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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O2O 사업확장에 스타트업 '진땀'
"카카오가 두려운 존재"…O2O 스타트업 위기감 확산
2016-02-23 15:40:52 2016-02-23 15:40:52
카카오(035720)의 무차별적인 서비스 확장에 O2O(Online to Offline) 스타트업들은 상대적으로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예비창업자들 중에는 카카오가 진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O2O 서비스만 골라 창업을 시도하는 등 특이한 창업트렌드까지 형성되고 있다. 이에 카카오가 예비창업자들의 창업 욕구를 꺽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흘러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대리운전, 뷰티 등 다양한 분야로 O2O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기존 유사한 서비스를 운영하던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향후 카카오가 눈독들일 만한 분야의 O2O 서비스를 운영 중인 스타트업들도 노심초사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고급택시 운전 기사가 '카카오 블랙'을 시연하고 있다. 고급택시 호출서비스인 카카오 블랙은 3000㏄급 벤츠 E클래스 차량 100대로 운영되며 기본요금은 8000원이다. 사진/뉴시스
 
청소 O2O 서비스를 운영 중인 스타트업 대표는 "카카오가 우리와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밤에 잠이 잘 안올 정도"라고 말했다.
 
또 한 예비창업자는 "요즘 창업 모임을 가보면, O2O 서비스를 준비하는 친구들의 경우 카카오가 할 것같은 O2O 서비스는 제외하고 사업 아이템을 선정한다"며 "1차적으로 창업자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행동이지만, 그만큼 카카오가 두려운 존재인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택시와의 경쟁에서 밀려 폐업을 결정한 택시 O2O 서비스 '리모택시'의 경우도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회사는 투자자들로부터 추가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폐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름의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기존 사업자들과의 상생전략을 짜는 등 고군분투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만큼 스타트업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곳은 없다"며 "스타트업들이 기존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대리운전 O2O 서비스 '버튼대리'와 뷰티 O2O 서비스 '헤이뷰티'는 긴장하고 있다. 카카오가 해당 O2O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버'와 뷰티 서비스 '카카오 헤어샵'은 올해 상반기 중 정식 출시된다.
 
버튼대리는 카카오의 대리운전 O2O 서비스 진출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작은 기업들끼리 십수년 동안 일궈온 시장에 카카오가 숫가락을 얹는다는 것이다. 구자룡 버튼테크놀로지 대표는 "기존 대기업이 없는 시장에 들어와서 작은 기업들과 경쟁하려하고, 또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뺐는 등 모든걸 혼자 다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 대표는 "우리는 IT적인 측면에서 기존 사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상생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버튼대리는 기존 업주들과의 상생을 추진하고,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영업을 강화하는 등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카카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방침이다.
 
헤이뷰티도 카카오 헤어샵의 등장에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헤이뷰티는 지난 1월 정식 서비스를 출시하고, 사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며 발빠르게 가맹점을 늘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 헤어샵의 출시가 공식화됨에 따라 회사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임수진 헤이뷰티 대표는 "카카오와의 경쟁이 부담스럽고, 힘든 것도 사실"이라며 "카카오 헤어샵이 나올 것이라는 것은 지난해 카카오가 하시스(미용 SW 기업)를 인수할 때부터 예견했고,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임 대표는 "O2O 서비스가 대세인 만큼 대기업들이 다양한 O2O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것 같다"며 "이케아가 국내에 들어왔을 때 한샘이 '메기 효과(catfish effect)'를 본 것처럼, 우리도 카카오를 꼭 이겨보겠다"고 강조했다.
 
류석 기자 seokit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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