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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옥죄는 사내유보금 과세, 차기 정부서 폐지될까?
투자 강요하는 전례없던 과세체계…현대차그룹 '한전부지 빅베팅' 배경되기도
2017-03-27 11:49:16 2017-03-27 11:49:16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이 만든 기업 사내유보소득 과세 문제가 폐지될지 여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지난 2014년 박 전 대통령 취임이후 만든 이 법인세법은 '초이노믹스'를 명목으로 경제순환과 기업의 투자 활동 및 사용인 급여, 주주배당을 늘리기 위해 개정된 것으로 지난 2016년까지 일몰될 예정이었지만 일시적으로 보류된 상태다.
 
사내유보소득이라고 하는 것은 한국경제가 장기불황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배당을 미루거나 다른 투자용도로 지출을 꺼려하면서 회사내에 쌓아둔 돈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경기부양을 위해 기업들의 유보소득이 일정수준을 넘으면 법인세 10%를 과세하도록 했다. 이 세금은 공식적으로는 '기업소득환류세제'라고 불린다.
 
지난 2014년전까지는 대기업들이 금고에 사내유보금을 쌓아둘 경우 과세되지 않았지만 유보금의 80%를 넘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세가 되기 때문에 이를 정부안에 따라 투자나 주주배당, 사용인 월급상승 혹은 기부금 형식으로 지출하도록 했다. 박근혜 정부들어서 갑작스럽게 신설된 사내유보금 과세로 인해 기업들은 뜬금없이 돈을 뜯기게 된 셈이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임금이나 투자보다는 주주들에게 배당을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사내 유보금을 사용인들 급여 상승과 투자활성화에 쓰도록 하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실제로는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당을 택한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4월 법인세 신고를 통해 파악한 지난해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따른 환류액은 13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환류액 중 투자는 100조8000억원, 배당은 33조8000억원에 달했지만 임금증가분은 4조8000억원에 불과했다.
 
한편 대표적으로 사내유보금으로 대대적인 투자를 한 기업은 현대자동차 그룹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회계법인의 근무하는 공인회계사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그룹이 지난 2014년 한전부지를 구입할 당시 10조50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현대차 그룹이 사내유보과세를 피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큰 액수의 투자를 결정했다는 정황이 있다.
구 한전사옥 철거 사전 작업이 진행중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 센터(GBC) 부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 공인회계사는 "2014년도에 한전부지를 두고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 그룹의 인수제안 금액에 큰 차이가 있었다"며 "만약 한전부지를 사지 못하면 사내유보금액에 10% 세금이 붙기 때문에 규모상 몇백억이 될 수도 있는 돈이 세금으로 지출될 수도 있어 투자명목으로 확실한 승부를 보기 위해 무리하게 10조가 넘는 돈으로 배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최근 업계에서는 이러한 유보소득과세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전례가 없던 과세체계이고 2년간만 유지되도록 개정된 사항인데 오히려 정부가 이를 기업옥죄기 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불만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사내유보소득은 그동안 기업입장에서 투자나 배당, 급여인상 등 자발적으로 고려하는 기업의 자본임에도 정부에서 강제로 끌어내려고 하는 것은 자유시장주의 관점에서 무리가 된다"며 "경제활성화를 명목으로 진행된 것이지만 그 효과도 미미하고 오히려 기업들이 정경유착에 끌려가는 빌미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현재 2017년 법인세법 개정사항에는 일몰예정인 사내유보금 과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 이유로 이 법이 사실상 연장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기업들이 비자발적으로 유보소득을 사용하는 것은 명분상 좋아보이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필요한 곳에 쓰기 위해 축적해둔 유보금을 강제로 주주배당이나 급여상승,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등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쓰는 경향이 많다는 게 문제다.
 
향후 관건은 장미대선 이후 들어설 차기 정부의 태도이다. 초이노믹스라는 명목으로 강제로 대기업 유보소득을 지출하게 만든 '기업환류소득세제'에 대해서 폐지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선후보들의 성향상 큰 정부를 지향하는 후보들의 경우 '유지'를,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대선후보들의 경우 기업의 사내유보금 사용에 관한 자유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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