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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중간금융지주에 뇌물혐의…현대차·롯데 '비상'
삼성, 경영권 승계 최종관문 지배구조 개편 올스톱…현대차·롯데 발만 동동
2017-01-18 17:03:25 2017-01-19 09:42:21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삼성의 지배구조를 결정할 중간금융지주법이 뇌물 혐의에 걸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최종 관문이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였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으로선 뼈 아프다. 삼성이 법 개정을 위해 불법로비를 했다는 혐의를 특검이 잡으면서, 같은 문제로 지배구조 개편의 애로를 겪고 있는 현대차, 롯데, 한화 등도 비상이 걸렸다.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씨 모녀에게 건넨 거액의 대가성을 입증하는데 주력해왔으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부분에서 부정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공단의 찬성 의결 건이 대가로 지목됐다. 여기에 삼성의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청탁 정황을 포착하고,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재계는 지주회사 전환을 이 부회장 지분 승계 작업의 최종 마무리 단계로 보고 있다.
 
삼성은 삼성전자 인적분할 등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준비 중이며, 이를 위해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 현행법상 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지만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되면 가능해진다. 삼성이 제도 도입 없이 체제 전환을 이루려면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막대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특검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승계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법 개정 청탁을 했다고 보고, 뇌물혐의를 입증할 정황증거로 채택했다.
 
삼성은 삼성물산 합병(2015년 7월17일)이 최씨 모녀 승마지원 이전에 이뤄져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반박할 증거도 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최씨 소유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220억원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것은 2015년 8월26일이다. 이후 같은 해 9월부터 10월 사이 삼성전자는 코레스포츠에 약 35억원을 송금하고,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후원금 16억2800만원 중 일부를 보냈다.
 
그해 10월29일 삼성전자는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프로그램을 공시했다. 같은 달 23일부터 30일 사이에는 삼성증권과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들이 자사주 취득 계획을 내놓는다. 당시 재계에서는 삼성의 행보가 중간금융지주회사 및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친화 정책으로, 인적분할 등 체제 전환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 찬성표를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동시에 기존 주주들의 의결권도 강화된다. 2015년 9월말 기준 이건희 회장과 이 부회장,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의 삼성전자 보통주 보유 지분은 각각 3.38%, 0.57%, 4.06%, 7.21%였다. 자사주 소각 프로그램이 완료(2016년 9월28일)된 후 지난해 11월말 기준 지분은 각각 3.54%, 0.60%, 4.25%, 7.55%로 늘어났다.
 
금융계열사들도 자사주를 취득해 의결권을 확대하는 한편, 삼성생명은 중간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요건인 30%를 채워나갔다. 지난해 1월28일에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를 전량 인수하면서 지분 정지작업에 속도를 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을 확신하고 삼성이 미리 움직인 정황이다.
 
중간금융지주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로 18대와 19대 국회에 발의했지만 ‘삼성 특혜’라며 야당이 극렬히 반대하면서 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의원발의를 통한 우회 입법을 고민했지만 탄핵정국과 정경유착에 대한 여론 부담 등으로 길이 막혔다. 삼성의 법 개정 로비가 법원에서 뇌물죄로 인정되면 향후 제도 도입은 사실상 요원해진다.
 
현대차, 롯데, 한화 등도 난관에 빠질 수 있다. 현대차와 롯데는 순환출자 문제로 관련 규제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 상태에서 체제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형편이다. 먼저,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를 중심으로 한 금융계열사 지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한화는 순환출자가 없어 상대적으로 체제 전환이 급하지 않지만 지분 승계를 위해 지주회사의 필요성이 상존하고 있다. 한화생명 등 금융계열사를 다수 보유해 중간금융지주사 제도 도입 시 체제 전환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인적분할, 합병 등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주주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정경유착 등 부정부패로 지배주주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치명적”이라며 “삼성전자 인적분할 등의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고, 삼성의 동향에 따라 함께 움직이려 했던 다른 그룹들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도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로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던 삼성 사장단회의도 전격 취소됐다. 2009년 1월 특검 여파로 사장단회의가 최소된지 8년 만으로, 삼성을 비롯한 재계의 눈은 법원에 쏠렸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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