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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이대로 안된다)⑤전문가들 "파이 키우자…야성과 상상력 필요한 때"
황영기 금투협회장 "연기금, 자본시장 적극 유입…파이 키워야"
장범식 교수 "4차산업 금융 TF, 자본시장정책 추진 드라이브"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 "한계기업 등 리스크 테이킹 전면에 나서야"
차문현 하나자산운용 대표 "공모펀드 활성화, 세제혜택 확대"
고용기 크라우드펀딩협회장 "크라우드펀딩 기업, 신기술 주역…규제완화"
2017-04-25 08:00:00 2017-04-25 08:00:00
[뉴스토마토 김보선·김재홍기자]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초대형 IB 시대를 맞아 단순 자기자본 확충을 넘은 금융투자업계의 야성과 상상력을 주문하고 있다. 모험자본을 시장에 공급하고, 활발한 딜(deal)을 통해 발빠른 자금 회수를 타깃삼는 시장인 만큼 한 발 앞선 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금자본의 적극적인 자본시장 유입 또한 강조하고, 이를 위해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전문성이 강조돼야 할 때라고 했다.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구조조정을 맡을 국내 사모펀드(PEF) 등 플레이어 육성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뉴스토마토>는 '자본시장, 이대로 안된다' 연재를 통해 수년간 글로벌 대비 정체 국면인 국내 자본시장을 조명하고, 전문가들에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정부에서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 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제언에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장범식 숭실대 교수(학사 부총장),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 차문현 하나자산운용 대표, 고용기 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장이 참여했다.
 
 
"파이' 키우자"…국민연금·퇴직연금 적극 유입돼야
 
전문가들은 우선 국내 자본시장 파이를 더욱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에서 운영, 조달, 투자되는 자금 규모를 키우자는건데, 이를 위해 세부적으로 국민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연기금이 운영하는 자금이 더 적극적으로 자본시장에 흘러와 주식, 채권, 펀드에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산관리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산운용사들의 역할도 중요한데, 국민연금이 가진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전문성과 독립성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덩달아 나온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 역시 자본시장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면서 "기금운용에 있어 자산배분이 가장 중요한데 기금운영위원회 구성원이 대표성을 중시하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며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독립성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체제 역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자금의 자본시장 유입과 관련해선 퇴직연금도 중요한 영역이다. 황 회장은 "퇴직연금도 거의 원금보장형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역시 적극적인 투자 성향의 주식이나 펀드 쪽으로 돈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주식거래가 활발해지고 늘어난 수요에 맞춰 주가도 상승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대한 당부도 잇따랐다. 자본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익구조를 과감히 벗어야 하고, 영업가치 역시 고객 우선에 철저히 맞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황영기 회장은 증권업계에 '야성'과 '상상력'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는 "증권사는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며 "대기업은 초대형 IB, 중소사는 중기특화증권이라는 제도를 활용해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미션에 충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에서는 단순히 자기자본을 늘린다고 가치가 오르는 게 아니다. 다양한 딜을 통해 회전율을 높여야 한다"며 "과감한 결정을 위해서는 야성과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 등 자본시장 주도적 한계기업 관리 시스템 필요
 
대우조선해양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추가적인 한계기업에 대한 관리 전면에 자본시장이 나서야 한다는 데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금융위원회가 이 같은 접근의 하나로 최근 정책금융기관 등에서 4조원을 공급하면 민간 운용사가 4조원을 매칭 투자하는 방식의 8조원 구조조정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는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안동현 원장은 "자본시장의 가장 큰 역할은 사회의 리스크 테이킹(위험 관리)"이라며 "벤처 캐피탈, 엔젤투자자 등 기업 구조조정을 도맡을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국내에 큰 플레이어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MBK만 해도 해외 사모펀드(PEF)에 비하면 규모가 작아 대우조선급 구조조정을 맡을 덩치가 안된다"며 "앞으로 기존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큰 경제적 이슈가 될텐데 벤처캐피탈과 PEF 등 플레이어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영기 회장도 "이제 민간주도 구조조정 시대가 왔다"며 "정부, 산업은행, 시중은행이 모여 결정했던 구조에서 탈피해 해외처럼 법원과 시장 주도의 구조조정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국내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아직 대형 구조조정 건을 소화한 경험이 부족하고 자본력도 못미친다는 것"이라며 "이번에 정부가 조성한 8조원 펀드도 큰 한걸음이라고 본다. 앞으로는 정부와 산업은행의 역할 없이 민간에서도 대형 부실회사를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4차산업시대, 지원책 나와야"…세제 혜택 확대도 주문
 
최근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금융당국도 이 분야에 대한 육성과 지원을 위한 자본시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제시됐다.
 
장범식 숭실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을 비롯해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기술혁신을 이끌어갈 것"이라면서 "국내 자본시장 분야에도 기존의 관행과 제도의 틀을 바꾸는 창조적 혁신으로 엄청난 파급효과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보스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산업구조를 변화시키면 2025년까지 전세계적으로 100조달러(약 11조원)의 경제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지금도 혁신적인 기술과 사업모델을 갖춘 시가총액 1조원대의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하고 있으며, 자본시장 전통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간부터 압박하면서 또다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자본시장 업계를 살펴보면 지점 중심의 영업체계에서 비대면·모바일 채널로 바뀌고 있으며, 4차 산업의 신기술을 통해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관리서비스 등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장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춘 모험적인 기업이 많이 배출돼야 하며, 당국은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 기업에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우선 모험자본의 공급과 회수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한국거래소 스타트업마켓(KSM), 코넥스, 코스닥 시장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은 물론 크라우드펀딩, P2P 금융 등을 통한 자금조달 채널의 활성화가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원회가 올해 2월 4차산업혁명 금융분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면서 "다소 늦은감도 있지만 관련 기관과 협의 및 역할분담을 통해 자본시장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고용기 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회장은 4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당국의 규제중심의 정책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기조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4차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고 아직까지는 다른 선진국들과 동등한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규제완화의 패러다임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고 회장은 현재 크라우드펀딩 업계의 규제를 예로 들면서 규제완화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크라우드펀딩은 대중들이 집단지성을 통해 자금을 모아 스타트업이나 창업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의미하며, 4차산업을 이끌어 갈 기업들의 모험자본 조달의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투자광고 규제, 일반투자자 투자한도 등의 규제로 인해 펀딩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투자한도 규제가 완화된다면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보다 용이해지고 KSM, 코넥스, 코스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되면서 4차 산업혁명 발전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는 자산운용업계에서도 나왔다. 공모펀드 활성화와 관련해 개인 투자자를 위한 혜택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차문현 하나자산운용 대표는 "실물 자산 공모펀드에 적용했던 취득세 감면(최대 50%)이 종료됐는데, 개인들이 관련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공모펀드 활성화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에 맞춰 혜택 부활을 논의해도 좋을 시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보선·김재홍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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