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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여성들, 버려진 아기들 : 아일랜드가 낙태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하는 이유
세계시민
2016-07-03 14:57:02 2016-07-03 14:57:02
전통적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는 ‘낙태 금지법’으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원치 않은 임신을 해도 아이를 낳아야 하거나 낙태를 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등의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이는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임과 동시에 필요치 않은 죽음을 불러올 때도 있다. 아일랜드는 이혼과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며 보수적인 부분을 두루 개선했으나 안타깝게도 낙태의 불법화로 여성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법과 인식이 금방 바뀌진 않을 테지만 사람들은 낙태법 개선에 대한 시위를 하며 낙태의 합법화를 요구해오고 있다. 이런 아일랜드 낙태법 문제에 대해 The Guardian이 2016년 5월 5일에 보도했다.
 
사진/바람아시아
 
어제(2016.05.05), 아일랜드의 재활용품 처리 공장에서 갓난아기의 시체가 쓰레기에 둘러싸인 체 발견되었다. 그렇게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내 고향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오래전부터 전해져왔다. 내가 태어난 해에도 이 얘기는 많이 회자되었다. 1984년에는 15살의 여학생이었던 앤 로베트가 거의 죽음에 가까운 채로 그래나드에 있는 버진 매리의 작은 동굴에서 몰래 아기를 낳다가 발견되었다. 그녀의 갓난 아들은 옆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고, 그녀는 그날 늦게 병원에서 죽었다.
 
(이 일이 있은 후) 겨우 3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케리 주의 화이트 스트랜드 해변으로 갓난아기가 떠내려 왔다. 그 아기는 칼에 찔려 죽어 있었다. 아일랜드의 경찰은 그 지역에 거주하는 조안나 하예스라는 여성에게 자백을 요구했다. 이후에, 하예스는 자신이 한 일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녀는 현지 유부남 제레미 로크에 의해 임신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아기는 태어난 직후에 죽었고, 하예스가 가족 농장에 묻어주었다. 하예스가 몸을 추슬렀을 때, 경찰은 그녀가 쌍둥이를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캐허시빈 해변에서 발견된 아기가 하예스와 로크와는 다른 혈액형을 가진 것이 드러났을 때, 경찰은 하예스가 동시에 두 명의 남자의 아기를 임신했다며 터무니없게도 그녀를 고소하였다.
 
만약 선데이 트리뷴으로 걸려온 그래나드에 거주하는 누군가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절대 앤 로베트에 대해 들어보지 못 했을 것이다. 그 신문은 1984년 2월 4일 자 신문에 이야기를 실었고, 아일랜드 방송에서 사랑받는 게이 바이언은 토요일 밤 라이브로 진행된 텔레비전에서 “15살 소녀, 벌판에서 출산하고 죽다.”를 읽었다. 잠깐의 냉랭한 침묵 후에 바이언은 신문을 던지며 말했다. “전혀 놀라울 일이 아니군.”
 
로베트의 죽음과 케리 주의 아기 사건은 미혼모들에 대한 대우를 둘러싼 국제적인 국가 차원의 논의 추진에 자극이 되었다. 게이 바이언의 라디오 쇼는 수백 개의 편지를 받았다. 그것들은 은폐된 출산, 절망적인 여성들에 대한 끔찍한 개요서, 아이들의 납치와 때때로 있는 살인과 같은 오래되고 비극적인 역사를 나열했다. 이것은 아일랜드가 투표를 통해 헌법으로 낙태 금지를 제정한지 겨우 1년 후의 일이었다. 바이언은 편지들을 크게 읽었고, 많은 이들이 마침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다행히 여겼다.
 
우리는 아일랜드에서 일어난 모든 일이 다 지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전과는 다른 나라라고 말이다. 더 이상 콘돔을 사기 위해 처방전을 받을 필요가 없다. 1995년에는 이혼이 합법화되었다. 심지어 작년부터는 동성 결혼도 하게 되었다.
 
그런데도 왜, 공화국 사람들의 평등 결혼을 위한 압도적인 지지를 표하기 위해 투표를 진행하기 불과 2주 전에,  아직 탯줄도 떼지 않은 갓난아기가 심각한 저체온증에 걸린 채 더블린의 도로 한 쪽에서 발견되었을까? 그 주는 그 여자아이에게 마리아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 물론 아베 마리아 아베다 - 공무원들이 이름을 짓고, 나 또한 아기의 어머니가 찾아오기를 호소했다.
 
그리고 왜 지금, 고작 일 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작은 여자아이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을까. 주 정부는 왜 다시 한 번 귀에 거슬리게 깜찍스러운 ‘관심’이라는 표현을 쓰며 다그치고, 난 또다시 “어머니”가 의학적 치료를 위해 나타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Mammy, Mum :  이런 단어의 선택은 매우 위선적인 데다가, 주가 위험을 안고 있는 임산부들을 그래나드의 성녀 성모마리아에게 기도하라고 보내는 것과 같다. 아일랜드는 Mammy에 대해 신경 쓰고, Mum에 대해 신경 쓰는 척하지만, 엄마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임신한 여성들과 소녀들에게서는 시선을 돌린다. 그들은 너무 어리거나 가난해서 낙태를 위해 영국까지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신경 써주지 않는다. 아일랜드가 이런 문제들 - 여성들의 몸, 여성들의 선택과 권리 - 에 대해서는 전혀 진보가 없다는 이슈가 왜 생긴다고 생각하는가?
 
지금은 1984년이 아니라 2016년이다. 우리가 여성들이 비밀리에 출산을 해야만 한다고 느끼지 않고, 갓난아기들이 길가나 휴지통에 버려지지 않는 아일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분명히 아일랜드 사람들은 무감각하고 지각없는 태아를 임신 초기 상태에서 고통 없이 보내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날에, 집에서 날아온 또 다른 소식들이 나를 슬프게 하고 (그 뉴스를) 믿지 못하게 만든다 : 낙태용 알약을 먹어 처벌받은 젊은 여성, 망명을 희망하는 성폭행 피해자로 26주 동안 임신하도록 강요받고 제왕 절개로 분만한 10대 소녀, 시체나 다름없지만 인큐베이터 안에서 뇌사 상태로 계속 살아있는 여성, 사비타 할라파나바의 이념적 죽음, 재활용 공장에서 발견된 죽은 아기, 조안나 하예스, 앤 로베트; 그리고 아무도 익명의 전화를 걸지 않아 우리가 모르고 있는 수백의 많은 이들. 이들 또한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다.
 
 
 
서울외국어고등학교 라원재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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