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타락'의 끝 보여준 교수 류철균
입력 : 2017-01-04 06:00:00 수정 : 2017-01-05 13:45:27
"죄와 배신과 불의와 타락에 몸을 적시며 결단코 이상을 향해 매진했던 그 고독과 우수의 마키아벨리즘을 이해하면서 나는 비로소 인간이라는 존재에 전혀 있을 것 같지 않았던 힘과 용기를 발견했던 것이다."
 
소설가 이인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소설 '인간의 길'에 쓴 작가의 말이다. 그의 소설은 작가의 생각을 많이 담고 있으며 권력에 대한 강렬한 욕구, 더러운 욕망의 무한 질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그의 타락과 몰락은 이미 예정된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인화를 필명으로 쓴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가 3일 구속됐다. 정유라의 불법 학점취득을 도운 혐의다. 류 교수의 수업인 '영화스토리텔링의 이해'를 수강한 정씨는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지만 시험도 보고 학점도 취득한 것으로 처리됐다. 시험 당시 독일에 머물고 있어 응시 자체가 불가능했으나 류 교수 덕분(?)에 학점을 받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류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문제가 되자 조교들을 시켜 정씨 이름의 허위 답안지를 작성하게 했다. 조교들이 난색을 표하자 "특검에 가서 허튼 소리를 하면 논문 심사에 불이익을 주겠다", "다시는 학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할 수도 있다"며 범죄를 강요했다.
 
이렇듯 교수라는 권력을 악용해 가짜 답안지를 만드는 등 증거조작까지 시도했지만, 곤궁한 처지에 놓이게 되자 이제와서 "김경숙 학장이 시켜서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답안을 대신 써주고 점수를 높여준 정황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법리적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떼를 쓰고 있다.
 
심지어 조교들에게 압력을 가해 불법을 저지르게 한 일도 공범이라고 주장한다. 바로 그 자신이 바른 학문의 길로 인도해야 할 제자 조교들을 중대범죄로 끌어들여놓고 이제 와서 공범 운운한다니, 후안무치도 이 정도면 말문이 막히게 한다.
 
그는 2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출세가도를 달렸고, 윤리의식이 의심스러운 여러 사건에도 불구하고 문단과 학계에서 승승장구해왔다. 특히 박근혜 정권 들어 정부가 주도하는 큰 재단의 이사를 맡고, 최순실씨 같은 비선실세와 관계를 만들어가는 등 그가 영웅화했던 박정희와 그의 딸처럼 아무런 죄의식 없이 권력과 재산을 탐해왔다.
 
특검은 앞으로 류 교수가 이런 짓을 하면서 얻은 것은 무엇인지 낱낱이 밝히고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할 것이다. 사필귀정이다. 그런데 그가 이렇게 타락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보면서 그의 숱한 제자들과 독자들이 느낄 배신감은 어찌할 것인가. 그나마 이제라고 그의 본색이 드러난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는 걸까.
 
윤다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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