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사드배치철회범국민평화행동 시위가 열렸다. 매미가 매섭게 울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짙게 울리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하얀색, 주황색, 보라색 등 형형색색의 옷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군집했다. 색깔은 모두 다르지만 그들의 티셔츠엔 공통적으로 ‘NO THAAD’, 사드를 반대하는 문구가 하나쯤 적혀있었다. 필자도 흰색 NO THAAD가 적힌 티를 배부 받고 옷을 갈아입었다.
집회 시작 전 서울시청광장의 모습. 분주해보이는 경찰들과 사람들이 눈길을 끈다. 사진/바람아시아
집회 전 모습. 여러 단체의 사람들이 사드반대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바람아시아
집회장 옆에 마련된 초를 담은 세 개의 박스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박스에 손을 넣어 초를 가져가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위의 사진을 보면 여러 개 깃발들이 눈에 띄는데, 성주군민들을 비롯해 전국건설노동조합, 사회진보연대, 정의당, 민중연합당 등 다양한 단체에서 사드배치 철회의 목소리를 내기위해 그 자리에 참여했다. 타인들과 얽혀 소속감을 느끼기도 잠시, 저녁7시. 집회가 시작되었다.
민주주의국민행동 공동대표인 김상근 목사와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의 연설 후,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공연가가 “더운데 사드말고 하드나 사줘라”고 말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너도나도 ‘옳소.’ 라고 흥을 돋우며 집회는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집회가 시작되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리를 지켰다.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주최 측 추산 약 5000명으로 예상된다. 사진/바람아시아
퍼포먼스가 끝나자 미국 평화운동가 개그넌씨가 나와 발언을 했다. 개그넌씨는 먼저 자신이 33년간 우주평화문제를 다루어왔고 핵사용을 반대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사무차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며칠 전 방한했던 미 국방부산하 미사일 방어청장의 발언 중 사드가 펜타곤의 미사일방어체계와 연결되어있지 않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미사일방어는 미사일용 인공위성과 지상기반레이더가 협력하는 복합적인 프로그램”으로 ‘실제 공격용’이며 “펜타곤이 중-러를 선제공격한 후 방어를 펼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또 “그 위험성에 대해서 군인들이 알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이 레이더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계속 미루어 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개그넌씨는 발언을 마치며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는 미사일방어체계와 기지구축을 반대하여 열리는 국제적 시위주간에 관한 포스터를 전달하기도 했다.
발언 후 대학생들의 율동과 카드섹션이 끝나고 사드배치 철회를 염원하는 촛불들이 하나 둘 켜졌다. 국민들은 촛불을 밝히며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평화위협, 경제파탄 사드배치 철회하라!”
“정부가 안보에는 여야,진보 보수가 없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 사드배치는 여야,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반대해야한다.”
17살 고등학생이 무대 위에 올랐다. 조금 어수룩해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말투는 사뭇 비장했다. “안보에 여야가 없듯 우리나라 문제에 우리나라 국민이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외부세력은 애초에 없다. 성주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을 우려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출신지역을 막론하고 반대 운동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헌법 1조2항을 들어 “사드반대는 군민들과 의견교환도 안하는 정부에 주권을 되찾는 과정”이며 “아닌 것과 옳은 것을 표현할 수 있어야 주권을 가진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말이 끝날 때 마다 사람들의 박수와 함성이 광장을 가득 매웠다.
사진/바람아시아
흰 티를 입은 약 서른 명의 성주 군민들은 굳은 표정으로 무대를 채웠다. 무대에는 청장년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비중이 높았다. 통기타를 매고오신 군민분은 ‘원래는 통기타 동호회인데 투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군민들은 ‘우리모두 다같이 사드를 박살내’,‘그네는 아니다’,‘엎어버려’등의 노래를 선보였다. 경쾌한 음악, 가벼운 율동. 그러나 무대 위 군민들의 표정은 그 어느때 보다 무거워보였다.
“가만히 잘 지내던 사람들도 나오게 하네”
옆에 앉은 아저씨가 말했다. 몇몇은 눈물을 훔쳤다. 군민들은 "사드철회투쟁이 제2의 독립항쟁운동"이라며 "사드가 들어서면 대한민국은 미국의 식민지로, 군사식민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드를 막는데 함께 해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한반도 어디에도 사드는 필요없다!”
“필요없다! 필요없다! 필요없다! 투쟁!”
“평화위협, 경제파탄 사드배치 철회하라!”
“철회하라! 철회하라! 철회하라! 투쟁!”
구호를 끝으로 두 시간동안의 사드배치철회시위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사회자는 머뭇거리며 한동안 무대에서 내려가질 못했다. 끝내 눈물을 보이며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 반드시 지켜내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사람들도 여운이 남는 듯 그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집으로 가는 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는 노래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소 힘든 싸움일수 있으나 성주군민들은 묵묵히 버티고 있었다. 성주군민이 해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처음엔 성주의 문제로만 와 닿아서 공부해보니 사드는 성주뿐 아니라 한반도 어디에도 있으면 안된다는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시위를 한다.’ 성주군이 아닌 한반도 전체의 평화를 위해.
성주주민들은 매일 군청에 모여 촛불시위를 진행하는 등 사드배치저지를 위해 온몸을 내던지고 있다. 8월15일 광복절에는 성주군민 815명이 삭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 약 천명이 삭발을 할 예정이고 최대 규모의 삭발시위라 기네스북에 등재도 된다 하더라. 그럼에도 아직도 정부는 군민들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 무엇이 성주군민들을 이렇게 내몰았을까. 서울시청에 모인 이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는가.
성주군민이 읽어주었던 열녀춘향수절가의 시로 답을 대신하며 르포를 마친다.
금동이의 좋은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쟁반 위의 좋은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았더라
-열녀춘향수절가 中-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