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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만에 성장 패러다임 대전환
대기업에서 중기·벤처 중심으로…"재벌에 휘둘리지 않겠다"
2017-05-10 06:00:00 2017-05-10 06:00:00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지난 2월8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갈마치로에 있는 중소기업 아이에스씨(ISC)를 방문해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의중 기자] 반세기 만에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이 중소기업·벤처 중심으로 바뀐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은 재벌 적폐 해소와 함께 대기업에 편중된 국가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분수경제'로의 정책 대전환을 추진한다. 문 당선인은 “중소기업의 육성은 성장의 열매가 재벌과 대기업으로만 몰리지 않고 중소기업, 노동자, 서민과 중산층까지 골고루 분배되는 ‘국민성장’의 시작”이라며 “국민성장 시대를 향한 대한민국 경제 균형발전의 문을 중소기업의 활성화로 열겠다”고 천명했다.
 
이는 산업화 이후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대기업 중심의 성장정책 폐기를 뜻한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기업 성장이 중소기업 발전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크게 반감된 데다, '대마불사'로 통용되던 대기업의 위기가 국가경제 전체 부담으로 연결되는 과거 경험들이 문 당선인의 성장전략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시대적 의제로 자리한 것도 문 당선인의 결단을 촉구했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 매출액이 1% 늘 때 1차 협력사는 절반(0.56%)의 과실에 만족해야 했다. 2차 협력사의 매출액 증가율은 0.07%, 3차 협력사는 0.005%에 불과했다. 현대차도 원·하청 사정은 비슷했다. 현대차 매출이 1% 증가할 때 1차 협력사 매출은 0.43%, 2차 협력사는 0.05%, 3차 협력사는 0.004% 확대에 그쳤다. 2013년 기준(한국은행) 산업별 고용유발계수(매출 10억원당 고용인원) 또한 대기업이 5.5, 중소기업이 9.7로 중소기업의 고용 기여도가 훨씬 높았다.
 
대기업이 이익을 독차지하며 사내유보금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려도 투자와 고용은 되레 역행했고 이마저도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명분으로 작용, 경제질서가 크게 왜곡됐다는 게 문 당선인 경제정책 참모들의 진단이다. 이는 중소기업과 벤처의 육성 정책으로 표현됐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하는 대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등으로 흩어져 있던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주관하게 된다.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등 권력기관들과 함께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에도 포함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을지로위원회는 단가 후려치기 등 대기업의 횡포를 막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문 당선인은 이와 함께 중소기업의 R&D 지원을 임기 내에 2배로 늘리고, 중소기업이 더 이상 대기업 협력업체가 아닌, 수출과 내수 등 자생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방침이다. 고용지원 제도도 파격적이다. 중소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경우, 2명 신규채용 후 3번째 채용직원의 임금 전액을 정부가 3년 동안 지원한다. 1년에 5만명을 지원해 청년 15만명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중소기업에는 막혔던 인력난을 해소한다.
 
벤처기업에 대해선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엔젤투자(개인투자)와 R&D 비중을 확대키로 했다. 영세 가맹점의 범위를 확대해 카드수수료율을 낮추는 등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도 늘려나갈 예정이다.
 
반대로 대기업에 대해선 중소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적폐를 도려내고 지배구조 개선, 금산분리 강화, 징벌적손해배상제 도입, 복합쇼핑몰 입지 제한 등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 대기업의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여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이고, 현행 22%인 법인세 최고세율(과세표준 200억원 초과)을 25%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김의중 기자 zer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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