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게임만 하면 공부는 언제하니?’ 청소년들이 있는 가정에서 쉽게 듣는 말이다.
한국에서 게임은 여전히 아이들을 망치는 주범들 중 하나로 치부된다. '과도한 몰입', '사행성', '학습방해' 등등,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 이런 인식은 게임의 긍정적 측면들을 덮어 산업발전을 가로 막는다.
반면, 일본과 중국 등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이웃나라들은 사정이 다르다. 게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널리 확산돼, 이를 바탕으로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과 육성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와 게임업체들이 협력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는 일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日, '게임=생활 필수요소'..中, 부정 이미지 지우기 주력
일본에서 게임은 생활의 일부다. 콘솔, 온라인,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으로 언제 어디서든 놀이와 교육, 커뮤니케이션에 사용된다.
일본 사람들은 게임을 단순한 놀이를 넘어 콘텐트로 보는 경향도 강하다. 일본인들의 게임 아이템 구매 비용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에는 게임이용자 1인당 한달 게임 콘텐트 구매비가 4800엔에 달했다. 우리나라로 보면 한달에 6만2400원을 게임에 지출하는 셈이다.
중국은 2천년대 들어 게임을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하고, 과거 게임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으면, 산업 성장에도 걸림돌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권기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장은 “중국 정부 역시 청소년 게임 중독 등의 게임 부작용들 축소시키기 위해 적정한 선에서 보호를 하려고 하지만, 관리 규제보다는 진흥을 시키자는 게 기본입장”이라고 말했다.
◇ 한국, 부정적 인식 팽배
반면, 우리 나라는 중독, 폭력성 등 게임의 부작용만이 크게 부각돼 부정적 인식이 그만큼 팽배하다. 사회 전반에 게임 산업의 긍정적 효과 보다는 부정적 면이 강조돼 있는 것이다.
정부 역시 이런 인식에 터잡아 청소년 보호 등의 명목으로 게임에 대한 규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원과 육성 보다 '규제 대상'으로 보면, 산업 발전이 가능할 리 없다. 특히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정부도 최근 게임을 글로벌 녹색물결을 이겨낼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인식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재현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은 “국민들이 여전히 게임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있다”며 “업계와 정부가 나서 게임 이미지 개선을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부-업계, '긍정인식 확산' 공동노력 절실
일본의 경우 사회 전반에 확산된 게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없었다면, 세계 최고의 게임강국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인식 확산에는 닌텐도DS 등 청소년들에게 유익한 교육용 게임과 게임에 가미된 커뮤니케이션 기능 등이 큰 기여를 했다.
김봉석 넥슨 사업부장은 “일본인들은 대결 구도의 게임(PVP)을 싫어하고, 집단게임을 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활용하려는 목적이 강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게임을 한다"며 "반면 한국은 게임만을 위한 게임에 치중하는 성향이 강해 외부와 소통이 차단되고 중독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본사회가 게임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에는 일본 기업의 자율적인 노력도 한몫 하고 있다.
NHN 재팬 관계자는 "부정적 면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일본에서도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아이템 구매 상한선, 게임이용 시간제한 등을 시행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들이 온라인 게임에 대한 인식 역시 긍정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펼치는 클린캠페인, 자율규제 등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문화부와 게임산업협회가 지난 6월부터 청소년 보호와 게임의 사행화 방지를 위한 '그린게임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김재현 과장은 “업계가 자발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캠페인'의 의미가 크다"며 "이런 움직임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기능성 게임'도 게임에 대한 인식 전환에 도움이 되고 있다.
게임을 하면서 영어로 제시되는 미션을 읽고 영어로 말하는 한빛소프트의 게임 '오디션 잉글리쉬', 단순한 쓰기 위주 학습에서 벗어나 게임을 하면서 한자를 익히는 한게임의 '한자마루' 등 교육용 게임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게임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되던 분위기 속에서 기능성 게임의 출현은 게임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켜 건강한 게임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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