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패션 비즈니스 모델로 개도국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함께함트'-나성민 대표 인터뷰
사회적 경제
입력 : 2017-02-07 10:24:13 수정 : 2017-02-09 16:17:56
경영학을 배우면서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에 관심
대학원에서 의류학을 공부하면서 눈에 들어온 패션 산업 이면에 숨겨진 사회적 문제
 
나성민(28) 대표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경영학에서는 주로 영리 기업을 다룬다. 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이윤을 최대한 많이 남기는 게 중요하다. 나 대표는 공부를 하면서 오히려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단체에 관심이 갔다. 학교에는 관련 강의가 없어 나 대표는 눈길을 바깥으로 돌려 외부 아카데미를 찾아 다녔다. 강동구청에서 ‘사회적 기업 아카데미’를 수강했고 한양대학교에서 ‘적정기술 아카데미’를 들었다.
 
4학년이 되고서 패션 관련 사회적 기업에 들어가고 싶었다. 문제는 기업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규모도 작아 사람을 잘 뽑지도 않는다는 점이었다. 문이 좁아 취업을 하기에 어려울 것 같았다. 직접 회사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창업을 떠올리니 공부를 더 할 필요가 느껴졌다. 나 대표는 대학원에 진학해 의류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월 25일 서울 중구 명동 3번 출구 앞 카페에서 만난 나 대표는 “석사 과정을 밟으며 의류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패션 산업 이면에 있는 사회적 문제가 더 많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1년간 한 사람이 소비하는 의류를 무게로 환산하면 55kg가량 되며 버리는 옷만 해도 30kg에 달한다. 지난해 2월 석사 과정을 마친 나 대표는 한 달 뒤 열매나눔재단의 지원을 받아 ‘함께함트’를 세웠다.
 
‘함께함트’ 나성민 대표. 사진/바람아시아
 
지속가능한 패션 비즈니스 모델로 개도국 여성의 경제적 자립 지원
사회적 문제를 유발하는 패션 산업
여성 인구의 20%가 미혼모인 몽골
 
함께함트는 “지속가능한 패션 비즈니스 모델로 개도국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다. 함께함트는 패션 산업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에 주목한다. 패션 산업은 환경, 노동, 인권 등 여러 분야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저렴하게 옷을 사서 입고 유행이 지나면 금방 버리는 패스트 패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함께함트는 입지 않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옷을 기부 받는다. 바로 재판매가 가능한 옷은 몽골로 보내진다. 찢어지거나 구멍이 뚫려 수선이 필요한 경우 업사이클링 작업을 거친 후 판매한다. 나 대표는 “노동이나 인권 등 패션 산업에서 발생하는 전반적인 문제를 모두 다루고 싶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환경에서 시작해 범위를 차차 넓히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몽골 내 함께함트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옷을 판매해 생긴 수익은 몽골 미혼모가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쓰인다. 몽골에는 미혼모가 많다. 여성인구 가운데 20%가 미혼모다. 미혼모가 많은 건 유목민족 문화가 미친 영향이 크다.
 
“결혼을 하지 않고 만났다가 헤어지는 경우도 많다. 흔하다 보니 오히려 몽골에서는 미혼모가 겪는 어려움을 사회적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다. 필요하면 정부에서 한 달에 3만 원 정도를 미혼모에게 지원해준다. 아무리 몽골 물가가 저렴하다고 해도 한 달에 3만 원으로는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기 힘들다. ‘프린세스 센터’도 미혼모를 돕는 현지 NGO 단체인데 구직 활동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몽골을 잘 아는 지인이 있다는 것도 첫 사업지로 몽골을 선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나 대표는 “함께함트 사업을 많이 도와준 지인이 있는데 몽골에서 10년 정도 살았던 분이다. 몽골에 오래 살다보니 미혼모 문제, 여성 문제를 잘 알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패션 모델로 개발도상국 여성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와중 몽골을 잘 아는 지인과 함께 일하게 되면서 몽골에 자리를 잡게 됐다.”라고 말했다.
 
아무런 기반이 없는 외국보다 국내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게 더 편하지만 나 대표는 새로운 길을 택했다. 재활용 의류가 한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더 큰 가치를 지닌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 의류에 대한 선호가 커 시장 흐름에도 맞았다. 나 대표는 “한국에서 이미 동일한 사업을 잘 진행하고 있는 기업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아름다운 가게’나 ‘캥거루스토어’가 있다. 해외에서 사업을 시작하면 아무래도 의류 운반비가 들지만 사업 취지에 더 부합하고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가치가 더 클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몽골 국제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와 협력해 기부 받은 의류를 업사이클링
업사이클링 전시회도 열어
3일간 프린세스 센터에서 진행된 미혼모 워크숍
 
몽골 국제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에서 업사이클링한 의류. 사진/바람아시아
 
함께함트는 기부 받은 의류 가운데 업사이클링이 필요한 의류는 몽골 국제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로 보낸다. 나 대표는 “대학원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지나가는 말로 몽골에 있는 동료 교수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몽골에 가기 전 급하게 교수님께 연락했는데 몽골 국제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학과장님을 소개해주셨다. 연락을 드리니 학과장님이 사업 취지에 공감해주셨다. 아예 업사이클링 강의를 개설할 테니 같이 해보자고 먼저 제안을 해주셔서 함께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매학기 업사이클링 강의가 개설되고 수업 마지막에 바자회를 개최한다. 지난해 11월 19일에는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아트갤러리에서 재활용 의류 업사이클링 전시회도 열었다.
 
재활용 의류 업사이클링 전시회. 사진/바람아시아
 
함께함트는 앞서 8월에 3일 동안 프린세스 센터에서 미혼모 워크숍을 열었다. 함께함트는 몽골 현지에 매장을 열게 되면 미혼모를 직접 채용할 계획이다. 나 대표는 “아무나 뽑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미혼모에게 진짜 필요한 게 일자리가 아닐 수도 있는 거고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필요가 있었다. 만약에 나중에 미혼모를 채용하더라도 단순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업의식을 갖고 경영에도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를 희망해 워크숍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참가자는 프린세스 센터에 요청해 한국 의류나 의류 판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불러 모집했다. 첫날에는 ‘고객 서비스 마케팅’을 교육했다. 서비스 마케팅이 무엇이고 친절이 무엇이고 어떻게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지 공부했다. 강의 자료는 나 대표가 직접 경영학 교재에서 발췌해 준비했다. 몽골 사람에게 부탁해 자료를 모두 번역해서 수강생이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날에는 ‘컬러 코디네이션’을 강의했다. 의류를 판매할 경우 어떤 색깔끼리 잘 어울리고 조화를 이루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나 대표는 “고객이 원하는 옷에 맞춰 색깔을 추천해줄 수 있는 전문적 인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대학원에서 의류학을 공부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에는 영유아 돌봄을 다뤘다. 나 대표는 “교육을 해야 하는데 가르칠 자신이 없었다. 결혼해본 적도 없고 아이를 낳아본 적도 없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걸 교육해도 되나 고민됐다.”고 말했다. 자신은 없었지만 미혼모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나 대표는 “10대 후반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혼자 키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나. 육아를 어디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서 알려주는 사람도 없을 텐데. 겪어본 적은 없지만 미혼모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이라 생각했다. 전문 서적을 번역해서 같이 읽고 공부했다.”라고 말했다.
 
반응은 영유아 돌봄을 주제로 한 마지막 날에 가장 좋았다. 비슷한 환경에 있다 보니 오히려 엄마끼리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미혼모가 됐는지 등 사적인 얘기를 나누는 걸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불필요했다. 나 대표는 몽골에 출장 나갈 때마다 지속적으로 워크숍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몽골 프린세스 센터에서 진행한 미혼모 워크숍. 사진/바람아시아
 
스타트업 사회적 기업을 경영하면서 마주하는 어려움
다음 달인 2월에 ‘코피온’ 몽골센터와 협력해 바자회를 개최할 계획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이 많아 감사한 마음”
올해 목표는 몽골 현지에 매장을 열고 미혼모를 채용하는 것
나 대표,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스타트업 사회적 기업으로 출발했고 사업을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나 대표는 “사업 모델이 한국에서 재활용 의류를 기부 받아 몽골에 판매하고 미혼모를 채용해서 경제적 자립을 이끌어 내는 거다.”며 “수익이 나야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아직 초기 단계다 보니 사업 운영금을 충당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당장 몽골에 매장을 만들 자본은 없지만 NGO 단체인 ‘코피온’ 몽골센터와 협력해 활로를 모색할 방안이다. 다음 달인 2월에 코피온이 바자회를 열 계획인데 판매할 의류를 보내놓은 상태다. 나 대표는 “반응이 좋으면 코피온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현지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함께함트에서 의류를 공급하고 코피온이 매장 운영을 맡는 식이다. 걱정할 만큼 큰 비용이 들지 않아 시도가 가능할 거 같다.”고 말했다.
 
사업을 하면서 모든 결정을 혼자서 내려야 하는 것도 짊어져야 할 부담이다. 나 대표는 “아무래도 큰 결정을 내리는 게 어렵다.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 다음으로 미뤄야 하는지 혼자서 결정을 해야 하는데 모든 일이 처음이다 보니까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다. 혼자서는 다 할 수 없는 일인데 감사하게도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이 많았다. 국제대 패션디자인학과 학과장님과 연결이 된 것처럼 생각지도 못한 분을 만나고 도움을 구할 수 있어서 신기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몽골 현지에 매장을 열고 미혼모를 채용하는 게 함께함트의 올해 목표다. 지난해 기부 받은 의류가 총 3천~4천 벌 정도 된다. 앞으로는 홍보에 더 신경을 써 1년에 1만 벌 정도는 기부 받는 것도 목표로 잡았다. 나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다른 개발도상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몽골은 겨울이 긴 나라여서 여름옷을 활용하기 어렵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사업을 이어간다면 다양한 옷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시도하지 않은 일을 홀로 해나가다 보니 불안감도 많이 느낀다. 나 대표는 “지금도 불안한데 매일 마음속에 불안과 설렘이 공존한다. 랠프 왈도 에머슨이 쓴 ‘성공이란 무엇인가’라는 시가 있다. 시를 보면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 더 좋은 세상으로 바꿔놓고 떠나는 게 성공이라고 한다. 사회에 조금 더 도움이 되고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함트’에서 ‘함트’는 몽골어로 ‘함께’라는 뜻이다.
 
사진/바람아시아
 
* 함께함트(www.hamkkehamt.com)에 의류를 기부하는 방법
1. 기부할 의류를 박스에 포장한다.(신발, 가방, 액세서리 가능)
- 기부 품목 : 사계절 의류, 남녀노소 의류,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
- 너무 낡거나 더러운 의류는 삼가
2. 함께함트 주소로 택배 발송한다.
-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택배비는 선불로
- 보낼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20길 37 열매나눔빌딩 1층, 함께함트
3. 의류기부 인증샷을 @hamkkehamt #함께함트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SNS에 올린다.
- 추첨을 통해 함께함트 'Thanks Kit'를 받을 수 있다.
 
 
 
 
정지형·이윤 바람저널리스트 baram.news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news)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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