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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분식회계' 걸려도 감사법인 '그대로'
봐주기 감사로 유착관계 형성…"금융당국 지정제 확대해야"
2017-01-24 17:33:12 2017-01-25 07:57:45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SK, 효성 등 재벌그룹들이 분식회계 적발 후에도 감사법인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법인은 피감기업이 ‘고객’이기 때문에 ‘봐주기 감사’로 치우칠 위험성이 있다. 전례가 있는 경우 유착관계마저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피감기업이 회계기업을 지정하는 자유수임제가 분식회계를 야기한다며, 금융당국의 지정제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K는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1조5817억원 규모 분식회계가 적발되며 위기에 몰렸다. 5년여 재판 끝에 최태원 회장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분식회계 기간 감사를 맡았던 영화회계법인은 이후 안영회계법인과 한영회계법인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계속 SK와 거래해왔다. 현재(2016년 3분기 보고서 기준) SK네트웍스를 비롯해 SK, SK건설 등의 감사를 맡고 있다. 당시 분식회계를 방조한 회계법인에도 문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비판이 일었으나 관계를 끊지는 못했다.
 
효성은 2003~2013년 5010억원의 분식회계 및 1506억원의 탈세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지난해 1월 1심 재판에서 조석래 회장이 징역 3년과 벌금 1365억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외환위기 당시 효성물산의 부실을 청산하지 않고 효성에 합병시킨 뒤 부실자산을 고정자산으로 책정하는 등 10년 동안 장부를 조작한 혐의다. 효성 측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경영 판단이었다면서 분식회계 사실은 인정했다. 분식회계 기간 감사법인은 삼정회계법인과 삼일회계법인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여전히 효성의 감사업무를 맡고 있다. 이에 대해 효성은 "금감원이 2014년에 삼일회계법인은 분식회계 위반사항이 경미하다고 판단하고 2017년까지 3년동안 거래하도록 지정한 것"이라며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다"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삼성 일감도 도맡았다.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비자금,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졌지만 현재도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핵심 계열사들의 장부를 관리 중이다. 삼성그룹의 전직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는 2007년 삼성의 비자금과 차명자산, 분식회계 등을 폭로했다. 특히 삼일회계법인이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삼성의 불법적인 분식회계, 경영승계 과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그러나 기소 대상에 분식회계를 제외해 ‘면죄부’ 비난을 샀다. 이건희 회장은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저가발행한 혐의로 2009년 고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1999년 삼성SDS가 BW를 발행할 당시 감사법인도 삼일회계법인이었다.
 
회계 전문가 김건씨는 “분식회계 적발 후에도 같은 회계법인과 거래하는 이유는 그동안의 담합, 불법적인 거래 관행, 비자금이 들통날까 두렵기 때문”이라며 “거래처들의 비규격 제품 요청, 거래 근거(영수증) 누락 요청 등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부외자산이 저절로 쌓인다는 게 기업 현장의 정설”이라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구소 소장)는 감사법인 교체시 새 회계법인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손실로 털어버리는 ‘빅베스’의 우려와 함께 “회계법인 선택 시 피감기업의 자의성이 강해 분식회계 혐의가 있으면 감사법인을 교체하도록 하는 엄정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2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회계제도 종합대책엔 상장사가 3개의 회계법인을 추천하고 증권선물위원회가 그 중 하나를 지정하는 선택지정제가 포함됐다. 삼성, 현대차, SK 등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규모 기업집단 중 분식회계에 취약한 상장사가 대상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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