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중국의 연중 최대 쇼핑 축제가 열렸던 지난 11일, 파피장(papi醬)이 진행하는 '릴리&뷰티' 생방송에는 150만명의 시청자가 몰렸다. 이날 하루 동안의 매출은 10억위안(약 1703억원). 광군제 행사를 주최했던 알리바바의 일매출 120분의 1을 파피장 혼자 일궈냈다.
파피장은 중국의 대표 인터넷 스타다. 지난해 초부터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상에 올린 5분 내외의 동영상이 큰 인기를 얻으며 유명인이 됐다. 그의 동영상에 붙이는 광고는 2200만위안(약 37억원)에 달하고, 몸값 역시 3억위안(약 510억원) 정도로 웬만한 대형 스타 못지 않다.
파피장처럼 온라인에서 큰 영향력을 갖춘 사람을 '왕홍'이라 부른다. 원래는 사건이나 특정 행동 때문에 인터넷에서 주목을 받은 사람을 일컬었으나, 현재는 웨이보·텐센트 등 각종 SNS에서 활동하며 수 많은 팬과 영향력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됐다. 대도서관, 양띵 등 인터넷 개인 방송으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한 국내 BJ들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실제로 왕홍들의 활동 범위는 미용, 패션, 교육, 육아, 게임, 주식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들과 소통하며 이들을 팬으로 만든다. 팬들은 왕홍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한다. 왕홍들이 입은 옷, 사용하는 화장품 등에 관심을 갖고 그들이 전달하는 메이크업, 헤어, 패션 등의 정보를 신뢰한다. 하나의 현상 이었던 왕홍이 '왕홍 경제'란 이름의 산업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왕홍 경제를 주목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한 잠재력 때문이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2016년 중국 왕홍 산업 규모는 528억위안(약 9조원)으로 추산됐다. 2018년에는 1016억위안으로 연평균 59.4%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투자은행 궈타이쥔안증권의 시각은 더 낙관적이다. 왕홍 경제가 의류분야에서만 1000억위안(약 17조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는 것. 게임이나 여행 등 다른 영역까지 더하면 시장성은 무한하다는 평가다.
자료/애널리시스, KOTRA
왕홍 경제의 수익모델은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팬들에게 받는 가상의 선물이다.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들은 팬들이 왕홍에게 직접 돈이나 선물을 줄 수 있는 '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팬들은 한 포스팅당 최대 256위안(약 4만3000원)까지 지불할 수 있다. 왕홍들의 콘텐츠가 보통 10만건 안팎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점을 감안하면 팁의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는 게시물이나 동영상에 유명 브랜드의 광고를 녹이는 것이다. 왕홍에 대한 팬들의 신뢰가 높은 점을 이용하는 것으로, 패션 전문지보다 더 높은 파급효과를 내기도 한다. 샤넬, 프라다와 같은 명품 브랜드들도 왕홍과 협력해 마케팅을 진행하는 배경이다.
세 번째는 신제품 발매 등의 기업체 이벤트나 기념식에 참석하고 출연료를 받는 것이다. 일부 왕홍은 이에 그치지 않고 연예계에 데뷔해 활동하기도 한다.
네 번째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통한 수익이다. 왕홍의 수입원 중 가장 보편적이면서 가장 큰 부부이다. 타오바오에따르면 지난해 타오바오의 여성복 상위 10개 중 5개가 왕홍이 운영하는 상점이었다. 왕홍들은 자신들의 웨이보와 타오바오 상점을 직접 연결해 구매 편리성을 확보하고, 팬들을 위한 이벤트로 팬을 소비자로 전환시킨다. 댓글도 성실히 달아 바이럴 효과를 극대화한다.
왕홍이 경제의 큰 손으로 부상하자 이들을 육성·관리하는 인큐베이팅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왕홍 인큐베이팅 기업은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왕홍보다 리스크 대응 능력이 강해 왕홍 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이들은 다량의 왕홍 자원을 통해 투자 시장에서도 가치를 높이고 있다. 투자 금액이 공개된 곳만 해도 티수덴상(3000만위안), 중잉타오(5000만위안), 치파오(1억위안), 메이콩(1억위안) 등이 있다.
방정 코트라 상하이 무역관은 "콘텐츠 구현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왕홍 경제는 보다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블루오션인 왕홍 인큐베이팅은 중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진입 장벽을 높여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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