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차기 우리은행장, 이광구 대세론 흔드는 '이동건 새얼굴론'
임추위 여론 팽팽, "구관이 명관" vs "새술은 새부대에"
"경영성과, 당락 큰 변수 아냐…조직 위한 그림 내놔야"
2017-01-24 17:30:00 2017-01-24 18:27:21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차기 우리은행(000030)장이 오는 25일 결정된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4년에 이어 또 다시 우리은행장 자리를 놓고 맞붙게 되는 이광구 행장과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의 대결구도로 보고 있다.
 
이광구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애초부터 무게가 실렸지만 이번부터 행장 선임 절차가 전면적으로 바뀐만큼 새 얼굴이 필요하다는 '새 얼굴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동건 영업그룹장의 급부상이 조심스럽게 예상되고 있다. 우리은행장을 선출하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도 현직 임원에 대한 평가를 후하게 주지 않겠다고 밝힌 이상 최종 면접의 결과에 따라 1인자의 수성이냐 2인자의 반전이냐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25일 은행장 후보자 3명을 대상으로 최종 면접을 실시한 후 이사회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3일 임추위는 1차 면접을 통해 차기 행장 후보를 6명에서 이광구 행장과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등 3명으로 압축했다.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유력하게 꼽히는 이광구 은행장과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이 큰 이변 없이 최종 면접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종 면접 역시 이들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 안팎에서는 현직 행장이라는 점에서 이광구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크게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이 행장이 지난 2014년 말 취임과 동시에 민영화 달성에 대한 의지로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 점도 가점이다. 이후 상당 규모의 정부 지분을 민영화 시키는데 성공했으며, 지난 2년여간의 경영성과도 인정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 임추위에서는 1차 면접 결과 경영 성과에 대한 부분을 이광구 행장 등 현직 특정인의 공로로 인정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직 발전이 한 임원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무 자르듯이 공과를 가려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임추위원은 "경영 성과의 부문은 어느 특정인의 공적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행장 후보 선정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큰 요소가 아니다"며 "차기 행장으로서 앞으로 조직을 위해 어느 기간마다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민영화 첫 은행장'이라는 수식어에 맞게 우리은행이 선출방식을 싹 바꾼 만큼 '새 얼굴'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광구 행장은 이렇다 할 행장 인선 절차 없이 최종 후보 이름만 통보식으로 내려오던 시절의 마지막 행장인 셈"이라며 "새로움을 담아내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임추위원 사이에서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궈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민영화 궤도에 오른 우리은행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굳이 현직 행장의 연임을 전제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 얼굴론'이 부상할 경우 이동건 영업그룹장이 유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동건 그룹장은 지난 2014년에도 우리은행장 유력 후보로 오른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우리은행 2인자로 불리는 '수석부행장'을 맡고 있던 이동건 그룹장을 유력한 은행장 후보로 꼽았다. 이순우 전 행장과 이종휘 전 행장이 모두 수석부행장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이광구 행장이 수석부행장직을 폐지하고 국내와 글로벌, 영업지원그룹 체제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이동건 그룹장은 영업지원그룹을 담당해왔다. 영업지원그룹은 우리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인 위비뱅크와 위비마켓 등을 주도하기도 했다.
 
전직 우리은행 임원은 "수석부행장이 행장으로 승진하는 코스는 해묵은 관례라기 보다 자연스러운 경영 승계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며 "수석부행장으로 조직 전반을 챙긴 만큼 조직 이해도가 높은 데다 내부 승진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건 그룹장의 영남권 정치인 인맥도 무시 못할 장외 변수로 꼽힌다. 애초 그의 대구·경북 출신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새누리당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반발, 탈당해 만든 바른정당을 중심으로 상당한 정치 인맥을 갖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직 행장이 아닌 후보자들은 기존 행장 체제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임추위원들에게 보여야 하기 때문에 핸디탭을 갖고 시작했다"며 "임추위가 새로운 메시지와 메시지를 담아낼 인물을 뽑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