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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조세' 줄이면 투자·고용 증가?…“기업 사내유보금만 늘어날 것”
유력주자들 ‘축소·폐지’ 공약 …사회책임 강화 등 대안 필요
2017-04-26 18:04:21 2017-04-26 18:42:51
 
[뉴스토마토 김의중 기자] 유력 대선주자들의 공통 공약인 기업의 ‘준조세’ 축소와 관련해 우려가 크다. 정경유착 근절이라는 취지에는 동의하나, 이를 통한 기업들의 자발적 투자와 고용 확대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가 짙다.
 
준조세란 기업이 내는 세금 외에 사회보험료, 학교용지부담금, 환경개선부담금 등 법정부담금과 비자발적 기금 및 성금 등 모든 금전적 의무를 통칭한다. 강제성을 띤 조세는 아니지만, '준'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의무적 지출이다. 한국금융ICT융합학회에 따르면, 2015년 사회보험료를 제외한 준조세는 16조4000억원 규모다. 법인세의 36%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비자발성 기부금이 2164억원이며 물적 지원까지 포함하면 1조3032억원으로 추정된다.
 
박근혜정부를 좌초시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발단도 기업들의 비자발적 출연금, 즉 준조세에서 비롯됐다. 다만 대가성이 있었다는 점에서 뇌물이 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등은 준조세가 정경유착의 고리로 악용됐다는 점을 들어 비자발성 지출에 한해 폐지를 약속했다. 대신, 기업의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투자와 고용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우선 폐지가 불가능한 법정부담금을 제외하면, 비자발적 기부금 등의 규모는 1조3032억원에 불과하다. 이 부담을 덜어주더라도 자발적 투자와 고용 창출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가 재계의 경제활성화 논리를 받아들여 갖은 규제를 철폐하며 기업들의 투자 및 고용 확대를 유도했지만 돌아온 것은 낙수효과의 실종뿐이었다.  
 
10대 재벌그룹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은 2015년 550조원, 2016년 571조원으로 3.8% 늘었다. 사상 최대치다. 부동산 보유액도 72조1584억원에서 74조1786억원으로 2.8%(2조202억원)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직원 수는 64만4382명에서 63만221명으로 2.2%(1만4161명) 줄었고, 투자규모 역시 63조5536억원에서 50조7076억원으로 20.2%(12조8460억원) 급감했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을 들어 곳간 채우기에만 바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에 대한 불신이 짙어진 상황에서 비자발적 기금을 폐지할 경우 그나마 담보됐던 기업들의 사회에 대한 의무적 지출마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대선 공약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며, 부득이 준조세 축소에 나선다 해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책임(CSR)을 확대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CSR 확대는 단순히 사회적책임을 떠나 기업 이미지 제고 등 경쟁력 강화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어 이미 유럽 등에서는 제도화하는 추세다.  
 
독일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환경·사회·지배구조와 함께 CSR 공시 의무제를 시행 중이다. 반면 국내에선 CSR 평가연구기관인 IGI(Inno Global Institute)가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2015-2016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절반가량이 정보 공개조차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CSR 공시를 의무화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기업들의 반대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국회CSR정책연구포럼 대표인 홍일표 바른정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8개월 넘게 계류 중이다.
 
홍 의원은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요구와 함께 이는 지속가능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법안은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확대와 더불어 기업의 투명성 및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김의중 기자 zer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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