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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국민 '물음표' 결국 못 지운 검찰
2017-04-19 06:00:00 2017-04-19 06:00:00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고 여전히 갸우뚱한다. 지난 17일 검찰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결과를 바라보는 국민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검찰은 공정 수사를 원하는 국민의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결국 지우지 못했다. 이제 이 '물음표'가 검찰에 '화살'이 돼 날아올 모양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2기는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을 기소하며 지난달 6일 이후 약 40일간 수사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10월 특수본 1기와 1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까지 합해 약 6개월이 걸렸다. 특검으로부터 박 전 대통령 소환을 비롯해 청와대 압수수색, 우 전 수석 조사, 삼성그룹 외 등 대기업 수사 등 굵직한 현안을 넘겨받으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성적표는 시원치 않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8월 윤갑근 특별수사팀 체제 때부터 제기된 '우 전 수석 봐주기' 논란을 또 극복하지 못했다. 특수본 2기는 특검이 제기한 우 전 수석의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 대신 국회 국정조사 위증 혐의를 공소장에 적시했고 가족회사 '정강' 횡령 및 변호사 시절 수임비리 의혹과 특검으로부터 넘겨받은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직권남용 혐의 등을 제외했다. 이날 제외의 변을 장황하게 밝혔지만, 국민적 의혹의 눈초리를 걷어내기엔 부족해 보인다. 특히 지난 12일 우 전 수석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이렇다 할 보강 수사와 추가 혐의 적시 없이 서둘러 기소하며 공을 법원에 넘겼다.
 
774억원에 이르는 대기업들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수사도 지지부진했다. 특수본 2기는 특검이 수사한 삼성을 제외하고 남은 대기업 중 롯데와 SK(003600)그룹 정도만 수뇌부들을 불렀고 기소는 신 회장 한 명만 했다. 특수본은 롯데를 제외한 대기업들을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준 피의자가 아니라 권력의 강요에 따른 피해자로 봤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이 권력을 마음껏 휘두른 세력 외에 이에 동조하고 돈을 내놓은 기업들로 인해 커졌다고 보는 국민 정서와 배치되는 판단이다. 앞서 삼성에 뇌물죄를 적용한 박영수 특별검사도 이번 사건을 "우리 사회 가장 고질적이고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날 수사를 마무리하며 "수사팀 전체가 최선을 다해서 수사했다. 명예를 걸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엄벌하겠다는 각오로 수사에 임했다"고 자평했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표현이다. 앞서 지난해 10월27일 특수본 1기 출범 때에도 김수남 검찰총장은 "철저히 수사해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지시했고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말했었다. 공정성을 말하는 검찰의 태도는 수사 전후 모두 바뀌지 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불신 역시 바뀌지 않았다.
 
이제 불신은 직접적인 행동으로 바뀌려 한다. 이전부터 제기됐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검사장 직선제 등 검찰을 향한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그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항상 '셀프개혁'만을 외치며 새로운 제도 도입을 두 팔 들어 반대한 검찰로서는 한동안 상당한 후폭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이 자초한 꼴이다.
 
김광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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