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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는 오르는데…강남 재건축의 '동상이몽'
재건축 사업 승인에 기대심리…수요 관망세에 거래는 '잠잠'
2017-01-30 11:00:00 2017-01-30 11: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매도·매수 희망자 간 심리가 엇갈리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재건축 심의 통과 움직임에 호가를 높이는 매도 수요에 반해, 매수 수요는 여전히 거래를 망설이면서 호가는 높아지고 거래는 뜸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주요 강남권 재건축 사업이 재시동을 걸면서 호재를 감지한 주요 단지들의 호가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 하지만 공급자들의 기민한 움직임과 달리 수요자들은 관망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거래 시장은 여전히 정체 중이다. 
 
시는 지난 18일 올해 두 번째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서초구 반포현대를 비롯해 송파구 잠실 진주,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 등의 사업계획 변경안을 가결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도계위의 최대 관심 단지 가운데 하나였던 반포주공1단지(1, 2, 4)는 커뮤니티 시설 등의 재검토를 이후로 보류되기는 했지만 안건이 수권 소위원회를 통해 처리되기로 하면서 사실상 통과되면서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호재를 맞았다. 
 
이에 따라 해당 단지들의 호가가 잇따라 상향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한해 주택 시장 호황을 주도하다 11.3부동산 대책에 직격탄을 맞아 급격한 하락을 지속하던 강남 재건축 단지였던 만큼 기회가 왔을 때 치고나가겠다는 매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강남 재건축 단지 대장주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의 경우 이번 주에 전주 대비 1억원 가량 호가를 올린(84㎡) 매물이 시장에 나왔다. 호재를 기대한 집주인이 슬그머니 호가를 올린 탓이다. 
 
단지 인근에 위치한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사실상 재건축 심의를 통과한 만큼 집주인이 수차례 문의를 통해 호가를 올려 잡았다"며 "어차피 최근 거래량이 활발한 편도 아니라 '한 번 올려보자'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포주공1단지를 비롯해 잠실 진주, 경남, 신반포3차 등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반포주공1단지와 마찬가지로 전체 시세에는 변화가 없지만 호가를 높이고 싶은 집주인들의 문의가 부쩍 잦아졌다. 
 
지난 연말부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 기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 공공택지 공급을 줄이기로 하면서 재건축 시장이 또 한 번 주목받고 있는 만큼 최근 연일 지속되던 하락세가 반등으로 돌아서길 기대하는 심리가 호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재건축 사업 승인 등 일찌감치 호재를 감지한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호가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수요자들은 여전히 신중론을 펼치고 있어 거래까지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평가다. 반포주공1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하지만 정작 수요자들은 선뜻 매수에 나서고 있지 않다. 시장 전반에 깔린 정부 규제 강화기조와 금리인상, 내수경기침체 등 올 한해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요소들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데다 이달 도계위에서 실제로 사업 승인이 난 단지들이 일부에 불과하다. 따라서 적어도 다음달 1일 열리는 도계위 결과까지는 지켜보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O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 도시계획위원회에 따라 매수 관련 문의가 늘기는 했지만 매수 자체는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12월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만큼 재건축을 비롯한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 시장이 관망 기조를 굳혀가고 있다. 
 
여기에 11.3부동산 대책 이후 11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다 이달 셋째 주 0.1% 상승하며 겨우 상승세로 돌아선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한 주 만에 0.05%로 상승폭이 크게 꺾이며 매수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시장 뿐 만 아니라 전체 주택시장이 한동안 관망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사업 진행 상황에 따른 각 단지별 움직임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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