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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고성장 앞세운 20년간의 법인세 감세 종지부
성장 기여했지만 투자·고용 줄고 재벌가 사익편취 심화
2017-05-11 06:00:00 2017-05-11 06:00:00
[뉴스토마토 김의중 기자]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법인세 인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이는 등 실효세율과 최저한세율을 올리고, 필요하면 법인세 명목세율을 최대 25%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법인세 최고세율은 무려 12%포인트나 떨어졌다.
 
과거에는 법인세 인하에 따른 기업의 공격적인 경영이 국가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제법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기업들이 낮아진 법인세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반면 곳간(사내유보금만)만 채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는 재벌가의 사익편취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3%포인트 올리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해 둔 상태다.
 
법인세 인하, 왜 이뤄졌나 
 
법인세 인하가 꾸준히 이뤄져왔던 건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이 낳는 ‘낙수효과’ 때문이다. 실제 과거에는 그렇게 성장해왔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 34%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은 김영삼 정부에서 무려 6%포인트(28%)나 낮췄고, 김대중 정부(27%), 노무현 정부(25%),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현행 22%(과표기준 200억원 초과)까지 내려갔다.
 
김영삼 정부는 성장의 동력이 결국엔 대기업에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문민개혁으로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을 때였고, 역대 정권이 늘 친재벌 정책을 펼쳐왔기에 법인세 인하는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그러다 IMF 외환위기가 터졌고,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든 조세정책은 IMF 위기 극복에 초점이 맞춰졌다. 경기 회복이 최우선 과제였기에 IMF 이전에 중단됐던 투자세액공제를 부활해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시행했고, 지방이전 기업에 대해 5년간 한시적으로 법인세를 전액 면제해주기도 했다. 자연스레 법인세 최고세율도 1%포인트 내렸다.
 
노무현 정부 땐 성장과 함께 ‘부의 배분’에 대한 관심도 커지기 시작했다. 복지를 확대하면서 종합부동산세 시행 등 세금폭탄 비난이 많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법인세 최고세율은 오히려 2%포인트 떨어뜨렸다. 이어진 이명박 정부에서 ‘기업 프렌들리’ 기조로 대규모 감세정책을 펼쳤다. 법인세는 2%포인트 내렸고, 이외에도 소득세율, 양도소득세율, 상속증여세율 등 주요 조세항목에서 세금인하가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법인세를 추가적으로 인하하진 않았지만,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모토로 감세 기조를 유지했다.
 
최근 법인세 인하 효과 줄고 재벌가 사익편취에 악용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내놓은 ‘법인세율 변화가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이 1%포인트 인하되면 투자율은 0.2%포인트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2014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249개 비금융기관의 개별 재무제표를 이용에 분석한 결과다.
 
그러나 기업 경영진의 사익추구 행위가 심해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경영진이 추구하는 사적이익의 정도’를 측정해보니 한국 경영진은 영업이익 및 현금성자산의 0.09%를 사적으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0.01%)에 비해 9배나 높은 수치다.
 
근래 들어 주요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줄이는 대신 사내유보금을 확충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도 법인세 인상 명분이 되고 있다. CEO리포트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의하면 지난해 10대 그룹의 직원수와 투자규모는 전년대비 각각 2.2%, 20.2% 떨어진 반면, 사내유보금은 3.8% 늘어났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 TV토론에서 법인세 인상과 관련, “제가 발표를 안 한 것이지만 당연히 공약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 공약에서도 세입개혁 부문에서 연간 6조3000억원을 증세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릴 경우 실질세수 증가분을 연 4조7100억원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국회에서 자연스레 법인세 인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견해다.
 
다만 자유한국당과 경제계의 반대가 큰데다 법인세 인상이 물가 상승 등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반론도 있어 실제 법인세 인상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김의중 기자 zer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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