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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투자 '지켜지지 못한 약속'
삼성, OCI 이어 LG까지 투자 철회…경제논리만 지배
2016-09-22 17:26:25 2016-09-22 17:26:25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새만금 투자는 끝내 지켜지지 못한 약속으로 남게 됐다. 열악한 투자 환경을 지적받지만 기업 수요가 없으면 개선도 불가능하다. 경제성을 이유로 국내 투자를 외면하는 기업들에게 ‘사업보국’의 창업정신은 옛말이다.
 
삼성과 OCI에 이어 LG 등 새만금 투자 기업들이 줄줄이 철수를 결정했다. 앞선 두 회사가 자진 철수한 것과 달리 LG는 농민 반대로 물러섰다. LG의 섣부른 사업 발표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LG CNS는 새만금에 건설될 스마트팜에 기자재만 납품할 뿐, 농업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또 이곳에서 생산한 토마토와 파프리카는 100% 수출할 계획이라며 농민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사업 주체인 영국계 기업에 전량 수출을 강제할 수단은 없다. 앞뒤가 맞지 않다. 농민들이 극렬히 반대해온 이유다. 결국 LG가 농민 정서를 읽지 못하고 사업성만 따져 접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G의 새만금 진출 포기는 농업에 대한 철학 부재로 인한 자업자득”이라고 평했다.
 
새만금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는 세금과 부지 매입 등에 있어 상당한 혜택이 주어진다. 때문에 현재 새만금 투자는 도레이와 솔베이 등 외자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LG도 여기에 편승하려 했다.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있지만, 혜택이 없으면 철저히 돌아서는 차가운 경제논리에 대해서도 곱지 못한 시각이 공존한다. 삼성의 경우 불황으로 투자를 철회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은 있다. 그럼에도 평택 고덕단지나 중국, 베트남 등 해외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부분은 전북도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겼다. 삼성이 체결한 새만금 투자 MOU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배터리 관련 산업 투자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삼성은 태양광 등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한 대금을 삼성SDI의 중국과 헝가리 공장 등 해외투자로 돌렸다.
 
기업들이 등 떠밀리 듯 투자를 결정한 측면도 있다. 선거철마다 여야 할 것 없이 새만금에 대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고, 보여주기식 MOU 체결 현장에 기업들이 동원됐다. 현재 신공항과 내국인 카지노 공약이 새로 등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공약 추진 의지는 약해졌고,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을 높였다. 개발이 진척될수록 예산은 늘어야했지만 전 정권 수준에서 유지되는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진행 속도가 한참 더뎠다. 아직도 방조제 안 사업부지의 20% 정도만 매립됐고, 나머지는 바다와 갯벌이다. 송전선이나 도로, 상하수도, 항만 등 인프라 건설도 규제나 민원에 막혀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다. 한 새만금 투자기업 관계자는 “투자를 진행하려면 사전에 계약물량을 설정하고 증설계획도 짜놓고 들어가야 하는데, 새만금 부지가 거의 다 바다이니 계획을 세우고 말 것이 없다”고 푸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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