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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 떨어진 곳’ 정지용 동시집 첫 출간
2017-04-14 10:36:33 2017-11-14 10:19:41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할아버지가 담뱃대를 물고/ 들에 나가시니/ 궂은 날도 곱게 개이고,/ 할아버지가 도롱이를 입고/ 들에 나가시니/ 가문 날도 비가 오시네.”
 
아이의 눈에 비친 할아버지는 요술쟁이다. 할아버지의 상투적 행동 하나에 비가 내리거나 날이 갠다. 날씨를 예측하는 농부의 지혜를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이 동시는 정지용(1902~1950)의 동시 ‘할아버지’다.
 
14일 출판사 푸른책들에 따르면 정지용의 동시들을 묶은 ‘별똥 떨어진 곳’이 출간됐다. 학자들이 옛 신문에서 발굴해 낸 동시들과 ‘향수’ 등 잘 알려진 그의 대표작 중 어린이들도 읽을 만한 시 42개를 모아 엮었다.
 
정지용 동시를 연구해 온 전병호 시인과 윤동주 동시집을 최초로 엮었던 신형건 시인이 함께 했다. 여기에 양상요 화가의 일러스트가 더해져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느낌을 전달한다.
 
정지용 시인은 1926년 문예지 ‘학조’ 기고를 시작으로 동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동요문학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대였다. 당시 대다수 동시들은 단순히 곡조에 노랫말을 붙이는 형식적 한계가 있었지만 시인의 동시는 절절한 감정이 배긴 자유시 형식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었다.
 
“어머니 없이 자란 나를/ 종달새 지리지리 지리리/ 왜 저리 놀려 대누/ 해바른 봄날 한종일 두고/ 모래톱에서 나 홀로 놀자.”(종달새 일부)
 
어머니 없이 자란 시인의 모습이 담긴 ‘종달새’, 멀리 떠난 오빠를 기다리는 ‘지는 해’, 어린 누이를 묻고 돌아서는 ‘산소’ 등 시 곳곳에서 감각적이고 절제된 시어가 그려진다.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고난 속에서 느낀 시인의 애환이 절절히 녹아있다.
 
정지용 '별똥 떨어진 곳'. 사진제공=푸른책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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