 기준이었던 동일성처럼 동일한 기준을 공유한 것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이전에 전제된 기준에 따르는 것들이 아니라 차이 나는 것들이 서로 만나는 과정에서 사후적으로 확인되는 것이 바로 공통성이라는 것인데요. 즉, 저자가 말하는 공통성은 '비슷한 것들의 가까움'이 아니라 '낯선 것의 가까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가 보기에 공통성은 동일성보다는 오히려 단독성과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나치게 높이 평가되어온 주체를 비판하고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과정 속에서 공통성이 획득되는 것이며, 또 자기동일성에서 벗어나 자기 바깥의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함께 무언가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공통성이라는 주장입니다.
  
낭시, 블랑쇼, 버틀러, 네그리, 하트 등 유명 학자들의 힘을 빌려 이론적 모색을 마친 후 저자는 이런 관점을 한국문학작품들에 구체적으로 적용해 살펴봅니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 '나마스테'를 통해 말라야 마르파 마을에서 온 사내 카밀과 아메리칸 드림에 사로잡혀 미국에 갔다가 만신창이로 돌아온 신우 사이의 공통성과 소통의 문제를 살피고, 김려령 작가의 소설 '완득이'를 통해서는 한국 다문화주의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또 후쿠시마 원전재난 이후의 한국시를 통해 무엇이 양국의 공통성으로 포섭됐는지를 살핍니다.
 
저자는 공통성 외에 단독성에 대해서도 특별히 강조하는데요. 저자는 단독성은 타자를 존중하는 윤리적 자세와도 이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타자에 대한 폭력 이면에는 타자의 단독성에 대한 인식 부재가 자리하기 때문에 단독성 인식은 타자와의 대면에 있어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하네요.
 
단독성과 관련해서는 전성태의 소설을 분석해 집단주의에 환원되지 않는 단독성과 소통의 관계를 살핍니다. 또 윤동주의 후기시를 통해서는 집단의 도덕에서 단독자의 윤리로 이동했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인간 공통의 것을 수용하는 방법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시스템이나 지배와 종속의 관계, 인간 실존의 양태 등에서 다양하게 찾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배와 권력의 관계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보다 강한 위치에 서게 된다고 하네요.
 
이 책의 가치는?
 
이처럼 저자는 더 나은 공동체의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개념을 제시하고 이를 반영하고 있는 문학에 대해 분석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문학의 힘을 간접적으로 긍정하고 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이 시대 문학의 존재 의의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저술된 책이라고 하는데요. 저자는 "공통성이나 단독성 같은 부분에서만큼은 문학이 다른 매체보다 뛰어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면서 "특히 현실에서 잘 재현되지 않는 단독성의 경우 문학이 다른 매체보다 훨씬 더 강하게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문학이 사회에 대한 대응력을 가지고 현실에 바로 맞서는 게 80년대에 가능했다고 한다면, 이 시대의 문학은 다른 매체에서 재현하기 어려운 공통성과 단독성 포착에 월등한 매체로서 사회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입니다. 그간 문학이 비유, 상징, 상상력 등 현실의 틀 속에 포획되지 않는 그 너머를 드러내기 위한 노력에 그 어느 매체보다도 계속 몰두해왔기 때문에 이같은 역할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저자가 우리가 살아가는 현 사회의 고민에 근접해 저술한 덕분일까요. 각 글이 소논문의 형식을 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건 없는 사람이건 모두 관심있게 읽을만한 내용인데요. 특히 저자는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했습니다.
 
"개체의 속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공동체에 대한 열망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또 최근에 다문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하는데 나와는 이질적인 존재, 차이와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도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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