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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
오늘 부는 바람은
2017-02-07 10:24:31 2017-02-07 10:24:31
이번 설 연휴가 끝이 났다. 많은 사람들이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고향에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을 테다. 나 또한 명절 때마다 최소 4시간씩 차를 타고 친척들을 보러 갔다. 오랜만에 친척들 얼굴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지만 차에 있는 수 시간은 매번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차멀미가 심한 내가 두통과 메슥거림을 최소 4시간은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앞자리에 앉으면 멀미가 덜하다던데 난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어디에 앉건 머리는 지끈 지끈거리고 속은 메슥거리기만 했다. 그럴 때 마다 대개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들으며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서핑하곤 했다. 핸드폰 화면을 보면 볼수록 더 머리가 아플 때는 오지도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면서 울렁거림을 잠재웠다. 어쨌든 이 놈의 차멀미 때문에 된통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재작년에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꽁꽁 언 강가를 뛰어 노는 게임을 했다. 그 때는 생각 없이 뛰어 놀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위험한 놀이였다. 결국 난 신나게 뛰다가 미끄러졌고 얼음판에 뒤통수를 제대로 부딪쳤다. 아찔한 사고였다. 뒤통수를 부딪친 후 얼마 동안 제대로 말도 못 한 채 멍하니 누워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난 빠르게 회복됐고 그 날 밤에 친구들과 큰일 날 뻔 했다고 깔깔대며 사고는 잊히는 듯 했다.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다. 여행지에서 집에 돌아오기 위해 꽤 오랜 시간 버스를 타야했다. 지하철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탔고 여느 때와 같이 노래를 들으며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뒤적이고 있었다. 한창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을 때쯤 머리가 엄청나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눈을 붙일까 했지만 내려야 하는 정류장을 놓칠 까 걱정돼서 억지로 핸드폰 화면에 집중했다. 
 
긴 시간을 버틴 후 버스에서 내렸지만 머리가 여전히 너무 아파서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웠다.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겨우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방문이 열렸다. 내가 어제 머리를 부딪친 것을 알았던 룸메이트가 걱정이 됐는지 내게 안부를 묻더라. 별 말이 들리지 않자 그는 방 안으로 들어왔고 끙끙대며 누워있는 나를 보고선 기겁을 했다. 그러더니 자기 아는 사람이 머리를 부딪치고 잘 지내다가 며칠 후에 갑자기 죽었다며 119를 불러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난 응급실에 갔다. 다행히도 큰 이상은 없었다. 사고 후유증이 있는 채로 멀미를 겪어 더 심한 어지러움을 느꼈을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은 후 새벽에 귀가 했다. 
 
그 후 동생에게 이를 얘기하자 동생은 멀미가 날 때 창밖을 바라보라는 조언을 해줬다. 동생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우리는 귀의 세반고리관의 감각을 통해 우리가 움직이고 있음을 인식한다. 대개의 경우 시각을 통해 얻은 정보와 세반고리관을 통해 얻은 정보는 일치하지만 차를 타게 되면 시각과 세반고리관의 감각이 따로 놀게 되면서 멀미가 나게 된다. 차에서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하면 시각은 거의 정지해있다고 느끼지만 실제로 차는 움직이고 있어서 세반고리관은 움직이고 있다고 느껴 혼란이 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두 감각을 일치시켜줘야 멀미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으므로 창밖을 봐야 한다는 게 동생의 설명이었다. 
 
결국 멀미증세를 이기기 위해 핸드폰에만 집중했던 노력이 증세를 더욱 심해지게 만든 꼴이었다. 그나마 큰 사고가 없었을 때는 두통을 어떻게든 견뎠지만 큰 사고로 이미 머리에 충격이 가해진 후에는 참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멀미증세도 참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을 듯하다. 그는 임기 내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음모론으로 몰고 가며 버텼지만 지난 10월 국정농단사건이 언론을 통해 드러난 후에는 버티기 힘들어졌을 테다. 하지만 그는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자신과 자신의 맹목적 추종자가 전부인 척, 버티고 있다. 이는 최근 인터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취임 이후 한 번도 국내언론과 단독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박대통령은 지난 25일 극우보수성향인 ‘정규재 tv’와 단독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박정희 기념 재단’ 이사로 박근혜 정권에 우호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보다 편했는지 박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늘어놓았다. 그는 자신을 지지하는 태극기 시위대가 촛불시위의 두 배도 넘는다고 말했다. “탄핵이 기각되면 국민의 힘으로 언론과 검찰이 정리될 것”이라 말한 것을 비춰봤을 때, 이는 그리 놀라운 현실 인식도 아니지만. 
 
이제라도 박대통령은 창밖을 바라봐야 한다. 자신이 지닌 생각과 실제 현실을 일치시켜야만 그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완화시킬 수 있다. 실제 현실을 인정하면 지금 당장 받게 될 벌이 너무 커서 자신만의 세계로 숨고 싶겠지만 그럴수록 상황만 더 악화될 뿐이다. 물론 그가 줄곧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서 못 본 척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그의 멀미를 지켜보고 있자니, 내가 멀미가 날 것 같아서 박대통령께 권해본다. 창 밖 좀 보시라고.
 
사진/바람아시아
 
 
임다연 바람저널리스트 baram.news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news)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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