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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달콤한 선택 : 인기는 없지만 지구에는 더 좋은 인조 향수
세계시민
2016-08-01 13:27:46 2016-08-01 13:27:46
산업이 발달하면서 평소에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사람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합성화학물질이다.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물질로 생활하는데 익숙해졌다. 한편으로는 화학물질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다시 자연 속에서 찾은 물질을 선호하는 경향도 생겼다. 물론 자연 속에서 찾은 것이 사람에게 덜 해롭겠지만 향수의 경우는 다르다. 오히려 인공적으로 만든 향수가 지구 건강에는 더 좋기 때문이다. 관련된 내용을 영국 일간 가디언(The Guardian)이 지난 5월 23일에 보도했다.
 
사진/바람아시아
 
생물학자 파니 라코토아리벨로(Fanny Rakotoarivelo)는 마다가스카르 북쪽 해안지역 정글에서 파파야 꽃의 가지에 비닐봉지를 놓았다. 그 속에서 기류는 방향유를 빨아내며 꽃 속으로 퍼졌다. 방향유에서 나오는 향기는 다른 가방에 담기고 라코토아리벨로의 서류가방 속에 보관된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향수 제조회사인 심라이즈(Symrise)의 독일 본사로 운반되면 과학자들은 향기를 다시 만들어낼 시도를 하게 된다.
 
라코토아리벨로가 사용한 방법은 헤드스페이스(headspace) 기법이다. 지난 30년 동안 헤드스페이스는 과학자들이 병속에서 자연을 재창조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ETC 그룹 환경감시조직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실제 꽃을 병에 담는 것보다 더 자연친화적인 방법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라이즈는 인공 바닐라인 바닐린(바닐라 향을 내는 화학물질)을 1874년에 만들었음에도 계속해서 자연 바닐라의 주된 공급자로 남았다. 바닐라는 19세기 중반에 처음으로 마다가스카르에 들어왔다. 오늘날엔 세계 바닐라 조미료와 향수의 절반을 생산하면서 마다가스카르의 ‘검은 금’이라 불리고 있다. 10% 정도는 심라이즈를 통해 생산되는데 2014년 말 마다가스카르에 추출 공장을 열고 1,000명이 넘는 지역 농부와 함께 일하고 있다.
 
깨끗한 해변과 길을 따라 늘어선 망고, 바나나, 코코넛 나무가 있는 마다가스카르는 흡사 호황을 누리기 전 하와이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마다가스카르가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구성하고 있는 반면 주민들은 광범위한 가난과 부패를 견뎌내고 있다. 2010년만 하더라도 75%가 넘는 인구가 가난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풍부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마다가스카르는 유엔개발계획(UNDP)의 2014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조사 대상 187개국 중 155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심라이즈는 자체 농장을 소유하지 않는다. 협력사들로부터 공정무역을 통해 적절한 가격을 주고 원료를 공급받는다. 바닐라는 마다가스카르의 토착종이 아니기 때문에 훨씬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노동집약적 작물이다. 약 1킬로그램(2.2파운드)의 바닐라를 얻기 위해서 500킬로그램(1,102파운드)의 바닐라 식물이 추출 작업에 사용된다. 꽃의 한 수술 당 임금을 받는 대부분이 여성인 노동자는 거의 40,000개에 달하는 바닐라꽃을 바늘을 이용해 인공 수분해야 한다.  
 
바닐라 가격은 변동이 심하다. 킬로그램 당 20달러에 달했던 가격은 올해 200달러까지 치솟았다. 마다가스카르는 바닐라를 재배하고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가격이 치솟을 때는 작물 절도가 만연해진다.
 
심라이즈의 ‘향기 탐험’에서 조향사들은 세계 규모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지역 작물을 확인하고 지역 농부의 생산품목을 다각화하기 위해 바닐라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베티베르, 녹색 후추 바질, 검은 후추, 룸바, 일랑일랑은 심라이즈가 확인한 작물들이다.
 
일랑일랑 같이 많은 작물이 이미 성공적으로 향수 산업에 자리를 잡았지만 그 위상은 떨어지고 있다. 심라이즈의 선임 조향사 데이비드 아펠(David Apel)은 “일랑일랑은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가구 닦는 것에서부터 향수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에나 과용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만들기 쉽고 값싼 합성화학물질이다.
 
합성화학물질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챈들러 버(Chandler Burr)는 2008년에 나온 자신의 책 ‘완벽한 향수(The Perfect Scent)’에서 10년 전만 해도 자연산 상품보다 덜 유행했던 합성화학물질 상품을 옹호했다. 향수 산업은 합성화학물질이 더욱 생태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버는 백단향에서 채취하는 기름인 백단유를 예시로 들었다. 자연 채취는 인도의 숲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는데 버는 “내가 아는 많은 조향사들이 지금은 자연산 백단향 사용을 거부하고 있고 기업 사장들 역시 지지하고 있다. 이것은 순전한 환경적 문제다.”라고 말했다.
 
버는 합성화학물질이 자연에서 추출한 것보다 더욱 좋다고 주장했다. 한 가지 근거로 자연 추출물보다 화학물질이 더욱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반대다. 화학물질은 문제가 되는 성분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비자의 관심은 계속해서 자연 추출물에 쏠려 있다. 지난 두 세대의 조향사가 입생로랑(YSL)의 오피움 같은 애니멀 노트나 스파이스 노트와 이후 슈거리, 캔디드 노트에서 종합적으로 추출한 효능에 의존했다면 현재 세대는 계속해서 더욱 순수하고 깨끗한 생태와 향기를 가진 유기농 환경에서 영감을 얻은 향수를 원한다.
 
향수와 관련한 최소주의 미학의 유행은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꽃에 관해서는 훨씬 해로울 수 있다. 주류 기업이 맞닥뜨린 문제는 어떻게 하면 본질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품을 지속가능하게 생산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소비자는 계속해서 자연 추출물은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라이즈의 글로벌 이노베이션&향수감독 부서 부사장이자 2015년 7월 Perfumer & Flavorist에 향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발표한 토르스텐 쿨케(Torsten Kulke)는 “꽃은 생산량이 낮아 자원집약적이다.”라고 말했다. 500킬로그램(1,102파운드)의 꽃에서 평균적으로 50그램(1.파운드)정도의 용액이 추출된다. 쿨케는 “어째서 수백, 수천 헥타르의 비옥한 땅을 낭비하길 원하나?”라고 되물었다.
 
거대 규모 향수 제조사들은 점점 더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고 있다. 심라이즈는 향수 시장에서 대부분의 제조법을 제공하는 8개의 다국적 향수 판매사 중 하나이다. 지보당, IFF 그리고 피르메니히 같은 회사들도 원재료의 지속가능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수직적 통합을 거쳤다. 가장 큰 향수 제조사인 지보당의 2015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보당은 십여 년 전부터 지역 생산자와 함께 동업을 시작했다. IFF는 사바 지역에서 자라는 바닐라를 대상으로 2013년부터 생명윤리 프로그램을 계획했다고 발표했다. 피르메니히는 1,300명의 농업 가정이 열대우림 연맹의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마다가스카르 현지 동업자와 협력하고 있다.
 
자연은 여전히 원재료를 수확하고 용액을 추출하는 일을 하는 현지 노동자에게 필수적인 산업이다. 하지만 자연에서 얻은 향수는 비싸고 온스 당 수백 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 화학 향기를 만드는 것은 향수 제조사들에게 훨씬 실행 가능한 선택지다. 향수 제조사가 마주한 새로운 도전의 일환은 실제로 이익을 가늠하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쿨케는 “장미는 수천 달러를 호가한다.”라며 “98% 정도의 유사함을 가지는 복제품을 단지 진품 가격의 한 조각에 불과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파파야 꽃을 단지 수액을 추출하기 위해 재배하는 것은 심지어 원산지인 마다가스카르에서도 실현가능하지 않다. 금전적, 환경적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틀림없이 진품은 더욱 복잡하겠지만 향수의 경우에는 복제품이 더욱 달콤한 선택이 될 것이다.
 
 
 
경북외국어고등학교 배재빈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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