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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설 앞두고 ‘배송 전쟁’ CJ대한통운 가산동터미널 가보니
김동건 CJ대한통운 구로지점장 "설 특수기 물량, 평월보다 20% 늘어"
2017-01-24 15:40:40 2017-01-24 15:40:40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둔 택배업계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바쁜 곳이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000120) 택배터미널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6일부터 내달 2일까지 3주간을 설 선물 특별수송기간으로 정하고 비상근무 중이다. 회사 측은 설 특수기에 지난해보다 약 20% 가량 택배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오는 24일 연휴를 앞둔 기간 중 하루 최대 물량인 535만 상자를 배송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설 최대 물량(476만개) 보다 늘어난 수치다. 
 
지난 17일 특수기에 돌입한 CJ대한통운 가산동터미널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분주함으로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돌아갔다. 오전 9시 가산동터미널 1층에서는 이날 새벽 7시에 대전과 옥천 등 전국 다섯 곳의 허브(중계지)에서 운송된 8만8000여개 택배의 하차·분류작업이 한창이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전할 선물과 제수용품 등 수만개의 택배들이 운반 레일 위로 흘러가고  있었다.
 
허브는 전국에서 가져온 택배가 모이는 곳으로 여기서 배송지 주소에 따라 분류된 뒤 전국 200여개의 서브터미널로 운송된다. 이날 찾은 가산동 터미널은 서울 관악구와 구로구의 배송을 담당하는 서브터미널이다. 1층에서 집하된 택배 중 구로구로 향하는 택배는 2층 분류센터로, 관악구 택배는 지하 1층으로 분류센터로 내려간다. 
 
부동산에서나 볼 법한 크기의 '관악구 종합안내도'가 붙어있는 복도를 지나니 1층에서 내려온 택배를 기다리는 서비스 마스터(택배기사)들과 1톤 트럭 높이만큼 쌓인 택배 상자들, 배송트럭 수십대가 차량 탑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택백기사들은 저마다 레일 위로 지나가는 택배에서 본인의 관할구역으로 갈 택배를 골라내느라 분주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배송정보 스티커에는 숫자와 영어로 구성된 지역코드와 담당 택배기사의 이름이 있었다. 
 
"택배기사 한 명이 하루 500개 배달할 정도"
 
설 특수기인 만큼 물량이 많이 늘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택배기사는 "상자가 지금보다 더 높게 쌓일 것"이라고 전했다. 
 
택배들이 운방용 레일 위를 지나가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이곳에서 본인의 이름과 지역코드가 적힌 택배를 분류한다. 사진/심수진기자
 
CJ대한통운은 배송 다변화라는 2인1조 시스템을 적용해 지역별로 오전, 오후 한 차례씩 택배트럭이 출발한다.  새벽에 도착해 분류된 택배들이 오전 9시 반에서 10시경 1차 배송을 나가고, 이후 도착한 물량은 오후에 2차 배송이 진행된다. 
 
박종채 CJ대한통운 가산동 터미널 과장은 "명절 특수기인 현재도 바쁘지만 연휴가 끝나면 '명절 후폭풍'으로 더 바빠진다"고 설명했다.
 
 
배송을 위해 분류작업이 끝난 물건들은 택배기사들이 각자 동선을 생각해서 나눠 탑재된다. 사진/심수진기자
 
명절 특수를 맞아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택배 트럭들. 사진/심수진기자.
 
한국통합물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택배 물량은 20억4666만여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량 증가율도 2015년 11.87%에 이어 12.7%로 2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나타 냈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택배 물량은 지난해 1~3분기 기준 6억5400만개로 지난해 전체 택배 물량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물량 증가율도 2014년 전년대비 15.3%에서 2015년에는 21.6%를 기록했다. 박 과장은 "대한통운과 CJ GLS의 통합 이후 택배기사 한 명당 배송 물량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며 "(전체 물량은) 올해도 2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고 작은 택배 상자들이 누군가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트럭 앞에 가득 쌓여 있다. 사진/심수진 기자
 
"바쁠 때는 끼니도 못 챙겨"
 
가산동터미널에는 약 350명의 택배기사들이 근무한다. 20대부터 67세의 큰 형님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부부도 있어 택배 트럭에 물건을 싣는 것(라우팅)까지 각자 노하우가 있어 보였다. 
 
하루에만 300곳을 배송하다 보니 이동 동선을 머리속에 짜는 것부터 배송순서에 맞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닌 듯 보였다.  
 
서울 신림동일대 13개동을 모두 돌아봤다는 경력 11년차의 이성호 직원은 "바빠서 끼니를 못 챙 길 때도 있는데 고객이 손수 준비한 도시락을 건내준 적도 있다"며 "때로는 고달프고  힘든 직업이지만 (오랜시간 고객들과 소통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동건 CJ대한통운 구로지점장은 "명절 특수기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연휴 직후에는 평소보다 물량이 5~10% 더 늘어나 31일에도 매우 바쁠 것"이라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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