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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삶의 주인이 되게 하는 청소년 인문학
2016-03-17 17:12:38 2016-03-17 17:12:38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대학입시생들을 보면 문득 안쓰러울 때가 많은데요.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한창 모색해야 할 시기에 일단 '발등의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마음으로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모르는 채 대학입시에 매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많은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나왔습니다. 오늘 뒷북 코너에서 소개할 책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청소년 인문학(김재익, 이임찬, 조성환 공저, 책담 펴냄)'입니다.
 
인문학으로 나,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기
 
인문학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문학을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학문으로 바라보는 인식은 부족한 듯합니다. 그저 나의 모자란 스펙을 보충해줄 도구로서 인문학을 접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인데요. 책 '지금 이 순간 청소년 인문학'은 조금 다릅니다. 청소년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는 콘셉트로 저술된 책인데요. 특히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도 중간중간 아리스토텔레스나 장자, 노자의 핵심 사상을 곁들이고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저자들은 모두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대학원 제자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저자 중 한 명인 조성환씨는 "처음에는 어린이들을 상대로 서당 식으로 혹은 플라톤이나 공자가 했던 식으로 고전 강독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최진석 교수와 나누다가 소개를 받아 한솔교육에서 강의를 하게 됐고, 그걸 바탕으로 책까지 내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이 이야기하듯 흘러갈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가 있었던 셈입니다. 
 
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나를 알아가기'와 '세상과 마주하기'인데요. '나를 알아가기'에서는 행복, 자유, 마음, 생명을 키워드로 삼아 인문학적 사유를 펼쳐가고, '세상과 마주하기'에서는 사랑, 꿈, 리더, 공공을 단초로 내세워 이야기를 진행해갑니다.
 
가령 '나를 알아가기' 중 행복 편을 보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인용되는데요. 저자는 행복해지기 위해 목표로 삼았던 좋은 성적, 대학 등이 오히려 우리를 괴롭힌다는 점을 설파하며 다른 종속적 목적보다 커다란 목적을 먼저 선택하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조곤조곤 이야기해나갑니다.
 
'세상과 마주하기' 중 꿈, 리더, 공공 편에서는 개인이 어떤 꿈을 꾸며 사느냐에 따라 사회의 모습도 바뀐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저자는 장자의 '소요유'를 인용하며 상상의 새 대붕의 날갯짓이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은 소망을 상징한다고 설명하는데요. 그리고 이어서 마치 대붕처럼 자유를 향한 꿈을 꾸었던 마틴 루서 킹 목사, 백범 김구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책의 가치는?
 
보통의 경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책은 연구자가 직접 쓰는 게 아니라 연구자의 것을 재구성해 글을 써내려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이 책은 표면상으로는 쉬운 어휘를 구사하고 있지만 연구자들이 직접 쓴 책이라 그런지 좀더 깊이가 있는 편입니다. 마치 이솝우화를 어른들도 읽는 것처럼 어른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인문학 책으로 손색이 없는데요. 
 
저자들이 이 책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나의 행복, 나의 자유가 세상의 꿈,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인문학, 즉 사유하는 힘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저자 조성환씨는 "어른은 잘 바뀌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고전을 배워야 위대한 사상가가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인문학 조기 입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진정한 자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좀더 일찍 깨우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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