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봄날 피크닉을 다녀온 뒤 갑자기 열이 나고 고통을 호소한다면 조속히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야생진드기에 물려 전염병에 걸린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야생진드기로 인한 질병이 극성을 부려 주의가 필요하다.
이달 초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과 쯔쯔가무시병이 확대되고 있어 야생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당부했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과 쯔쯔가무시병은 진드기에 물려 옮는 대표적인 전염병이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은 살인진드기라고도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에 의해 전염되는 질환이다. 2011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환자 감염이 확인된 신종 전염성 질병이다. 진드기가 활동하는 봄부터 가을까지 주로 흔하다. 전국에 걸쳐서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제주도가 발생률이 가장 높고 도심 근교에서 환자 발생이 있다.
진드기에 물리고 약 1~2주의 잠복기가 지난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원인도 모른 채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감기와 비슷하게 피로, 식욕저하,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두통과 근육통, 림프절이 붓는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호흡곤란, 의식저하 등이 나타나면서 혈소판과 백혈구가 감소해 몸속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사망률이 30%인 치사율이 높은 질환이다.
쯔쯔가무시병은 집쥐, 들쥐, 야생 설치류 등에서 기생하는 털진드기 유충에 물렸을 때 발생하는 질병이다. 일본의 일부 지방에서만 발생하던 풍토병이었지만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됐다.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의 서남부 지역에 수풀이 우거진 지역에서 환자 발생이 많다.
진드기의 유충에 물린 후 증상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보통은 10~12일이다. 처음에는 두통이 심해지고, 점점 온몸에 오한과 전율이 생기면서 열이 나고 근육통이 심해진다. 진드기 물린 부위는 처음에는 5~20mm 정도의 가피(딱지)가 나타나고, 붉고 경화된 병변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수포를 형성한 후 터져 흑색으로 착색된다. 균에 감염된 후 3~5일 후에는 몸통의 발진이 팔과 다리까지 퍼진다. 쯔쯔가무시병을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간수치가 올라가고 백혈구 숫자와 혈소판 숫자가 내려가는 등 혈액 검사 이상 소견이 나타난다. 뇌수막염, 폐럼, 신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털진드기 유충은 들쥐가 주로 다니는 야산이나 논밭, 풀잎, 잔디에 숨어 있다가 사람을 공격한다. 봄철에 야외 나들이를 즐기는 장소에서뿐만 아니라 가을철에 벌초, 주말농장, 텃밭 가꾸기, 등산 등과 같은 풀이 많은 곳에서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과 쯔쯔가무시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잔디나 풀과 살갗이 닿지 않도록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풀밭 위에 그냥 눕지 않고 돗자리 등을 깔고 그 위에서 쉬어야 한다. 또한 진드기가 직접적으로 잔디와 접촉하지 않더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옷에 유충이 붙어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야외 나들이 후에는 옷을 깨끗하게 세탁해야 한다. 진드기가 피부에 붙어있는 것을 확인한 경우에는 침이 피부 속으로 침투해 있기 때문에 힘을 줘 떼어내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이 매우 심한 경우는 병원에 입원해 항생제 치료와 증상 완화를 위한 일반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며 "사람 간의 전염성은 없기 때문에 격리 조치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한 번 걸렸다고 해서 면역력이 생기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야외활동 시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도움말=서울아산병원)
◇야외 활동이 잦은 봄에는 야생진드기로 유발되는 질환을 주의해야 한다. 되도록이면 풀이나 잔디에 집적적인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 갑자기 열이 나거나 소화기계 이상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사진제공=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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