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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원 등락 오가도 강남 집주인은 '무덤덤'
고점 매수자 1억원 이상 손해…장기 보유자 "하락이 양도·증여 기회"
2016-12-19 16:23:46 2016-12-19 16:25:27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정부의 정책과 경기 상황에 따라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강남권 주택시장 가격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청약시장과 대출 등을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 하면서 최근에는 일부 급락세도 나타나고 있다.
 
가격 고점에 뒤늦게 투자에 나선 수요자는 순식간에 1억원 넘게 손해를 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강남권 실수요자들은 가격 등락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가격 하락이 오히려 자녀에게 증여나 상속하는 기회라고 여기기도 한다.
 
올해 초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4단지 전용 50.67㎡는 8억7000만원 선에서 4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9개월 뒤인 10월 이 아파트는 11억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무려 2억3000만원이나 오른 것이다.
 
하지만 한달여 만인 이달에는 다시 고점 대비 6000만원 넘게 떨어진 10억3800만원에 거래됐다. 주공 4단지 이 면적대의 거래 건수 중 10억원 이상 거래된 것만 4월 3건, 5월 3건, 6월 2건, 9월 2건, 10월 3건, 12월 1건 등 총 14건에 이른다. 매수자를 기준으로 취득세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현재 시세 대비 차익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개포동 G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빠르게 오르다 보니 고점에서 팔기 위한 투자성 거래량이 올해 크게 늘었었다"며 "하지만 지금도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놔도 팔리지 않아 매수자들 중 상당수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가격 급락이 이어지면서 고점에 투자한 수요자들의 가격 손해가 예상된다. 하지만 장기 보유 목적의 집주인들 일부는 가격 하락기를 증여나 양도의 기회로 생각하기도 한다. 개포동 주공4단지. 사진/뉴시스
 
특히, 개포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은 주거환경이 불편하고, 사업 진행에 따라 언제 이사를 해야할지 모른다는 특성으로 인해 다른 단지들에 비해 전세가격이 저렴하다. 매매와 전세 차이가 워낙 커 대부분 매수자들은 대출을 이용해 아파트 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일반 아파트보다 가격 하락에 따른 리스크가 높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11월말 기준 73.3%에 이른다. 강남구 역시 60.1% 수준이다. 하지만 주공 4단지의 경우 전세가격이 1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9억원 가까이를 자기자본이나 대출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
 
이처럼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고점 근처에서 투자목적으로 매수한 수요자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됐다. 반면, 실거주 또는 장기 보유 목적의 집주인들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시장 상황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가격 하락기를 양도나 증여의 타이밍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강남구 대치동 E공인 관계자는 "자녀에게 물려주려고 하는데 집값이 오르다보니 증여 타이밍을 늦추기도 했다. 가격이 비쌀수록 세금을 많이 내야하기 때문"이라며 "본인은 물론 자녀들도 강남에 계속 거주할 생각인 사람들은 오히려 가격이 하락했을 때 거래를 한다"고 귀뜸했다.
 
재건축 이후 '1+1 재건축'을 통해 양도나 증여, 임대를 하려는 수요자들도 최근 가격 변화에 신경쓰지 않고 있다.
 
이정찬 미래부동산 경제연구소 대표는 "평면이 발달되고 가구원수가 줄어들면서 집주인 본인이 1채에 거주하고, 나머지는 자식들에게 물려주고나 임대를 통한 수익을 원하는 조합원들이 많다. 재건축 이후 가격 상승도 기대돼 이들은 현재 가격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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