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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 죽음의 알갱이, 마이크로 비즈
2016-09-19 17:07:53 2016-09-19 17:07:53
 
사진/그린피스
 
 
Ariel, listen to me
에리얼, 내 말 좀 들어봐
The human world it’s a mess
인간의 세상은 엉망이야
Life under the sea is better than anything they got up there!
바다 밑의 인생이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무엇보다도 낫지!
(...)
Under the sea, under the sea
저 바다 밑, 저 바다 밑
(,,,)
 
(디즈니 인어공주 OST -  Under the sea 中) 
 
 
바닷가재 세바스찬이 인간세상으로 가고 싶어 하는 인어공주에게 부르는 노래. 바닷속과 달리 인간의 세상은 엉망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 인간이 바다 속 세상까지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증정용 클렌징 폼. 미세 스크럽(미세 플라스틱 알갱이)이 함유되어 있다. 사진/바람아시아
 
 
세안제, 치약, 바디워시, 스크럽제, 세제 등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살 때 종종 볼 수 있는 단어가 있다. ‘미세 스크럽’, ‘알갱이’. 이는 바로 플라스틱 알갱이, 즉 크기가 5mm 이하인 미세 플라스틱에 해당하는‘마이크로 비즈(Microbeads)'를 뜻한다. 
 
사람들이 마이크로 비즈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부 A씨(47)는“광고에서 나오는 대로 모공 속 노폐물을 잘 없애줄 것 같아서, 치석을 잘 제거해줄 것 같아서 알갱이가 들어갔다고 홍보하는 제품에 손이 가요.”라는 말을 전했다. 대학생 B씨(21)는 “미세 스크럽이 함유되어 있다니까 마사지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TV 광고나 인터넷 홍보 글을 봐도 클렌징 폼이나 바디워시는 스크럽이 안 들어간 것 보다 들어간 게 더 깨끗하게 닦일 것 같고요.”라며 “그리고 요즘은 굳이 알갱이가 들어있다고 강조되지 않아도 마트에서 파는 생활용품과 화장품 속에서 알갱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요.”하고 말했다. 
 
왜 마이크로 비즈가 ‘죽음의 알갱이’인가?
 
 
 
사진/그린피스
 
 
우리들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는 마이크로 비즈. 이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가 환경학자들에게 ‘죽음의 알갱이’라는 끔찍한 이름으로 불린다. 왜 그럴까?
 
마이크로 비즈(Microbeads)라는 이름답게 입자가 굉장히 작다. 워낙 작아서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는다. 여과되지 않은 알갱이가 자연 속에서 풍화되거나 변질하는 과정에서 더욱 미세하게 변한다. 그리고 바다로 흘러간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약 51조 개의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해수면을 떠다니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수면뿐 아니라 해수층, 해저 퇴적물, 심지어는 북극의 해빙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해양 생태계에 만연해 있다. 
 
마이크로 비즈의 특이점은 스펀지처럼 주변의 유독물질을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주변 수질보다 백만 배 더 독성을 띌 수 있다. 바다 생물들이 이 독약 같은 알갱이를 먹이로 오인한다. 알갱이를 삼킨 해양 동물이 여러 가지 부작용과 성장, 번식 장애를 겪는 것이 연구에서 밝혀졌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사용했던 제품 때문에 바닷속 생물들이 병들어 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생명의 순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흘려보냈던 알갱이들은 우리에게 돌아온다. 미세 플라스틱은 이를 삼킨 해양 동물의 소화관에 축적됐다가 먹이사슬을 타고 상위 단계로 이동한다. 결국,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의 뱃속으로 ‘죽음의 알갱이’가 들어가는 것이다.
 
도대체 왜 넣는대?
 
마이크로 비즈는 꼭 필요한 성분이 아니다. 대체 가능한 친환경 물질들이 있을뿐더러, 이를 닦거나 피부 각질을 제거하는 데 꼭 미세 알갱이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대체 왜 기업들은 미세플라스틱을 제품에 넣는 걸까? 
 
첫째, 플라스틱이 옛날에 사용했던 천연 각질제보다 더 싸기 때문이다. 둘째, 더 많은 제품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천연 각질제는 효과가 좋아서 일주일에 한 번만 사용해도 된다. 하지만 마이크로 비즈 제품은 너무 부드러워서 더 자주 사용해야 효과가 있다. 그래서 소비자는 더 많은 각질 제거제를 사게 된다. 
 
환경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업들은 마이크로비즈를 제품에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문제를 인식한 몇몇 글로벌 화장품 회사들은 이미 마이크로비즈를 쓰지 않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최근 미국, 캐나다, 영국, 대만 정부가 마이크로비즈를 법적으로 규제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에는 여전히 미세 플라스틱 알갱이를 사용하는 기업도, 마이크로비즈 제품 사용량도 많다. 캘리포니아 남부 해안에서는 바닷물 10m³에 포함된 알갱이 개수가 10개 정도 수준인 반면, 한국 남해안 일대에는 1,000개에서 많게는 1만 개의 마이크로비즈가 검출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한국도 마이크로비즈 금지 법제화가 시급하다.
 
일상 속 마이크로비즈 추방 운동
 
마이크로 비즈의 위험성을 깨달은 에이본, 더바디샵, 로레알, 부츠 등 몇몇 화장품 기업들이 자사 브랜드 제품에 마이크로 비즈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여러 환경단체들과 캠페이너들은 기업들의 마이크로비즈 사용 중단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에도 마이크로비즈 사용 금지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어떤 제품을 사더라도 환경에 해가 가지 않도록 모든 기업이 이 알갱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익성을 위해 플라스틱 알갱이를 제품 생산에 사용하는 기업들이 있다.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의 노력이 필요한 단계다.
 
제품 하나당 많게는 무려 36만 개, 심지어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280만 개의 플라스틱 알갱이가 들어갈 수 있고, 한 번의 세안에 많게는 약 10만 개의 마이크로비즈가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일상 속 미세 플라스틱 제품 사용. 소소한 행동이지만 환경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고 동물들의 건강은 물론, 더 나아가 우리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무서운 알갱이들.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는 법. 마이크로 비즈가 들어간 제품은 사지도, 쓰지도 않기. 지금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
 
 
 
사진/그린피스
 
 
 
 
그린피스 마이크로비즈 규제 서명운동. 사진/그린피스
 
 
 
조하린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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