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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맛지도]모두를 위한 즉석 떡볶이, 이대 맛집 중독
대학가 / 가능 사회
2017-02-02 18:13:23 2017-02-02 18:13:23
연이은 강의로 점심시간을 놓친 어느 수요일, 수업 마치기 20분 전 동기에게 절실함이 담긴 문자를 보낸다. “배고파 죽을 것 같아...떡볶이 먹으러 가자!”전송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흥분이 담긴 답이 왔다. 그렇게 우리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떡볶이 가게를 향하기로 했다.
 
중독, 이름부터 강렬했다. 동기는 자신을 프로중독러라 칭하며 ‘중독’이야말로 참된 떡볶이 맛집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교내 커뮤니티 내에서도 맛있다고 소문난 중독.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얼마나 맛이 있길래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호기심도 생겼다. 이화여대 정문 바로 왼쪽에 위치한 골목에 들어가 신촌기차역 방향을 향해 걷다보면 나오는 파파노다이닝 건물 2층에 위치해있다. 이곳의 특이한 점은 1인부터 4인까지 인원 수 별로 세트 메뉴가 있다는 점이다. 보통 여럿이서 같이 먹는 음식인 즉석 떡볶이를 혼자 먹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혼밥세트’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혼자라고해서 중독으로 가는 발걸음을 돌릴 필요 없다.
 
우리는 2인 세트와 그물감자를 주문했다. 세트는 떡, 라면, 쫄면, 어묵, 만두, 계란으로 구성되어있다. 분명 어제 저녁으로 떡볶이를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신선한 재료들이 듬뿍 담긴 넓적한 냄비가 나오자 군침이 돌았다. 쫄면이 냄비에 눌러 붙기 전에, 라면이 국물을 다 빨아들이기 전에 면부터 앞 접시에 담았다. 자칭 떡볶이 마니아의 개인적 취향에 꼭 맞는 맛이었다. 무척이나 깔끔하다. 너무 자극적이거나 달지 않을뿐더러 텁텁하지 않다. 매운 편도 아니라서 많은 이들이 같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백하고 개운한 끝 맛으로 우리의 흡입은 멈추지 않았다.
 
사진/바람아시아

 
 
면을 다 먹었으니 이제 양념 국물을 한가득 머금은 떡을 먹을 차례이다. 떡볶이 가게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떡을 사용한다. 짧고 통통한 떡, 얇고 긴 떡, 큼지막하게 설겅설겅 썬 두꺼운 가래떡, 조랭이떡 등등. 이곳에선 얇고 긴 떡을 사용한다. 불지 않은 쫄깃한 떡은 씹는 즐거움이 있다. 쫀득한 식감과 깔끔하고 매콤한 맛이 만나 진정한 즉석 떡볶이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사람 수에 맞춰 나온 계란을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 먹었다. 간장에 담가놔 살짝 간을 맞춘 계란과 떡볶이 국물에 찍어먹는 군만두는 그 풍미를 더한다.
 
사진/바람아시아

 
 
햄버거와 같이 먹는 감자튀김처럼 떡을 먹는 사이에 그물감자를 먹는다. 얇게 채로 썬 감자를 한데 모아 튀겨 엉킨 감자튀김이 흡사 그물과 같아 이런 이름을 붙였나보다. 그물감자를 먹을 때 어디서부터 손 대야할지 모르겠다면 부침개를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내가 먹고 싶은 구역을 정해 숟가락 혹은 젓가락으로 힘차게 가른다. 감자채는 서로 엉켜있기에 부스러기가 우수수 떨어져 나온다. 하지만, 많은 부스러기는 문제되지 않는다. 반을 먹기 위해 반을 버려야하는 것 아니냐며 불평했던 처음 모습은 어디가고 손으로 긁어모아 먹던 우리였다. 단지 바삭한 것이 다가 아니다. 덩어리진 그물감자의 속은 촉촉하다. 짭짤하며 바삭하면서도 촉촉한 그물감자는 입가심을 한다.
 
한 냄비 보글보글 끓을 때까지 입맛을 다시며 기다린다. 술술 김이 나는 면을 젓가락으로 말아 크게 한 입 먹는다. 매콤한 양념이 배겨 말랑해진 떡을 호호 불며 먹으면 속이 따듯해지며 그 훈훈한 기운이 몸까지 덥힌다.
 
뺨이 얼얼할 정도의 찬바람을 잔뜩 맞고 속이 허할 때 떡볶이를 먹고 싶단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면 ‘중독’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인원수에 맞게 든든한 양의 식사를 제공하여 다함께 모자람 없이 즐길 수 있는 곳, 어느새 ‘중독러’가 되어 다른 이들에게 소개하기 바쁜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양지수 / 바람저널리스트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news)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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