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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통큰 베팅으로 전장사업 지름길 확보
"하만 영향력 고려시 프리미엄 30% 적당해"
2016-11-15 17:08:40 2016-11-15 18:12:53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삼성전자가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해 9조원의 통 큰 투자를 결정했다.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 중인 전장 부문에서 단숨에 메이저 플레이어로 뛰어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 시간을 절약하고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인수 비용도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다수를 이룬다.
 
 
14일 삼성전자는 미국의 자동차 전장 및 오디오 전문 기업 하만의 지분 100%를 주당 112달러, 총 80억달러(약 9조38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인수는 삼성전자의 미국법인에 자회사를 신설한 후 자회사와 하만의 합병 방식으로 진행되며, 인수 비용은 전액 현금으로 지불된다. 양사는 주주와 주요 국가 정부기관의 승인을 거쳐 내년 3분기 안에 거래를 마무리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하만의 빅딜은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로서도 1990년대 중반 미국 PC업체 AST를 8억4000만달러에 인수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거래다. 다만 AST 인수는 1999년 삼성이 회사 처분을 결정하면서 막대한 손실만 안긴채 실패로 끝났다. 
 
이후 삼성전자는 유망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중심의 상대적으로 소규모 M&A를 주로 진행해왔다. 삼성전자의 사업 영역과 즉각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 됐다. 지난해 2월 인수된 루프페이의 기술을 기반으로 6개월 뒤 모바일 결제서비스 '삼성페이'를 탄생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에도 삼성전자의 유망 기업 사냥은 계속됐다. 클라우드 업체 '조이언트', 광고관련 소프트웨어 업체 '애드기어', 미국 럭셔리 가전 업체 '데이코', 인공지능(AI) 플랫폼 업체 '비브랩스' 등을 사들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파격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된 후 의결한 첫 번째 M&A로, 전장사업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상징성과 함께 높은 가격이 시선을 끈다. 양사가 합의한 주당 112달러의 금액은 인수 발표 전 마지막 거래일인 11일(현지시간) 종가인 87.65달러보다 28% 높다. 다소 비싸게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커넥티드카, 카오디오 등 전장 부문에서 하만이 축적한 가치를 생각하면 30% 정도의 프리미엄은 과도하지 않다는 쪽에 힘을 싣고 있다. 몇 개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기술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역에 곧바로 진입할 수 있는 점만으로 가치는 충분하다는 것. 하만의 부문별 매출 비중은 커넥티드카 45%, 카오디오 32%, 오디오시스템 14%, 커넥티드 서비스 9% 등으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가 전체의 77%를 창출한다. 전세계 카오디오 및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시장 점유율은 각각 41%, 24%로 경쟁력도 높다. 
 
이 밖에 하만이 GM,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주요 고객들로부터 240억달러의 누적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과 주당 인수가가 지난해 4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145달러)보다 낮다는 점 등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발판으로 토탈 솔루션 전장부품 업체로 성장하고자 한다. 하만의 글로벌 유통망, 대중화된 다수의 고급 브랜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영역에서의 입지 등을 자사의 차량용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술 등과 접목해 보쉬, 컨티넨탈 등과 경쟁하겠다는 것. 하만의 오디오, 스피커 튜닝 부문의 기술을 활용해 AI 기반 음성인식 스피커 시장 진출이나 차량 내 음성인식 서비스 적용 등도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인수 발표 후 뉴욕에서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자동차 부품산업의 라이프사이클은 기존 IT 부품과 완전히 다르다"며 "전장 사업에서 고객사와의 관계 형성 등 다방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인수 시너지를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합병이 전통적 전장부품 산업에 진입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완성차 제조 가능성은 일축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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