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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운동 유적 '딜쿠샤 자료' 서울에 오다
3·1운동 세계에 알린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 451점 서울역사박물관 기증
2016-12-20 16:50:44 2016-12-20 16:50:44
[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3·1운동을 세계에 알린 앨버트 테일러(Albert W. Talyor)가 살던 딜쿠샤(Dilkusha)가 2019년까지 원형복원되는 가운데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가 관련 자료 451점을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20일 서울역사박물관에 따르면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 제니퍼 테일러(Jennifer L. Taylor)로부터 지난 2월 딜쿠샤 관련 자료 57점을 기증받은데 이어 이번에 451건을 추가로 기증하받아 총 508건을 확보했다.
 
서울 종로구 사직2길 17에 위치한 딜쿠샤는 서양식 가옥으로 힌두어로 ‘희망의 궁전’, ‘이상향’, ‘행복한 마음’이라는 의미다. 앨버트 테일러는 1942년까지 딜쿠샤에서 거주했으며, 서울 시내의 풍경, 건너편의 안산 그리고 멀리 남산과 한강이 보였다.
 
주요 기증자료를 살펴보면 사진 앨범은 앨버트 테일러의 아내 메리 테일러가 딜쿠샤에 거주할 당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가옥의 내부 모습을 볼 수 있다. 테일러 부부가 사용한 가구, 장신구 등 당시 생활의 모습이 사진 속에 드러나 있으며, 가옥의 영역을 표시한 도면과 딜쿠샤 임대에 관한 편지 등이 있어 향후 딜쿠샤를 복원하고 가옥의 연혁을 확인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앨버트 테일러가 한국에서 금광채굴과 관련하여 어떠한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들로는 금광시설과 채취 과정을 담은 사진 앨범, 생활상 등을 담은 그림 등이 있다. 조위사(弔慰辭)는 1948년 앨버트 테일러 사후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에 안장되기 전 친분이 있었던 김용우 조선주택영단(LH공사 전신) 이사장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 지은 글로 조선 금광 개발 공헌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메리 테일러가 지은 ‘호박목걸이(Chain of Amber)’는 1917년부터 1942년까지 테일러 부부가 딜쿠샤에서 서울살이를 한 내용을 중심으로 기록한 자서전이다. 호박목걸이 초고에는 당시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모습, 민속신앙, 금강산 유람 등을 보며 느낀 생각 및 프리츠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 언더우드(Underwood) 가문 등 그녀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 기록됐다.

메리 테일러는 그림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집안 일을 담당했던 여러 한국인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를 포함해 한강의 모습을 그린 수채화, 물동이를 머리에 얹은 여인 등 많은 회화 작품을 남겼다. 이 밖에도 조이스 핍스 테일러의 주한 영국대사관을 포함해 1930년대 서울의 여러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은 당시 시대를 연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일제강점기 서울에 거주한 서양인 관련 자료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만 3대에 걸친 테일러 가문의 자료들은 딜쿠샤, 금광개발 등 한국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제니퍼 테일러는 “테일러 가문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를 연구·발전시키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딜쿠샤 복원 등에 활용해 시민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딜쿠샤 전경. 사진/서울역사박물관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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