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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늘며 대출 낀 전세 '깡통' 우려
강동·송파 등 주변 전세 넘쳐…불안한 전세매물 임차인 외면
2017-01-10 16:06:12 2017-01-10 16:46:07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매매시장 가격 상승이 멈추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전세도 차츰 안정화 되고 있다. 계절적 비수인데다 공급물량도 증가해 임대인 우위의 시장 분위기가 차츰 수요자 중심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전세세입자들은 대출 비중이 높아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매물을 더욱 외면하고 있다. 소액으로 투자에 나선 갭투자의 위험성도 함께 높아졌다.
 
실제로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던 김모(62·여)씨는 인근 하남 미사강변도시 청약에 당첨돼 최근 이사를 했다. 기존에 살던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전세로 내놓았지만 아직 세입자를 찾지 못해 마음이 급해졌다. 안정적인 실거주를 위해 새아파트에 대출을 없애고, 기존 거주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게 화근이었다.
 
집값 하락이 가사화 되면서 전세수요자들이 대출이 포함된 아파트에 대한 전세거주를 꺼리면서 세입자 찾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낮춰 물건을 내놔도 좀처럼 집을 보러오는 사람이 없다.
 
최근 위례신도시나 미사강변도시 등 입주가 줄을 이으면서 서울 강동이나 송파 일대 전세매물이 크게 늘어난 것도 집주인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강동구 명일동 ㄱ공인 관계자는 "대출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전셋값 차이가 5000만원 가까이 나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물건이 없을 때야 전세 구하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입주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마땅한 전세가 없으면 차라리 월세로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세매물이 늘어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대출을 안은 전세물건에 대한 임차인의 외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 강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전세가율이 지속 하락하면서 대출을 안은 전세물건에 대한 세입자들의 외면, 또 그로 인한 임대인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를 보면 작년 12월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고점을 기록했던 6월 75.1% 이후 6개월 연속 떨어지며 1.9%p가 하락한 73.2% 수준이다.
 
특히 주변 신도시 입주에 전세물건 공급이 이어지고 있는 강동구와 송파구는 각각 69.7%, 65.5%로 서울 전체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
 
적은 금액으로 투자에 나선 '갭투자' 역시 비상이 걸렸다. 대출을 포함하지 않고 전세 보증금에 여유자금을 보태 주택 구입에 나섰지만 세입자가 제때 구해지지 않거나 가격 하락에 따른 투자 비용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한 단지는 작년 초 전용 84㎡의 경우 매매가격 5억8100만원, 전세가격 5억원으로 8100만원이면 전세를 안고 주택 구입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달에는 매매 5억9000만원 전세 4억7000만원으로 1억2000만원의 차이를 보이며 1년 새 4000만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더 발생하게 됐다.
 
이정찬 미래부동산 경제연구소 대표는 "입주물량 증가와 함께 분양시장의 대체 투자처로 기존 주택시장 갭투자가 각광을 받으며 전세 물건이 증가했지만 깡통주택 우려에 대출을 포함한 전세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줄고 있다"며 "마지못해 월세로 돌릴 경우 보증금 부족분에 대한 대출 부담이 늘어 여유자금이 없는 임대인의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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