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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모로우)한국인의 24시간…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박 대통령 4년 웃음기 사라진 한국인 …공동체 깨진 불행한 사회
2017-01-09 14:03:06 2017-01-09 14:03:06
신문기사에 종종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행복 순위’이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드는 의문점이 있다. 행복이란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심리 상태인데 행복을 측정하는 것이 가능할까. 행복이 국가나 국제기구까지 나서서 꼭 측정해야 하는 문제인가.
 
행복의 사전적 의미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함이나 그런 상태’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는 다소 추상적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삶의 질’이나 ‘주관적 웰빙’과 같이 더욱 포괄적이면서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대체해 표현하기도 한다.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국가 차원에서 행복을 측정하고 증진하려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국민 삶의 질이 낮아지면 결국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민 삶의 질이나 행복 수준이 낮으면 그것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과 웰빙, 그리고 삶의 질은 국내총생산(GDP), 물가, 수출입, 실업률 등과 같이 수치화해 국가와 국제기구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살펴보아야 할 충분한 의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증통계를 통한 ‘측정’이 필요하다. 
2017년 현재 ‘행복’은 개인 차원의 문제를 넘어 국가 차원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행복은 곧 삶의 질과 직결된다. 정부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일·가정 양립 제도와 보육 지원 정책 등 ‘행복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2013년 2월25일 ‘국민 행복시대’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 그렇다면 박 대통령 취임이후 4년이 흐른 지금 한국인은 얼마나 행복할까.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인의 행복
2012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3113달러로 세계 34위였다. 지난 2015년에는 2만8338달러로, 3년 사이에 6계단 상승해 28위가 됐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로는 14위에서 11위로 올라섰다. 그런데 국민 ‘삶의 만족도’(행복지수) 경쟁에서는 해마다 후퇴하고 있다.
 
유엔이 지난해 발표한 ‘2016년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 행복지수(최저 0점, 최고 10점)는 5.835점. 조사 대상 157개국 가운데 58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에서 순위를 매기면 29위로 최하위권이다. 행복지수의 절대 수준보다 추이는 더욱 부끄럽다. 유엔 발표 시점 기준으로 살펴본 국가별 행복 순위에서 한국은 2015년 6계단(41→47위), 2016년에는 11계단(47→58위)씩 연거푸 떨어졌다. 국민행복도로 측정하면 한국은 ‘질 나쁜 성장’, 또는 ‘행복 없는 성장’에 빠져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국민이 느끼는 행복불평등 정도는 OECD 회원국들에 견줘 훨씬 심각한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꼽는 원인은 ‘기회의 불평등’이다. 다방면으로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기회의 불평등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젊은이들은 부모의 재산 등 타고난 배경에 따라 출발선이 아예 다르다며 아우성이다. 이른바 ‘흙수저’와 ‘금수저’로 양분된 세상이다.
 
해외에서 평가하는 한국의 행복지수도 결코 높지 않다. OECD가 올해 조사해 발표한 2015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점에 불과하다. 역시 낙제점이다. 힘들 때 의지할 친구가 있는지, 건강 상태에 만족하는지 등에서는 아예 OECD 꼴찌를 차지했다.
 
나이 들수록 불행해지는 행복지도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청소년층의 행복지수가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연령층보다 낮고, 은퇴할 즈음인 50대 후반부터는 다시 행복지수가 가파르게 떨어진다. 2008~2009년 조사치부터 이런 패턴이 반복적으로 포착된다. 예를 들어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노동패널조사 결과를 보면, 연령·계층별 행복도 수치(최대 5점)가 30대에서 3.53인데 장년층(55~64살)에서는 3.37로 낮아지고, 고령층(65살 이상)에 들어서면 3.31이라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런 경향은 저출산·고령화와 함께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 경기 침체에 따른 청년 취업난과 베이버부머 세대(1957~64년생)의 본격적인 은퇴까지 겹친 영향도 적지 않아 보인다. 몇 년째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청소년과 노인자살률, OECD 평균의 두 배 이상인 노인빈곤율(49.6%·2015년 기준)은 우리나라의 슬픈 자화상이다.
 
한국인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결정적인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는 답답한 정치 및 사회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금 한국인들은 정치와 사회 현실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다. 박근혜 대통령 등장 후 통합진보당 해산,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 등으로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는 노인 세대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의 고통도 크다. 누구나 내일이 불안하다. 이런 현상이 바로 한국인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어린이집 공공성 확보방안 "직장맘 육아 토크"에서 서문희 한국보육진흥원장과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냈던 경험이 있는 직장맘 5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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