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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에 싸움 걸었다가 폭행당해 사망…업무상 재해 불인정
법원 "사적인 화풀이의 일환까지 업무로 볼 수 없어"
2016-04-24 09:00:00 2016-04-24 09:00:00
[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화풀이로 동료에게 먼저 시비를 걸어 몸싸움 사망한 택시기사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강석규)는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택시기사로 근무하던 A씨는 평소 B씨와 차량관리 문제로 자주 다투던 중 2013년 9월2일 차량브레이크라이닝을 교체하지 않은 채 교대를 한 B씨와 또다시 언성을 높였다.
 
A씨는 다음날인 3일 새벽 3시15분쯤 평소보다 일찍 기사대기실에 출근해 B씨에게 앙갚음을 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B씨가 들어오자 A씨는 시비를 걸면서 주먹으로 때리고 빗자루도 휘둘렀다.
 
몸싸움은 10여분 만에 멈췄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의 흰옷에 발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화가 나 B씨에게 다가가 발길질을 해 다시 싸움이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A씨는 배를 발로 가격당해 뒤로 넘어지면서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뇌출혈이 발생했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숨졌다.
 
A씨의 유족은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B씨와 다툰 것에 앙갚음을 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가 먼저 시비를 걸고 싸우다가 숨지게 됐다"면서 "A씨가 정상적인 직무의 한도를 넘었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A씨의 유족은 지난해 11월 소송을 냈다.
 
한편, B씨는 A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기소돼 지난 2014년 6월 실형을 확정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의 유족은 "A씨가 교대근무자인 B씨와 차량관리 문제로 다투다가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며 "직무의 범위 내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인관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로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의 폭력은 사회적 상당성을 넘어서는 것"이라면서 "사적인 화풀이의 일환이므로 이런 경우까지 A씨의 업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오히려 A씨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은 A씨의 자의적인 도발에 의해 촉발된 B씨의 폭행이 원인"이라며 "A씨의 사망이 수행하던 업무에 내재하거나 이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진 /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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