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경제민주화 '태풍의 눈'…항변조차 없는 재계
2017-05-24 16:09:10 2017-05-24 16:19:05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재계가 입을 닫은 채 속만 끓이고 있다. 현실은 우려를 넘어섰다.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내정됐고,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임명됐다. 두 사람 모두 시민사회가 내세우는 대표적 재벌개혁론자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 재조사와 함께 6월 임시국회에서는 상법 개정안 등 재벌개혁의 입법화가 추진된다. 전방위에서 빠른 속도로 몰아붙이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재계는 변변한 항변조차 못하고 있다.
 
정부는 재벌개혁의 첫 단추로 재벌가의 사익 편취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고, 기업집단의 내부거래를 전면 재조사할 방침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9월 낸 자료를 보면 SK(24.2%, 거래액 33조3000억원), 포스코(18.8%, 11조5000억원), 태영(18.5%, 6000억원), 현대차(18.0%, 30조9000억원), KT(15.6%, 4조1000억원) 순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순환출자 문제와 맞물리면서 지배구조 전체를 손질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
 
축복이었던 4대강 사업은 폭탄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하면서 입찰 담합에 연루됐던 삼성물산, 현대건설, SK건설, 포스코건설, GS건설 등 주요 건설사와 해당 그룹들은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17개 건설사의 담합을 적발했으나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면죄부를 안긴 바 있어 또 다른 정경유착 의혹도 짙다. 여기에다 6월 임시회까지 각종 현안들이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일 태세다. 당장 상법 개정안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으나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높은 국민 지지도와 정부 출범 직후인 점을 감안하면 제대로 된 대응은 어려워졌다.
 
삼성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유탄을 맞으며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재벌 이해를 앞장서서 대변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존폐의 기로에 섰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이 간간히 발언에 나서고 있지만 그 횟수나 내용에 있어서는 확연하게 움츠러든 모습이다. 경제단체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 규제지도', '경제활성화 현안과 제언' 등의 자료를 내면서 경제민주화 반대를 피력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입장조차 자제하고 있다. '노동의 유연성'을 외치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던 그간의 모습도 사라졌다.
 
재벌평론가인 심정택씨는 "삼성 미래전략실이 정경유착 플랫폼으로 지목되면서 해체됐고 전경련도 같은 처지라서 재벌이나 경제단체들이 정부나 정치권에 로비를 하기도 힘들고, 예전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어려워졌다"며 "정부에 최대한 협조하고 가능한 눈에 띄지 않으면서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사진 왼쪽)와 장하성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사진 오른쪽).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