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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수 정화를 위해 지렁이를 사용하는 와인 양조장
세계시민
2016-07-28 14:08:10 2016-07-28 14:08:10
환경오염은 수질오염, 토양오염, 대기오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때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가장 주된 원인이 바로 폐수다.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폐수도 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폐수가 발생하는데 최근 지렁이를 이용하여 친환경적으로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방법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관련된 내용을 영국 일간 가디언(The Guardian)이 지난 5월 10일에 보도했다.
 
사진/바람아시아
 
메를로, 샤르도네 같은 와인을 마실 일이 있다면 와인 생산자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지렁이를 위해 건배를 하고 싶을 수도 있다. 지렁이는 와인을 마시는 대다수가 생각조차 못하는 곤란한 문제인 폐수를 처리하는 데 나온 최근 방안이다.
 
캘리포니아산 와인 한 잔을 생산하는 데 14갤런(52리터)만큼의 물이 필요하다. 물의 대부분은 포도를 가공한 뒤 양조장과 와인을 담는 통을 청소하는 데 사용된다. 대부분의 양조장에서는 사용될 폐수를 공기분사연못으로 보내는데 그곳에서는 박테리아가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몇 주간 물속으로 공기가 분사된다.
 
칠레 기업인 바이오필트로(BioFiltro)는 지렁이가 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통에 폐수를 붓는 대책을 내놓았다. 캘리포니아 맨도시노 카운티에 위치한 페츨러 빈야드(Fetzer Vineyards)은 그곳에서 발생하는 100%의 폐수를 바이오필트로가 고안한 대안을 이용해 처리하겠다고 서명한 미국의 첫 와인 양조장이 됐다.
 
부지런한 지렁이들은 불과 4시간 내에 물을 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가 거의 필요하지 않고 부산물로 오직 지렁이 배설물만 나오는데 이는 포도밭에 영양분이 많은 비료로도 사용될 수 있다.
 
페츨러의 재생가능 발전 책임자 조쉬 프리게(Josh Prigge)는 “이 시스템은 자연을 사용하는데 지렁이와 미생물을 이용해 포도주 양조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폐수를 처리한다.”고 말했다.
 
바이오필트로는 지렁이를 사용한 시스템을 페츨러에 도입하기 시작했고 2016년에 경작한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인 올해 말에 완전히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페츨러와 바이오필트로는 시스템의 비용을 밝히는 것을 거부했다.
 
페츨러는 1999년부터 태양 에너지와 같은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여 모든 작업을 진행하도록 시스템을 바꾸는 등 오랫동안 와인 제조업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데 앞장서왔다. 페츨러는 최근 비코프인증(B Corporation)을 받은 가장 규모가 큰 양조장이 됐다. 엄격한 환경 및 사회 기준을 충족해야 인증을 얻을 수 있다.
 
많은 포도농장과 와인 양조장은 캘리포니아에서의 가뭄으로 용수 수요를 대폭 줄였다. 저수류 취수 설비와 계량기를 더 설치하여 소비를 정확히 측정하는 점적 관개(느리게 한 방울씩 필요한 곳에 물방울을 흘려주는 것)로 시스템을 바꿔 물을 아꼈다. 어떤 곳은 물을 가져오기 위해 시내의 흐름을 바꾸는 것을 막기 위해 우물을 만들었다. 토양의 수분을 유지해주는 기술과 비에 의존하여 관개의 필요가 줄어드는 건조 재배 방법으로 바꾸는 경우도 생겼다.
 
바이오필트로의 방법은 칠레 대학의 생물물리학 교수인 호세 토하 카스텔라가 개발했고 그의 학생 중 한 명이자 회사 공동 창업자인 알렉스 비야그라가 상업화했다. 미국 지사 매니저 마이 앤 힐리는 “이 방법은 6개국 129곳, 남극부터 아카타마 사막에 이르는 극한 환경 그리고 캘리포니아나 워싱턴 등지의 사람과 젖소에서부터 도축장과 양조장에 이르기까지 폐수가 나오는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힐리는 또한 “지렁이는 우리의 시설에서 엄청난 스타다.”라며 “지렁이는 오염물을 소화하고 분해시키며 소화관에서 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박테리아가 생산된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박테리아가 정말로 아무런 대가 없이 24시간 매일 일하는 주체다.”라고도 덧붙였다.
 
바이오필트로는 모든 시설마다 1세제곱야드마다 12,000마리의 지렁이를 보관할 수 있는 커다랗고 콘크리트로 만든 상자를 설치한다. 상자 맨 밑에는 공기가 지나갈 수 있도록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밑에서 위로 자갈, 약 3피트 두께의 나무 대팻밥이 넣어져 있고 맨 위층은 지렁이와 박테리아들로 채워져 있다. 이 단단한 상자를 하늘을 향해 열어놓은 채로 폐수를 간단히 지렁이 더미 위로 붓기만 하면 된다.
 
바이오필트로는 특정 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다른 종류의 지렁이와 박테리아 조합을 이용한다. 사용된 지렁이는 해당 지역 환경에서 잘 번식할 수 있는 종을 사용한다. 폐수 속 큰 고체는 나무 부스러기에 걸러지며 지렁이가 그것을 분해한다. 미세한 고체는 박테리아가 나무 부스러기와 지렁이의 소화관에서 처리한다.
 
페츨러는 너비 36피트, 길이 200피트, 높이 6피트에 이르는 3개의 상자를 이용할 예정이다. 총 길이 100m로 추정되는 캘리포니아 레드웜이라는 종이 주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힐리는 말했다.
 
가장 먼저 작업에 투입돼 선봉자 역할을 하는 지렁이는 이미 페츨러 와인 양조장의 인큐베이터에서 길러지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지렁이는 폐수에 점차 노출되어 자신이 수행할 역할을 익힐 것이라고 힐리는 말했다.
 
바이오필트로는 상자에 있는 지렁이의 배설물을 모으기 위해 1년에 1~2차례 정도 양조장을 방문한다. 페츨러는 이렇게 수집된 배설물을 와인을 양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른 퇴비와 합쳐 포도밭 토양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사용한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토양화학과 부교수 샌자이 파리크는 바이오필트로의 방법이 와인 양조장의 폐수를 처리하는 데 있어 유망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파리크 교수는 “억제된 환경에서 자연적인 시스템을 되살리는 형태의 접근 방식은 매우 좋은 방법이고 굉장히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와인 양조장과 토마토 통조림 공장. 이와 비슷한 시설 모두가 고려해야 하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와인 양조장에서 폐수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조사한 연구에 공동으로 참여했던 파리크는 대부분의 양조장이 증명된 기술이기는 하지만 박테리아와 공기의 접촉을 위해 지속적으로 공기를 폐수 안으로 넣어줘 둘을 섞어줘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많이 사용되는 공기분사연못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힐리는 공기분사연못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공기를 주입해야 하는 연못은 몇 주, 심지어 몇 달도 걸릴 수 있을 만큼 폐수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리다. 이 방법은 작업이 진행되면서 계속해서 늘어나는 물을 보관할 만한 넓은 면적의 토지를 필요로 한다. 처리 과정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들이 바이오필트로가 고안한 방법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렁이를 이용한 방법에는 한 가지 숨겨진 단점이 있다. 공기분사연못을 사용하는 방법보다 폐수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농업 과정에서 소금은 자연히 폐수에 축적된다. 와인 제조 과정에서도 특히 그런데 많은 세정제가 나트륨을 함량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크는 소금은 점토 입자들을 서로 결합하게 만들어 토양이 물을 흡수하는 것을 막기 때문에 폐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데 덜 유용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많은 식물은 소금기 있는 물이나 토양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희석이 염분을 제거하는 데 가장 선호되고 저렴한 방법이지만 파리크의 연구는 다른 대안을 내놓았다.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나트륨을 기본으로 한 화학 세정 물질을 칼륨에 사용한 대안 물질로 바꾸는 방법이다. 폐수에 있는 칼륨은 실제 토양을 더욱 비옥하게 만들 수 있다.
 
파리크는 “전반적으로 우리는 와인 양조 과정에서 발생한 폐수가 재사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어쩌면 관개를 하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폐수 내 염분이 높을 때 희석하는 것이나 소금기를 제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페츨러는 현재 처리된 폐수를 땅에 뿌려 상수면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바이오필트로의 방법이 작동된다면 처리된 폐수는 연못으로 보내질 것이며 조경을 관개하는 데도 사용될 것이다. 현재 연못은 우물이나 가까운 시내에서 끌어들인 물을 사용하고 있으나 페츨러는 이제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나아가 시내와 지하수를 품고 있는 지층인 대수층에 대한 의존을 낮추기 위해 빗물을 모으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프리게는 페츨러가 더 많은 시험과 품질 관리를 통해 지렁이를 사용해 처리한 폐수를 포도밭을 관개하는 데 쓰면서 물 소비의 악순환을 효과적으로 단절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리게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기업의 책임성의 진보다.”라며 “우리는 그저 우리의 영향력을 줄이고 싶은 게 아닌 영향을 없애고 싶다.”라고 말했다.
 
 
 
 
상산고등학교 정지윤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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