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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국내 투자자의 '레인메이커' 역할을 기대한다
2017-05-18 08:00:00 2017-05-18 08:00:00
주식시장의 거침없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 지수 2230포인트는 절대 깨어질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였다. 지수가 2100을 넘어서면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간절한 희망을 품어보았지만 번번이 부질없는 희망이 되어버리곤 했다. 그러던 코스피 지수가 2011년 5월에 기록하였던 전(前)고점(2228.96)을 넘어 미지의 영역인 2300포인트를 테스트하고 있다. 6년만의 전고점 갱신, 그리고 박스권 탈출이라는 희소식에 투자자와 시장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듯하다. 실로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가 아닐 수 없다.
 
박스권 탈출의 원동력으로 크게 두가지 정도를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기업실적이다. 주가는 해당기업의 이익창출 능력에 대한 기대치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그간 상장기업의 실적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왔다. 코스피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2015년 108조원, 2016년 130조원을 기록하였고 올해에는 150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내경제의 저성장 기조로 영업환경이 크게 악화되었지만 꾸준하게 실적을 개선시켜 온 것이다. 상장기업들의 이러한 실적개선은 주가상승의 가장 중요한 모멘텀이 된다.
 
박스권 탈출을 불러온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유입이다. 현재까지의 코스피 지수상승은 사실상 외국인이 주도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외국인은 연초이후 4월말까지 주식시장에서 6조3000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각각 5조2000억원, 3조4000억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외국인들의 강력한 매수세를 통해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탈출하여 새로운 영역으로 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이런 의미로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을 레인메이커로 불러도 크게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연구자로서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움직임을 오랫동안 지켜봐왔던 필자 입장에서는 주가상승에서 관찰되는 이러한 특징들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 4월말 기준으로 코스피시장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38.5%인 것으로 나타난다. 금융시장의 개방도가 높아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그런데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자금흐름에 따라 주가가 결정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사면 주가가 오르고, 반대로 팔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보유비중이 40%에 육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숫자를 뒤집어보면 국내 주식의 61.5%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유량보다 1.5배 이상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코스피시장의 주가흐름은 외국인보다는 오히려 국내 투자자들에 의해 더 큰 부분이 결정돼야 하지 않을까.
 
우리 시장의 현실은 필자의 이러한 바램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어 보인다. 안타깝지만 개인투자자의 거래패턴은 외국인들과는 정반대인 경우가 많으며 주가흐름에 미치는 영향력도 미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외국인들과 거래패턴이 유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주가흐름에 주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현저히 떨어진다. 반면 이번 박스권탈출에서도 보아왔듯이 외국인의 자금흐름은 주가향방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실질적인 의미의 레인메이커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주가상승에 기여한 자금이 외국계자금이냐 또는 국내자금이냐를 따지는 것을 부차적인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주가상승의 흐름이 중요한 것이지 굳이 자금의 꼬리표까지 따질 실익이 없다고 본다면 말이다. 흑묘, 백묘의 논리다. 만일 흑묘(예를 들어 외국계 자금)와 백묘(국내 자금)가 엇비슷하게 성과를 보인다면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렇지만 흑묘만 반복적으로 쥐를 잡아간다면 백묘는 존재감을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주식시장에서 존재감을 잃게 되면 이는 수익률 격차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지난 2년간 코스피기업의 영업실적이 개선세를 보였다는 사실은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올해에도 기업실적이 추가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투자자들은 주가상승 흐름을 주도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하였다. 언제가 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코스피지수는 3000에 도달할 것이며 4000도 넘어가게 될 것이다. 그날이 올 때 토종 레인메이커도 함께 오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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