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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죽음
2016-10-11 09:32:10 2016-10-11 09:32:10
9월 15일 추석. 추석기간에는 나라 전체가 들썩거린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전국 이동 인구는 3,752만 명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3,784만 명)보다 0.8% 증가한 수치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즐기는 명절인 만큼 다들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기 바쁘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가장 외로운 날이다.
 
독거노인 고독사... 추석 택배 상자 때문에 발견
나주시 이창동 다세대 주택에서 거주하는 65세 강 씨는 이웃주민의 신고로 발견됐다. 주민은 잘못 배달된 자신의 추석 택배 상자를 찾기 위해 강 씨의 집에 찾았다가 9월 8일 오후 6시 15분에 주검을 발견했다고 한다.
 
‘고독사’란 도와주는 사람 없이 집 등에서 혼자 맞는 죽음을 말한다. 고독사의 증가가 1인가구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지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마 ‘이웃에 대한 무관심’일 것이다. 원룸에 살기에 옆집의 여러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옆집 사람이 여자라는 것만 알지 나이도 이름도 심지어 얼굴조차 모른다. 이웃에 대한 무관심. 이런 환경 속에서 독거노인 고독사는 대한민국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독거노인. 사진/바람아시아
 
 
KBS 파노라마 제작팀이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이른바 ‘고독사’ 현황을 전수조사(2013년 기준)한 결과, 총 1717건의 고독사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에 따르면 하루 4.7명, 5시간당 1명의 고독사가 발생하는 셈이다.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이 338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204명), 인천(119명)이 뒤를 이었다.
 
종일 외롭죠. 왜냐하면 하루 종일 말할 데가 없어서... 말이 하고 싶어서...
매일 생각해요. 이렇게 혼자 있다가 언제 어떻게 죽게 되면 내일 신문에 보도되겠지.
 
-KBS 파노라마 영상 中-
 
 
대한민국 노인빈곤율, 노인자살률 최고수준
 
 
자료/기획재정부
 
 
빈곤율은 소득이 중위소득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가구의 비중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다. OECD 평균인 12.4%(2010년)의 4 배 수준이며 2위인 호주보다 10% 이상 높다. 프랑스, 독일, 미국 등과도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로 따지는 자살률은 29.1명으로 OECD 국가 중 단연 1위이다. 여기서도 주목해야 할 점은 압도적인 60살 이상 노년층의 자살률이다. 60대는 40.7명, 70대는 66.9명 80 이상은 94.7명의 자살자가 존재한다.
 
노년층은 왜 가난한가?
화려한 고층빌딩으로 즐비한 서울 시내의 뒤편에는 쪽방촌이 존재한다. 쪽방촌이란 성인 한 명 남짓 누울 수 있는 열악한 공간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이다. 그곳의 거주자는 대부분 독거노인이다. 무더운 한여름에 선풍기는커녕 창문도 없이 살아가는 가구가 많다. 그리고 그들은 겨울에는 추운 공기 속 난방시설 없이 작은 전기장판으로 버틴다. 대한민국,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 우리나라 노년층은 왜 가난한가?
 
 
쪽방촌. 사진/바람아시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서 노인실태에 관한 조사결과를 보면 1위가 경제적 어려움이고 2위가 의료 및 건강상의 애로이다. 우리나라는 노인이 되면 소비지출 감소 폭이 무려 40%나 된다.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열악하다. 노년을 대비하자는 의의로 만들어진 국민연금제도는 전 국민이 사용한 시기가 1999년이라 최소 10년을 가입해야 급여수급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노인들의 대부분은 수급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당연한 세대에 살아왔다. 따라서 노후대비를 따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핵가족화, 도시화, 경제 급성장 그리고 선진국의 개인주의 확산 등으로 노후대비를 따로 하지 않았던 노인들은 사회 소외계층으로 몰락한다.
 
 
여러 정책들...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위의 관심 
독거노인 문제에 따른 정책으로 독거노인 친구 만들기, 독거노인 돌봄 기본 서비스, 독거노인 응급안전 돌보미 사업 등이 있다. 생활관리사가 주기적인 방문과 전화로 안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그뿐만 아니라 복지서비스의 대상자 여부 파악에 도움을 주고 해당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생활관리사 한 명이 평균 25명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한 명당 주어지는 업무량이 과다하지만 그에 따른 급여는 매우 작다. 도움이 필요한 독거노인의 수에 비해 인력이 한참 부족하다. 그리고 생활관리사가 고독사는 방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독거노인 대부분이 자녀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자녀들과 연락을 하거나 만나는 노인은 35%에 불과하다. 최근 ‘효도계약서’라는 것이 화두이다.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그 조건을 적어 명시한 계약서를 일컫는다.
 
독거노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효도계약서를 통해 노인들이 바라는 것 1위(87%)가 정기적인 방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보다 주위의 관심이다. 가족과 친지의 배웅 없이 쓸쓸한 죽음을 마주하는 고독사. 한 사람의 관심이 한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김나운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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