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예의가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 / 가능 사회
입력 : 2017-02-13 14:18:29 수정 : 2017-02-13 14:18:29
‘틀딱’
 
신조어가 등장했다. 처음 봤을 때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단어 자체에서 풍겨 나오는 묘한 느낌이 있다. 틀딱은 ‘틀니를 딱딱거린다’의 줄임말로 주로 예의가 없고, 소통을 하지 않으며 나이만을 앞세우는 노인을 지칭할 때 쓰인다.
 
‘노인을 공경하느냐’라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나이 많은 사람을 최우선적으로 존중하는 것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됐다. 틀딱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배경도 이와 같은 사회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틀딱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이 단어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혹은 등장할만한) 배경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공감의 시선을 보낸다.
 
‘틀딱’이라고 칭해지는 노인의 행동으로 인해 불편했거나, 노인에 대한 혐오감이 생겼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중교통 속의 노인들
 
이00(24.여)
대학교를 다니고 통학을 하면서 노인에 대한 혐오감이 생긴 것 같아. 사실 그전까지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본 이상한 노인들이 너무 많아. 우선 지하철 기다릴 때 새치기는 기본이고 내릴 때도 어찌나 그렇게 밀던지……. 앞 사람이 내려야 나도 내릴 수 있는 건데 무작정 내 등을 만지면서 막 미는데 이해가 안가더라. 노인들이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봐서 그때부터 공경심도 사라지고 오히려 싫은 감정이 커졌던 것 같아.
 
김00(24.여)
나는 한 번 그런 적이 있었어.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운 좋게 자리가 나서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을 보면서 가고 있었어. 그런데 누가 갑자기 이어폰 선을 확 치는 거야. 덕분에 내 이어폰도 귀에서 빠졌고. 그래서 ‘뭐지?’하고 위를 올려봤는데 한 할아버지가 새파랗게 젊은 놈이 안 일어나고 뭐하냐고 막 뭐라고 하는 거야. 그땐 너무 당황해서 어영부영 일어나긴 했는데 그럴 때보면 양보가 미덕이 아니라 의무라고 생각하는 노인이 많은 것 같아. 그런데 또 우리 할머니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젊은 사람들이 부담을 느낄까봐 구석에 서계신다고 하더라고. 그럴 때보면 모든 노인이 나쁜 건 아닌 것 같다가도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상한 노인이 많긴 많은 것 같아.
 
김00(23.여)
할아버지들 시선강간. 나 이게 제일 싫어. 여름에 특히 더 심해. 반바지를 입거나 치마를 입었을 때 대놓고 위아래로 훑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모를 줄 아는 건지 아니면 알든 말든 상관없다는 건지. 이렇게 내가 당하니까 혐오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소통하지 않는 노인들
 
박00(25.남)
나는 정치적 문제에 있어서 노인들이 귀를 닫을 때 답답해. 물론 정치라는 것이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건 인정하는데 아예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걸 보면 ‘아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김00(25.남)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강요하는 게 싫어. 쉽게 말하면 ‘꼰대질’이라고 할 수 있겠지. 명절 날 제사를 지내고 함께 밥을 먹고 오랜만에 본가로 내려 온 만큼 동네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잠깐 친구를 만나려고 했어. 그런데 할머니가 어떻게 명절인데 친구를 보러갈 수가 있냐고 그 친구들 다 후레자식이라고 욕을 하시더라고. 자신과 생각이 좀 다르다는 이유로 함부로 말하고 자신의 생각만을 옳다고 고집하는 게 답답해.
 
유00(21.여)
음…. 아직까지 남아있는 노인 세대의 가부장적 생각? 난 그게 가장 큰 문제 같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만 봐도 그 분들 자체가 나쁜 분은 아닌데 아무래도 가부장적이셔서 그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싫어져. 내가 아무리 좋은 손녀라도 아들인 손자를 절대 넘을 수 없는 뭔가가 있어. 거기서 충돌이 일어나는 것 같아. 요즘 20대들은 가부장적인 분위기를 깨려고 하는데 노인 세대에서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그런데 이게 참 어려운 것 같아. 어떻게 보면 그 분들은 당신들의 세대가 그랬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노인의 모든 것을 완전히 포용하고 이해하기엔 나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부분이 있고……. 가부장적 사고방식으로 발생하는 갈등 자체를 해결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어.
 
무례하고 일방적인 노인들
 
윤00(21.남)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어. 한 할아버지가 들어오더니 대뜸 반말을 하더라고. 반말까지는 그래도 뭐 이해할 수 있겠는데 야, 거기, 임마 이렇게 나를 부르는데 사람을 무시하고 하대한다는 느낌을 받았어.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면 무례한 노인이 한두 명이 아니야. 무례하지 않은 노인이 오면 ‘와 저런 분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이00(22.여)
카페 아르바이트 할 때 노인들이 들어와서 커피 하나 시키고 나눠 먹게 컵을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1인 1메뉴가 원칙이라고 하니까 그런 게 어딨냐며 노발대발. 또 어떤 노인은 서비스 없냐고 뭐라고 하더라. 카페에서 무슨 서비스를 바라는 건지……. 서비스 안주면 또 뭐라고 해서 결국 그냥 준 경우도 있어.
 
이와 같은 사례들을 들여다보면 젊은이들 사이에서 노인 혐오가 생긴 이유를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다. 노인 복지 전문가인 초의수 부산복지개발원장 역시 “연령차별주의와 노인복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젊은이들이 표면적으로 노인에 대해 느끼는 느낌을 공감 한다”고 말했다.
 
노인 빈곤율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노인들은 ‘자신들이 부양해야 할 사람’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며 젊은이들이 짊어져야 할 짐도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젊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노인들의 특정 행동과 성향은 그들로 하여금 노인 전체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노인들 역시 그들대로 젊은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과거 경제성장의 주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변한 사회 분위기 속 그들은 소외감과 무력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 속, 그들은 변화를 거부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젊은이들과 소통하기도 쉽지 않다.
 
젊은이와 노인이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 없이, 사회는 순식간에 변했다. 그리고 상호 간의 이해가 부족한 사회에서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초의수 원장도 “젊은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불편하게 생각하는 노인들의 행동에는 노인 세대 전체의 문화적인 배경이 깔려 있는데 그걸 이해할 시간이 우리에게는 없었다”며 현 상황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100년을 살자니, 내가 태어나던 100년 전에 살던 방식 그대로 지금을 살 수가 없는 세상이 되지 않았는가. 무릇 생명은 세포가 죽고 이어서 새로운 세포가 생기므로 생명이 이어지듯이 세상은 자꾸만 변하고 새로워져야 하는데, 우리 나이 먹은 사람들만 태어나던 그 때, 그 시절의 살던 패턴대로 살아가면, ‘수구 골통’소리 들어 마땅하다” 고광애 노년전문 저술가는 이제 노인도 ‘예의’를 갖춰야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예의를 갖춰야하는 대상은 노인뿐만이 아니다. 젊은이 역시 노인 세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현 상황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인과 젊은이, 우리 모두 예의가 필요하다.
 
 
 
이산후 바람저널리스트  baram.news T F
 
 
 
**이 기사는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 바람>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지속가능 바람(www.baram.news)>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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