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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롯데, 우울한 창립 50돌
월드타워 개장일 맞추며 애써 '자축'…사드와 오너리스크까지 속앓이
2017-03-27 06:00:00 2017-03-27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올해는 창립 50주년이자 새로운 50년을 시작하는 중요한 해다.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을 품고 변화와 혁신에 힘써달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던진 독려의 메시지다. 그러나 현재 롯데그룹이 처한 상황은 신 회장의 바램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창립 50주년을 일주일 앞둔 가운데 애써 '자축'하는 분위기이지만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임직원들의 사기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다.
 
롯데 계열사 한 직원은 "내우외환을 때문에 창립 50주년인데도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분위기"라며 "창사 이래 최대 경사로 여겨져야 하는 해인데 구성원 입장에선 경영정상화가 더 간절한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공식적인 창립기념일은 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롯데제과의 창립기념일인 4월 3일로,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러 악재에 둘러싸여 있는 롯데그룹이지만 창립 50주년을 자축하기 위한 계열사별 이벤트는 예정대로 진행 중이다. 특히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평생 숙원 사업이던 롯데월드타워의 공식 개장 날짜도 창립 50주년을 맞은 4월 3일로 결정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다음달 3일 창립기념일에 맞춰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호텔, 레지던스, 사무실 등으로 구성된 타워 전 시설을 공식 개장한다"고 밝혔다.
 
롯데월드타워 개장 직전날인 다음달 2일 저녁에는 3만여 발의 불꽃을 쏘아 올리는 불꽃 쇼도 열릴 예정이다. 불꽃 쇼는 석촌호수의 수변 무대와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 마련된 좌석 총 1만여 석 외에도 타워가 보이는 곳이라면 서울 시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다.
 
이처럼 롯데가 '창립 50돌'을 자축하며 침체된 분위기를 바꿔보려 애쓰고 있지만 그룹을 둘러싼 악재들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다.
 
우선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은 가장 큰 골칫거리다. 현재 중국 내 롯데마트 전체 매장 99곳 중 소방시설 점검 등을 통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거나 매장 앞 시위 등 상황에 따라 자체적으로 휴점을 결정한 곳은 총 9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동빈 회장이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사업 철수는 없다"고 못을 박고 3600여억원의 긴급 자금 수혈을 통해 중국 사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공법'에 돌입한 모양새지만 근본적인 사태 해결에는 뾰족한 해법이 되기 힘들어 보인다.
 
특검으로부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기업 수사 바통을 넘겨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추가 수사가 임박했다는 점도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신 회장이 언급한 '새로운 50년'이라는 그룹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특검에서 받은 출국금지조치로 발이 묶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속수무책 지켜보고만 있어야하는 입장이다. 다시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 신 회장이 직접 챙겨야하는 그룹 안팎의 사업 일정은 또 다시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대외 악재속에 신동주·동빈 형제간 내부에서 다투는 경영권 분쟁도 원만한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어 경영정상화를 바라는 롯데에게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기업이라면 대규모 투자계획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할 법도 하지만 롯데그룹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룹이 연이은 위기상황을 맞고 있어 예년과 같은 대규모 투자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라는 게 롯데 안팎의 관측이다. 실제 롯데그룹은 통상 매년 연말에 진행하던 투자계획을 여전히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미뤄졌던 조직개편과 인사, 채용계획은 마무리됐지만 투자 계획만은 미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롯데그룹을 둘러싸고 끊이지 않고 있는 악재가 이같은 장고의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해마다 7조원 가량을 국내외에 투자해 왔지만 지난해 검찰의 대대적 수사 이후 M&A 등 대규모 투자가 멈춰선 바 있다. 특히 중국이 사드 보복성 제재를 남발하면서 약 3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하는 '롯데월드 선양 프로젝트' 등에 제동이 걸리는 등 추가적인 투자집행을 결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창립 50주년이라 숫자는 기업에겐 큰 의미가 있는 한 해지만 롯데에겐 가장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해서 전환점인 50주년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등 분기점이되는데 롯데의 미래를 좌우하는 위기의 50주년을 잘 극복해야만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 본사 앞 횡단보도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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