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삼강오륜을 덕목으로 삼는 유교 사상, 한국 현대사회에서는 옛날의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치부되기도 하고 때로 비판과 혁신의 대상으로까지 여겨지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공자와 맹자 등이 살았던 시대적 특수성을 감안하고 받아들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유교 사상의 핵심 가치만을 추려본다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들을 가득 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오늘 뒷북에서 소개할 책, ‘맹자, 썰전을 벌이다(윤지산 지음, 탐 펴냄)’는 바로 그런 가치에 주목한 책입니다.
맹자, 혼란한 시대에 경종을 울리다
유교사상가 중에서도 특히 이 책이 조명하는 것은 맹자입니다. 맹자는 아시다시피 대 혼란기였던 춘추 전국 시대에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올바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본질과 집권자의 역할에 대해 설파하고 다닌 사상가입니다. 일반 대중에게는 오십보백보, 맹모삼천지교 등과 같은 짤막한 단어들로도 널리 알려진 사상가이지요. 맹자는 살아 생전에 여러 나라들을 떠돌아다니며 왕들과 설전을 벌였다고 합니다. 쉽게 짐작할 수 있다시피 당대의 왕들에게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고 하네요. 높은 자리의 사람들이 쓴소리를 싫어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나 봅니다.
임원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또 석하고전연구소를 운영하며 동양고전 번역 작업을 하고 있는 저자 윤지산은 맹자 철학 특유의 매력으로 '맹자' 전체에 흐르는 '사람다움의 길'에 대한 확신과 신념을 꼽았습니다. 맹자는 도덕성을 인간 본질로 설정했는데요. "보통은 한쪽으로 치우치게 마련인데 맹자는 측은지심과 호연지기를 언급하며 인간미와 엄격한 기상을 동시에 보여준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또한 이전까지 명확하지 않았던 인성론을 철학적 테제로 삼은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맹자의 매력이라고 하네요.
책에서 저자는 맹자의 핵심 사상인 성선론과 왕도정치를 소개합니다. 성선론은 사람에게는 타고난 본래의 어진 본성이 있다는 것으로, 악인이라도 변화의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긍정적인 사상입니다. 또 왕도정치는 요임금처럼 힘이 아니라 인과 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 나라 저 나라를 전전하며 자신의 주장대로 선한 정치를 펼칠 임금을 찾던 맹자는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고향인 추나라로 다시 돌아옵니다. 이 책의 출발 지점이 바로 여기인데요. 낙향한 맹자가 제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왕들과의 '썰전'을 벌인 일에 대해 소개하고 그 속에 녹아 있는 자신의 핵심 사상을 전한다는 컨셉트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인간의 올바름을 이야기한 맹자는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눈앞의 일에 급급한 위정자의 입장에서 한 발 떨어져서 본다면 다른 평가가 가능하겠지요. 맹자는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이므로 선하게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다'라는 구조로 자신의 논리를 설파하는데요. 이 구조 아래서 봐야만 평화도, 개인적 이익도 발생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저자는 맹자 사상의 실용성과 관련해 "사익의 충돌보다 관용의 협력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가장 실용적인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다 읽고 '맹자'를 한 번 더 보기를 추천했습니다. 이 책은 맹자 사상의 핵심을 짚고 있고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국제 정세를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맹자의 핵심 요약본 및 보충 설명서'와 같은 격이라는 설명인데요. 저자는 '맹자'를 직접 읽어야 맹자의 호흡이 느껴지고 사유가 보인다며, 원전을 읽으며 한 번쯤 '인간의 길'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해본다면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책의 가치는?
고전이 당대는 둘째치고 현대사회에 도대체 어떤 쓸모가 있느냐고 물을 분들도 계실텐데요. 혼란스럽던 시기, 위정자들을 향해 쓴 소리를 뱉었던 맹자의 철학은 의외로 동시대성이 풍부합니다. '맹자, 썰전을 벌이다'에서는 인간의 본성을 믿고 끊임없이 교화를 시도했던 교육가, 왕도정치를 하지 못하는 경우 역성혁명도 가능하다고 믿었던 개혁가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데요. 특히 정치란 '여민해락', 즉 왕이 좋은 것을 독차지하지 않고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맹자의 말씀은 오늘날 정치가들도 함께 깊이 묵상해야 할 금언이 아닌가 싶네요.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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